의료전달체계 놓고 정부·시민사회 대립
대형병원에 외래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놓고 정부와 건강보험가입자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대립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외래진료비와 약값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환자에게 불이익을 줘 이를 막겠다는 입장인 반면, 시민사회는 대형병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강화해 외래환자 진료시 대형병원에 불이익을 줘 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전달체계 재확립엔 공감 =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단계 의료체계를 갖고 있다. 1단계로 의원이나 병원, 종합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더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 2단계로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포함)을 찾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도상 예외조항으로 인해 현실은 단계별 의료구분이 무너져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상호 경쟁을 벌이고 있고, 수도권 대형병원(특히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5~2009년 기간 동안 43개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 증가율은 48%인 반면, 의원은 12% 증가에 그쳤고, 외래진료비 증가율도 상급종합병원은 같은 기간 90.2% 증가한 반면, 의원은 32% 증가에 그쳤다.
이같은 1단계 진료후 2단계 진료라는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함에 따라 의료비 상승에 따른 국민부담의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는 물론, 동네의원을 비롯한 중소병원의 경영악화 심화 등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진료비·약값 본인부담률 인상추진 = 이에 경증환자는 동네의원이 맡고 수술이나 입원환자를 상급병원이 맡는 식의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했다.
이에 복지부는 1차의료개선TF팀을 구성해 2월안에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증환자-의원’ ‘중증환자-대형병원’이라는 기능을 명확화 할 수 있도록 수가 및 본인부담률을 조정하겠다”는 기본입장을 밝혔다. 그후 복지부는 대형병원의 경증 외래환자 쏠림현상 해소를 위해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을 높이고 약값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구체화 했다.
즉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을 가면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60%에서 80%로 높이고, 현행 30%인 약값의 본인 부담금도 상급종합병원은 60%로 두배 높이고, 종합병원은 50%, 병원급은 40%로 각각 늘리는 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약칭 건정심) 제도개선소위를 통과해 건정심 의결을 앞두고 있다.
◆”본인부담금 높여도 효과 없어” = 복지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건강보험가입자단체와 경실련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17일 성명을 내고 ‘환자의 부담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려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복지부의 정책이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와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채 환자의 의료비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건정심 위원이기도 한 보건의료노조 김정자 부위원장은 “2009년 상급병원의 외래환자 본인부담률을 50%에서 60%로 인상했지만 대형병원 외래환자 이용률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의 성명은 “복지부가 진정으로 대형병원 환자쏠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외래환자를 놓고 의원과 병원들이 무한경쟁을 벌이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기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대안은 경증환자를 받는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규제와 주치의제도의 도입으로 요약된다.
◆대형병원 규제와 주치의제가 해답 = 즉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은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 경증 및 만성질환에 대한 외래진료를 담당하며 입원치료는 2·3차 의료로 이전하되, 3차 의료기관이 퇴원환자 외래진료를 제외한 나머지 일차의료를 제공할 경우 건강보험 수가에서 일정비율을 삭감하는 등의 규제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종별 약제비나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고, 해당 요양기관에서 그 환자를 봤을 경우 요양기관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병원이 무분별하게 지역병상을 늘리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지역병상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주치의제도 시행으로 환자들이 가까운 동네 병의원을 믿고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복지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20일로 예정됐던 건정심 회의를 설연휴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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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에 외래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놓고 정부와 건강보험가입자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대립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외래진료비와 약값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환자에게 불이익을 줘 이를 막겠다는 입장인 반면, 시민사회는 대형병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강화해 외래환자 진료시 대형병원에 불이익을 줘 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전달체계 재확립엔 공감 =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단계 의료체계를 갖고 있다. 1단계로 의원이나 병원, 종합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더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 2단계로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포함)을 찾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도상 예외조항으로 인해 현실은 단계별 의료구분이 무너져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상호 경쟁을 벌이고 있고, 수도권 대형병원(특히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5~2009년 기간 동안 43개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 증가율은 48%인 반면, 의원은 12% 증가에 그쳤고, 외래진료비 증가율도 상급종합병원은 같은 기간 90.2% 증가한 반면, 의원은 32% 증가에 그쳤다.
이같은 1단계 진료후 2단계 진료라는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함에 따라 의료비 상승에 따른 국민부담의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는 물론, 동네의원을 비롯한 중소병원의 경영악화 심화 등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진료비·약값 본인부담률 인상추진 = 이에 경증환자는 동네의원이 맡고 수술이나 입원환자를 상급병원이 맡는 식의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했다.
이에 복지부는 1차의료개선TF팀을 구성해 2월안에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증환자-의원’ ‘중증환자-대형병원’이라는 기능을 명확화 할 수 있도록 수가 및 본인부담률을 조정하겠다”는 기본입장을 밝혔다. 그후 복지부는 대형병원의 경증 외래환자 쏠림현상 해소를 위해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을 높이고 약값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구체화 했다.
즉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을 가면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60%에서 80%로 높이고, 현행 30%인 약값의 본인 부담금도 상급종합병원은 60%로 두배 높이고, 종합병원은 50%, 병원급은 40%로 각각 늘리는 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약칭 건정심) 제도개선소위를 통과해 건정심 의결을 앞두고 있다.
◆”본인부담금 높여도 효과 없어” = 복지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건강보험가입자단체와 경실련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17일 성명을 내고 ‘환자의 부담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려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복지부의 정책이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와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채 환자의 의료비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건정심 위원이기도 한 보건의료노조 김정자 부위원장은 “2009년 상급병원의 외래환자 본인부담률을 50%에서 60%로 인상했지만 대형병원 외래환자 이용률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의 성명은 “복지부가 진정으로 대형병원 환자쏠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외래환자를 놓고 의원과 병원들이 무한경쟁을 벌이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기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대안은 경증환자를 받는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규제와 주치의제도의 도입으로 요약된다.
◆대형병원 규제와 주치의제가 해답 = 즉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은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 경증 및 만성질환에 대한 외래진료를 담당하며 입원치료는 2·3차 의료로 이전하되, 3차 의료기관이 퇴원환자 외래진료를 제외한 나머지 일차의료를 제공할 경우 건강보험 수가에서 일정비율을 삭감하는 등의 규제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종별 약제비나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고, 해당 요양기관에서 그 환자를 봤을 경우 요양기관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병원이 무분별하게 지역병상을 늘리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지역병상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주치의제도 시행으로 환자들이 가까운 동네 병의원을 믿고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복지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20일로 예정됐던 건정심 회의를 설연휴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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