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고전과 전통 문화의 맥 잇는 벽초(碧初), 손평기(74) 회장

고전에서 삶의 지혜 얻는다

지역내일 2011-01-27
광주향교와 대학에서 한문학 강의, 금계전통문화진흥원 설립까지
육백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광주향교. 매일 아침 논어, 맹자, 대학, 주역 등 사서 삼경을 읽는 40~50명의 시민들로 북적인다. 지난 82년부터 광주향교와 대학에서 한문학을 강의하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온 금계전통문화진흥원 손평기 회장. 효당(曉堂) 김문옥 선생에게 배운 한학을 토대로 이 시대의 드문 한학자이자, 700여 수의 한시를 담은 ‘벽초시집’의 저자다. 그는 지난해 뜻을 함께한 제자들과 사단 법인을 설립하면서 고전의 저변 확대와 전통 문화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전과 전통 문화의 중요성
예로부터 우리 고장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여 빛나는 문화유산과 훌륭한 정신적 유산을 후손에게 물려주었다. 그러나 물질 만능주의시대에 가려 지금은 전통 문화의 명맥조차 잇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손 회장은 이러한 원인이 옛 것을 소홀히 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고전과 전통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요즘 세상이 배려와 양보를 모르고 자꾸만 도덕성이 결여되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과 윤리를 바탕으로 고운 심성과 바른 인성을 심어주는 예절 교육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손 회장은 제자들과 뜻을 모아 지난해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그 배경을 보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43년 전 한시 창작 활동과 전통 고전 문화 발굴, 전통 문화 행사를 재연하는 ‘무진음사’(武珍吟社)가 결성됐으며, 이 후 광주천의 옛 이름을 딴 ‘금계시문연구회’를 거쳐 현재의 금계전통문화진흥원이 탄생한 것이다. 그동안 손평기 회장이 집례해 전통 혼례를 치른 숫자가 1천명이 넘고 그를 거쳐 간 수많은 제자들이 모두 대학과 학교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통문화 예절지도사 양성 등 공익사업 추진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전통 문화 계승 활동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서당식 한문 교실과 관혼상제 예법 및 생활예절교육, 사서삼경 성독대회, 전통문화계승발전을 위한 학술세미나, 한시 백일장 등 시민 대상 강좌와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연구재단 및 청명문화재단과 연계해 문집 문헌의 국역 연구와 발굴을 함께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과 정부의 지원이 전무하다 보니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다. “요즘 같은 물질 위주의 시대에 건전한 의식과 가치관을 정립하려면 고전과 전통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문학은 이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 있는 분들의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금계전통문화진흥원은 올해 한 발 더 나아가 새롭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전통문화의 계승과 연구에 관심 있는 어르신들을 양성해 교육형 노인들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타 시도에서는 수 백 명의 전통문화 예절지도사들이 일정한 교육 과정을 수료 후 방과 후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계전통문화진흥원은 전통문화 예절지도사 양성 뿐 아니라 명예가정의례지도원 양성, 지역내 각 교육기관과 복지관, 경로당 등 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전통 문화 및 테마 체험, 전통예절을 지도하고 보급하는 교육형 노인 일자리 사업을 창출하여 사회에 기여할 계획이다.      
조안리포터 annarbor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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