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비스콘, 임신부에 안전근거 부족”

전문가들 국내 임상결과 부재 지적 …

지역내일 2011-01-27
제약협회 “광고 변경 권고할 방침”
“개비스콘은 임신·수유 중에도 복용 가능합니다”
영국계 다국적기업인 레킷벤키저가 자사의 가슴쓰림 및 위역류 치료제 ‘개비스콘’을 TV에 광고하면서 쓰는 문장이다.
이 광고 문장은 성우의 내레이션과 함께 광고 말미에 자막으로 또렷하게 비쳐진다.
해조류의 알긴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개비스콘은 위산과 반응해 위를 보호하는 방어막을 형성함으로써 가슴쓰림과 위역류 증상을 개선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처방 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가격은 4포에 4000원, 150㎖ 병은 9000원 가량이다.
논란이 이는 것은 이 광고가 유독 약물복용에 주의해야 할 임신·수유부에 대해 공공연히 약 복용을 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임상결과가 없고 오래전 외국의 임상 데이터밖에 없는데다 장기간의 관찰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 임신·수유 중 복용이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것은 과대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임신15주차의 한 임신부는 포털사이트에서 의료진과 가진 상담을 통해 “입덧으로 구토가 심해져 개비스콘과 다른 약을 함께 복용했는데 자다가도 긁을 정도로 온몸이 가렵다”면서 부작용을 의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응답자로 나선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알레르기 우려가 있는 만큼 일단 약복용을 중단하고, 의사와 상담하라”고 답변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임상시험센터장) 김경수 교수는 “이 약의 성분 중 탄산칼슘과 탄산수소나트륨은 전신흡수가 되므로 많은 양을 복용했을 경우 제산제 역할 이외의 약리적 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무조건 임산부에 안전하다고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 약물이 임신부에 대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규정한 ‘안전성 카테고리 C’(약물에 의한 이익보다 잠재적 부작용 위험이 큰 약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태아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인 한국마더리스크프로그램 한정렬 소장(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롱텀(장기간) 스터디가 안돼 있는 상황에서 임신부에게 약품의 효과만 강조하다 보면 기저질환을 놓치거나 다른 약물과 혼합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대놓고 임신부와 수유부에게 복용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따라서 임산부 입장에서는 광고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증상이 있을 경우 전문의한테 먼저 진료를 받아 조치하되, 약이 급한 상황일지라도 일시적 복용에 그쳐야 한다”고 권고했다.
소화기전문 비에비스나무병원 민영일 원장은 “개비스콘 성분 중 하나인 알루미늄은 임신부의 상태에 따라 일부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임신부는 반드시 사전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약협회는 이 광고가 논란을 일으키자 “문제가 될 수 있어 의사와 약사와 상담한 후 복용에 유의하도록 광고를 변경하라고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과대광고에 확인되는지 여부를 파악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약을 판매하는 레킷벤키저 관계자는 “개비스콘을 복용한 임신부가부작용 문제를 제기한 적이 지금까지 한명도 없었다”면서 “광고에 대해 제약심의와 광고심의에서 적합판정을 받은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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