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선택한 사람들, 봉산동 자율방범대
필요한 곳 어디든 방범대가 달려갑니다
방범·교통지원·연탄배달 등 도움의 손길 펼쳐
온 나라를 꽁꽁 얼어붙게 만든 맹추위에도 어김없이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의 지구대와 함께 방범을 책임지며 매일 밤 9시부터 12시까지 거리를 누비는 봉산동 자율방범대원들.
그들이 자신의 시간과 신체적 편안함을 반납하고 스스로 선택한 것은 ‘봉사’였다.
●지역의 밤을 지킨다, 야간 방범순찰
봉산동 자율방범대는 1992년 3월 발대식을 가졌다. 올해로 19년차 방범대의 탄탄한 모습을 갖추고 40여 명의 대원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월 14일 10대 대장에 취임한 김용흠 대장은 “봉산동 자율방범대는 원주에서 유일하게 여성방범대와 남성방범대가 혼합되어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잘 살려 서로 같은 조건에서 안정되게 근무하는 모범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고 한다.
봉산동 자율방범대의 주 업무는 야간 방범순찰이다. 6개 조로 나뉘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삼광택지, 봉산로, 천사의 집, 역사박물관, 원주초등학교 일대를 순찰한다. 방범대 9대 대장을 맡았던 홍재수(48·봉산동) 명예대장은 “우리가 경찰이 아니다보니 우리에게는 연행권한이 없어요. 예방경찰인 셈이죠. 때로는 술 취한 분들이 괜히 건드리고 폭행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대원은 사비를 들여 가스총을 구입해 들고 다닙니다. 야간 순찰은 그런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라고 한다.
또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 1년에 2번씩 산불 순찰을 돈다. 차량을 타고 원주경찰서 뒤편 농촌 지역을 다니며 ‘산불조심홍보’ 활동을 통해 산불 예방에 힘쓴다.
●등굣길 어린이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학교 앞 교통봉사
봉산동 자율방범대원들의 아침은 바쁘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맞춰 원주초등학교에 교통 지원을 나가기 때문이다. “원주초등학교 후문에는 신호등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통제를 잘 따라주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차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인사하는 모습이 예뻐서 힘이 납니다. 자주 보니까 삼촌 같나 봐요.” 작년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교통봉사를 했다는 정영두(48·봉산동) 수석대장의 이야기다.
방범대에 들어온 지 6개월 정도 됐다는 김정환(41·봉산동) 신입대원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봉사하는 선배대원들을 보면서 방범대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그런데 교통봉사를 하다보면 교문 앞에서 ‘우리 아이 내려야 하는데 왜 차를 못 세우게 하느냐’고 따지는 학부모들을 만나게 됩니다. 내 아이만 생각하는 마음이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라며 타인을 향한 조그만 배려를 당부한다.
힘든 만큼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일이 또한 교통봉사이다. 홍재수 명예대장은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알아보고 고맙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작년 추석 때는 아무 말씀 없이 양말을 주고 가는 분도 있었습니다. 매일 따뜻한 커피를 주는 분들도 계십니다”라고 한다.
●소외된 지역 주민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사랑의 연탄배달’도 봉산동 자율방범대가 꾸준히 해온 일이다. 대원들이 낸 회비로 연탄을 사서 배달하기도 하고, 배정받은 연탄을 배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독거노인들을 위해 비닐을 사다 방풍 작업을 해드리는 것도 방범대의 일이다.
정영두 수석대장은 “봉산동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 어려운 분들이 많아요. 지원에 비해 수급자가 많아서 혜택이 못 미치는 부분이 많죠. 비닐을 사다놓고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라며 “방범대가 법인화돼서 나라의 지원을 받으며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봉산동 자율방범대의 활동을 지켜보며 스스로 후원회를 조직해서 물심양면으로 방범대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다. “12명의 방범후원회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향주유소에서는 순찰 차량에 기름 후원을 해주고 있으며, 이하우신경외과에서는 후원금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다는 홍재수 명예대장의 이야기다.
타인에 의한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에 의한 ‘자율’이 더 많은 결단을 필요로 함을 알기에 봉산동 자율방범대의 활동이 더욱 빛나 보인다.
배진희 리포터 jul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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