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트 러쉬’, ‘빌리 엘리어트’ 이후 가장 감동적이고 따뜻한 음악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 ‘더 콘서트’. 이 영화는 동상이몽, 오합지졸, 좌충우돌, 그러나 눈물과 감동 등 골라놓고 보니 영화가 지녀야할 요소들은 다 갖추고 있다. 여기에 어떻게든 두 시간여를 웃겼다 울렸다 하며 적어도 며칠은 이어질 감동과 여운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덜그덕 삐그덕, 오합지졸 교향악단.
유태인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볼쇼이 교향악단의 지휘자에서 쫓겨난 뒤, 마룻바닥을 닦는 비루한 청소부로 30여년의 세월을 살아온 안드레이 필리포프(알렉세이 구스코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세월이 세 번이나 돌 동안 지휘봉 대신 대걸레를 잡았다면 한때마나 천재소리를 들었던 지휘자의 면모보다는 굽실굽실 거리는 태도와 허름한 외모가 더욱 어울릴 수밖에 없는 안드레이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음을 알리는 팩스 한통이 날아왔다.
이때부터 좌충우돌, 오합지졸 볼쇼이 교향악단의 동상이몽이 시작된다. 팀이 해체된 뒤 제각각 거친 생활전선에 뛰어든 80여명의 단원들을 단 2주 동안 모두 모아 프랑스로 떠나는 것도 부족해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솔리스트 안느 마리 자케(멜라니 로랑)와 협연을 하겠다는 것. 더욱 놀라 자빠질 일은 ‘연주불가능’이란 평을 받을 정도로 어려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단 한 번의 리허설 없이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다. 원래의 스케줄대로라면 몇 번의 리허설을 마치고 협연을 시작하는 것이지만.
이렇듯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을 목표로 덜그덕 삐그덕 거리며 나아간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어설픈 인과관계를 통해 아직까지 불합리가 통하는 러시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내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교향악단원들은 버스 대절 계약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려 7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공항까지 가는가 하면, 공항경찰관쯤이야 동네 아이들 혼내듯 내쫓아 버리고 즉석해서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기도 한다. 한때는 최고의 교향악단, 볼쇼이의 단원이었지만 파리에서 한 몫 챙겨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은 그저 보기만하면 되는 나 같은 관객들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오합지졸이다.
뛰어난 연주 실력이 돋보인 진한 감동의 콘서트
하지만 엉성한 설정이나 불가능한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좌충우돌 부딪힘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쉽게 풀어 나갈 거면 30년의 세월이 왜 필요했나 싶을 정도로 진행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더 콘서트’는 부모를 찾고자하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솔리스트, 브레즈네프에 반대해 한순간에 몰락해버린 자신의 인생을 찾고자하는 지휘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오래전에 악기를 팔아넘겼지만 절대음감만은 포기하지 못했던 단원들의 불협화음이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해 하모니를 이루는 콘서트 장면을 놀랍도록 아름답게 그려낸다. 상황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뿔뿔이 흩어진 단원들과 몽상가와는 협연할 수 없다는 연주자, 지난 과거의 아픔을 씻고 싶은 지휘자가 반드시 모두 만나야만 콘서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영화는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절대음감의 두 히로인, 안드레이 필리포프 역의 알렉세이 구스코프와 안느 마리 자케 역의 멜라니 로랑의 뛰어난 연기와 연주 실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
참고로 ‘더 콘서트’의 마지막 10분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장식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차이코프스키가 비참한 결혼생활로부터 찾아온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요양차 찾아갔던 스위스 클라렌스에서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아무런 기대 없이 찾아간 극장에서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차이코프스키의 예술혼이 고스란히 담긴 이 곡은 당신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줄지도 모른다.
박수진리포터 icoco1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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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그덕 삐그덕, 오합지졸 교향악단.
유태인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볼쇼이 교향악단의 지휘자에서 쫓겨난 뒤, 마룻바닥을 닦는 비루한 청소부로 30여년의 세월을 살아온 안드레이 필리포프(알렉세이 구스코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세월이 세 번이나 돌 동안 지휘봉 대신 대걸레를 잡았다면 한때마나 천재소리를 들었던 지휘자의 면모보다는 굽실굽실 거리는 태도와 허름한 외모가 더욱 어울릴 수밖에 없는 안드레이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음을 알리는 팩스 한통이 날아왔다.
이때부터 좌충우돌, 오합지졸 볼쇼이 교향악단의 동상이몽이 시작된다. 팀이 해체된 뒤 제각각 거친 생활전선에 뛰어든 80여명의 단원들을 단 2주 동안 모두 모아 프랑스로 떠나는 것도 부족해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솔리스트 안느 마리 자케(멜라니 로랑)와 협연을 하겠다는 것. 더욱 놀라 자빠질 일은 ‘연주불가능’이란 평을 받을 정도로 어려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단 한 번의 리허설 없이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다. 원래의 스케줄대로라면 몇 번의 리허설을 마치고 협연을 시작하는 것이지만.
이렇듯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을 목표로 덜그덕 삐그덕 거리며 나아간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어설픈 인과관계를 통해 아직까지 불합리가 통하는 러시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내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교향악단원들은 버스 대절 계약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려 7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공항까지 가는가 하면, 공항경찰관쯤이야 동네 아이들 혼내듯 내쫓아 버리고 즉석해서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기도 한다. 한때는 최고의 교향악단, 볼쇼이의 단원이었지만 파리에서 한 몫 챙겨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은 그저 보기만하면 되는 나 같은 관객들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오합지졸이다.
뛰어난 연주 실력이 돋보인 진한 감동의 콘서트
하지만 엉성한 설정이나 불가능한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좌충우돌 부딪힘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쉽게 풀어 나갈 거면 30년의 세월이 왜 필요했나 싶을 정도로 진행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더 콘서트’는 부모를 찾고자하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솔리스트, 브레즈네프에 반대해 한순간에 몰락해버린 자신의 인생을 찾고자하는 지휘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오래전에 악기를 팔아넘겼지만 절대음감만은 포기하지 못했던 단원들의 불협화음이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해 하모니를 이루는 콘서트 장면을 놀랍도록 아름답게 그려낸다. 상황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뿔뿔이 흩어진 단원들과 몽상가와는 협연할 수 없다는 연주자, 지난 과거의 아픔을 씻고 싶은 지휘자가 반드시 모두 만나야만 콘서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영화는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절대음감의 두 히로인, 안드레이 필리포프 역의 알렉세이 구스코프와 안느 마리 자케 역의 멜라니 로랑의 뛰어난 연기와 연주 실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
참고로 ‘더 콘서트’의 마지막 10분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장식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차이코프스키가 비참한 결혼생활로부터 찾아온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요양차 찾아갔던 스위스 클라렌스에서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아무런 기대 없이 찾아간 극장에서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차이코프스키의 예술혼이 고스란히 담긴 이 곡은 당신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줄지도 모른다.
박수진리포터 icoco1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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