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돼지저금통으로 감동 전한 운암동 이윤복(54)씨

자연 환경도 살리고, 이웃 사랑도 펼치고

지역내일 2011-01-18
욕심내지 않고 마음을 비워야 이웃도 도울 수 있어…
“대단한 일 한 것도 아닌데,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부끄럽습니다.”
북구 운암동 이윤복씨는 환경공부를 하면서 돼지 저금통에 동전 한푼 두푼 모은 62만원정도의 돈을 북구청에 내 놓았다. 물가 상승과 경기불황으로 각박한 이 세상에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얼마나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일인가. 억만장자들에게는 이 금액이 하찮은 돈이 될지 모르지만 연탄 한 장이 없어 냉방에 새우잠을 청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피와 눈물이 섞인 금쪽같은 돈이 아니겠는가. 따뜻한 손길에 찬사를 보내며 그를 만났다.

정성으로 모은 돈 보람 있는 곳에 전달
그가 타향생활 22년을 접고 고향인 장성과 가까운 광주로 내려왔을 때는 좀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고향이 그립고 마음 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쉬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 위해 불교 대학 과정을 공부했다.
그때 대학에서 법률스님이 교육하신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 대한 공부를 했다. 음식은 자기가 먹을 만큼만, 자원 아끼는 법, 낭비, 소비 등을 배우면서 나부터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폐품이나 재활용품을 모아 그걸 팔아서 모은 동전을 돼지 저금통에 한푼 두푼 모으다 보니 저금통이 배가 불러 모아지게 되었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모은 돈을 보람 있게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북구청에 가져다 줬던 것이다. “너무 부끄럽습니다. 많지도 않았는데 돼지 저금통을 들고 아무생각 없이 그냥 불우한 이웃에 써달라고 들고 갔습니다. 그런데 청장님과 북구청 관계자님들이 너무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있음으로 존재하는 이웃, 더불어 이웃과 함께 하는 나
그는 젊었을 때 고생을 많이 한 만큼 이제 자유인이고 싶다. 그래서 지금 그는 “나는 자유인이다”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로우면서 삶이 행복해야지 행복하지 않는 자유는 아무 의미가 없다. 행복하려면 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내 마음을 비우면 옆 사람도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주변사람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일만하는 ‘왕구두쇠’, ‘자수성가해 성공한 사람’,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등 좋게 보는 시선도 있고, 또 나름 시기와 질투하는 시선도 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자유인으로 멋진 제2인생을 사는 것 같아서일까. 하지만 그는 아직 할일이 너무 많다. 물론 애들 반듯한 직장 잘 잡아 다니고 있고 45살 때부터 남들이 부럽다 하는 “나는 자유인이다(웃음)!”를 선호하고 다녔으니 아무리 좋은 직업을 가진 친구나 선배들도 그를 부러워했으니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이제부터라는 생각으로 제2막, 제2인생을 살 것이다. 제1막은 앞 만보고 돈을 벌기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면, 이제 마음을 비우고 이웃을 돌아보며 더불어 세상과,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나를 위해 살아갈 것이다.
이은정 리포터 lip55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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