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0년째 여성전용으로 제모시술만하는 남자 의사이다. 병원은 여성전용이지만 필자의 경우는 좁은 이마를 넓히는 목적의 ‘이마선 교정시술’을 남녀 구분 없이 시술하고 있고 종종 남자수염 제모도 한다. 그렇지만 본 병원의 다른 여자 의사는 여성의 겨드랑이, 팔다리, 비키니라인, 배, 가슴, 얼굴 등의 다양한 부위의 제모를 하고 있다. 그것도 직원과 의사, 시술 받는 환자 모두가 여성인 환경에서 제모시술이 이루어진다.
처음 병원이 설립되었을 때는 남자의 팔다리도 원하는 경우 제모시술을 하는 평범한 병원이었다. 하지만 제모시술의 특성상 90%이상이 여성이었고 시술 전에 시술복으로 갈아입고 기다리는 동안 남성이 옆에 있는 것을 많이 불편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년 전 병원이 설립되고 보름이 지날 무렵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여자 환자만 보는 여성전용으로 시술도 여자 의사가 하도록 하는 결정이었다. 그 후로는 이마를 넓히는 남자환자나 수염을 제모 하는 분들은 시간과 날짜를 정하여 시술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시술을 하고 계시는 여자 의사(전문의 선생님도 계시고 그렇지 않은 의사 선생님도 같이 근무를 하고 있다.)를 믿지 못하겠으니 남자 의사에게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의 문의가 있었다.
이미 타 병원을 경험했기 때문에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 있는 분이어서 일면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하고 있는 병원이 오해를 받는 것에 대한 섭섭함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는 털의 반응이 일반적인 다른 분들과 차이가 나서(시술직후 성장을 멈추지 않아서) 진료하게 되었는데, 이분의 경우는 반대로 남자 의사에게는 보여주기 싫다는 말씀을 하셔서 할 수 없이 다른 여직원이 보고 설명을 전해 듣는 선에서 진료를 마치는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떤 분은 여자의사를 선호하고 어떤 분은 남자의사라도 좋으니 경력 위주로 선택을 하고, 우리나라의 의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세분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제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두 번의 경험이었다.
왜 여자 의사가 시술하게 되었는지 왜 진찰할 때는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성실히 설명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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