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11월 중순의 기말고사를 끝으로 학업관련 학사 일정이 마무리되고 고등학교 지원과 배정만 남아 있다. 겨울방학까지는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 부모가 보기에 아이는 한없이 풀어져 ‘이때가 아니면 언제 놀까’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달리 공부할 것이 많다던데......’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여기 저기 설명회를 찾아다니지만 가는 곳마다 그 말이 그 말 같고, 여기가면 이 말이, 저기가면 저 말이 옳은 것 같아 좀처럼 갈피를 잡기 힘들 때가 많다.
이런 학부모들을 위해 학부모 입장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고등학교는 중학교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지며,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정리해봤다.
앞서가는 부모, 느긋한 아이 → 매니저가 아닌 어시스턴트가 되자
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 살다보면 11~12월에 수많은 설명회 전단지가 날아든다. 복잡한 입시에서 ‘엄마의 정보력’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명감으로 부지런히 다니며 ‘나도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과 노력’이다. 앞서가는 부모가 되어 느긋한 아이를 바라보면 화가 나서 잔소리를 하게 되고 자아의지가 형성되고 있는 청소년기에 불필요한 잔소리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입시정보의 홍수에 휘둘리다 보면 마음만 조급해져 아이를 기다려주지 않고 지나친 무리수를 두게 돼 과도한 사교육으로 이어지고, 아이의 그릇에 넘치는 지나친 사교육은 시간낭비, 돈 낭비, 체력 낭비의 독이 되어 돌아온다.
아이를 앞에서 끌고 갈 생각을 접고 뒤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보자. 먼저 아이 앞에서 드라마나 스포츠를 보는 모습을 보였다면 과감하게 그 시간부터 독서나 공부시간으로 바꿔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입수한 교육정보를 모두 내 아이에게 시도해보려는 욕심을 버리고 아이의 성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취사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아이는 물과 같아서 잡으려 하면 빠져나가고 칭찬과 포용력을 가지고 담으려 해야 담긴다는 것도 잊지 말자.
잦은 시험, 많아지고 깊어지는 학습
→ 장기적인 로드맵과 단기 학습계획을 설계하자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입시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1년에 네 번의 정기고사(4,7,10,12월의 중간/기말)와 네 번의 모의고사(3,6,9,11월),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월례고사까지 따로 치른다. 방학을 제외한 모든 기간이 시험의 연속인 셈이다. 이렇게 자주 시험을 치르다 보니 장기적인 학습 로드맵이 없으면 당장 닥친 시험에 급급하여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시험기간 동안 깊이 있는 공부가 이뤄져야하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면 점수를 따기 위한 암기식 공부를 하기 쉬우므로 방학을 활용해 깊이 있게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단기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학습계획은 시간이 아니라 공부 분량을 위주로 세워야 공부하는 동안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주중에 발생하는 과제나 수행평가 등의 변수를 고려해 주말에 보충할 수 있는 여유시간을 둬야 계획에 치여 흐지부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이가 계획을 세워 공부했다면 한 달에 한 번씩 가져오는 시험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여유를 갖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해보고 계획을 수정해 나가도록 조언한다.
내신·수능·논술·스펙의 수위조절
→ 아이의 성향과 특성에 맞게 선택과 집중
중학교 공부가 내신 시험 한 가지를 준비하는 것이었다면, 고등학교 공부는 내신, 수능, 논술의 세 가지 시험을 모두 준비해야하고 여기에 더하여 스펙으로 통하는 비교과까지 갖추어야 한다.
내신은 중학교 공부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공부의 양이나 그 중요성은 크게 달라진다. 중학교 내신은 대입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고등학교 내신은 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중요성이 훨씬 커지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크다. 강남지역의 경우 내신문제가 수능형으로 출제되는 경우도 많아 깊이 있는 공부가 요구된다.
수능은 중학교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유형의 응용력 시험이다. 교과 지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교과서 내용 그대로가 아니라 범교과적으로 출제된다.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에서 시험과목을 언어, 외국어, 수리 영역에서 국어, 영어, 수학으로 바꿔 교과 중심으로 출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암기해서 푸는 문제로 출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교과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출제하되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될 전망이다.
논술과 비교과는 수시와 입학사정관 전형의 확대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논술은 과거 장문의 글쓰기 형태에서 교과지식을 통합적으로 묻는 교과형 논술 형태로 바뀌고 있어 내신과 수능의 기반이 다져진 후 집중해도 좋을 것이다.
입시에 필요한 내신, 수능, 논술, 비교과 이 네 가지를 같은 비중으로 동시에 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이의 성향과 특성을 정확하고 냉정하게 파악하여 진로를 먼저 설정한 후 그에 맞춰 학습 비중과 학습시기를 정할 필요가 있다. 강남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2011학년도 1학년부터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나눠 교육과정을 편성해 미리 입시에 대비하는 학교들이 많아지므로 먼저 아이의 성향에 맞게끔 진로를 설정한 후 공부할 영역을 선택하고 집중해 준비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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