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간다는 것, 나를 다스린다는 것은 어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에게 내면을 바라보는 일은 마법도 통하지 않을 주문처럼 보인다. 학교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 때문에 인성지도교육원에 오는 아이들은 3~5일에 불과한 기간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간다고. 그들의 수업 현장에 가봤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 수원의 장안문 근처에 위치한 인성지도교육원을 방문했다. 경기도 소재 중·고등학교의 요청으로 특별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곳이다. 9시 30분 수업 시작 시간이 지났지만 아이들은 출석 전이다. 전직 교장 출신의 이홍구 원장을 비롯한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이 일일이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출석을 챙긴다. 인성지도교육원을 수료하지 못 하면 재교육을 받거나 학교의 징계를 피할 수 없기 때문. 하나 둘 나타나는 아이들. 하나같이 예쁘기만 한 이 아이들은 흡연이나 누적된 교칙 위반, 불손한 태도 때문에 인성지도교육원에 왔다고 전한다. 그중에는 학업 성적이 우수함에도 불쑥불쑥 치솟는 화를 억제하지 못 하고 분출하는 바람에 학교의 요청으로 온 아이도 있었다.
수업이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유선 부원장이 “힘들지만 인성 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며 사례를 소개한다. 여덟 명이 그룹이 되어 친구들의 돈을 뺏고 나쁜 행동을 일삼던 아이들이 인성지도교육원에 왔다. 수업 이틀째부터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교육원 수료 후 학교로 돌아간 아이들이 담임교사는 물론 학생부장, 교장, 교감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모범생이 되겠다”고 다짐을 하더라는 것. 그 후 아이들은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휴지도 줍고 청소가 안 된 다른 반은 자발적으로 청소도 했다. 학교 폭력 또한 이 아이들이 나서서 없앴다. 하루 이틀 하다가 그만두겠지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선행은 2년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이에 여덟 명 전원이 선행상을 받았다. 그중 한 아이는 명문 법대에 진학한 후 음료수를 사들고 인성지도교육원에 찾아왔다.
“낯익은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선생님 덕분에 사람이 됐다.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아이들을 붙들고 엉엉 울었지요. 그렇게 변화되는 아이들을 보는 보람 때문에 힘들지만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학교 교사나 학부모들에게서도 ‘아이들이 달라졌다’는 반가운 전화를 종종 받는다. 어느 가정에서는 달라진 아이의 모습을 보고 “동생도 보내고 싶다. 개별적으로 보낼 수 없느냐”고 요청한다고 전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나 진단하기’ 먼저
인성지도교육원을 방문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성격 진단 검사와 행동 진단 검사를 통해 자신을 진단한다. 이때 학부모 상담은 필수적이다. 많은 부모가 “왜 바쁜데 부모까지 불러들이냐”며 항의하다가도 함께 상담을 받고 나서는 한결같이 고맙다는 인사를 되뇌며 일찍 찾아오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이 원장은 학부모와 개별 상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할아버지뻘인 이 원장이 부모 앞에서 아이의 손금까지 보면서 “크게 될 아이니 아이를 잘 교육하라”거나 긍정적인 말로 희망을 주면 아이는 물론 부모도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별칭 짓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진단하고 최종적으로 이수 소감문을 작성한 뒤 부모와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쓰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많은 생각을 한다. 흡연 때문에 인성지도교육원에 온 최슬기(가명·18) 학생은 “‘내 손이 한 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잘못 한 일을 쓸 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쓸 수 있었지만 잘한 일을 쓸 때는 쓸 게 없어서 애를 먹었다”며 잘못 살아온 것 같다고 슬퍼했다. 불손한 태도 때문에 온 유현태(가명·17) 학생도 3일 동안 교육을 받고는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잘못들을 여기 와서 반성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모범생이 되겠노라 다짐했다.
‘화’ 다스리기와 사과하기
화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화가 나는 원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 이 원장은 화는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 의해 몸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감정을 지배하는 자율신경에는 스트레스에 대항하려는 흥분, 공격, 질투 등을 유발하는 교감신경과 이해, 수용, 용서 같은 스트레스를 완화하려는 부교감신경이 있다”며 화가 날 때 ‘아! 나의 교감신경이 스트레스에 대항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봄으로써 화의 수위를 한 단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성격 진단 검사를 통해 “화를 잘 내는 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충동성과 지배성이 높은 아이들로 리더 기질이 있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 부분을 이해시키고 긍정적으로 키워줄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한다.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는 없지만 화를 낸 후 상대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를 하는 것도 용기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과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다음이 사과할 때의 태도다. 이 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과정에서 행동과 말투가 중요하다”며 일단 유감을 표시하고 사과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상대에게 보상의 의지와 다짐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과는 타이밍이 중요하므로 하루가 가기 전에 해야 효과적이다.
반면 변명은 역효과가 날 뿐이므로 해명은 사과한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정찬이(가명·18) 학생은 ‘화 다스리기’ 체험을 통해 “왜 화가 나는지 알고 화내는 나를 바라보는 법을 알았으니, 화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원실 리포터 goody23@naver.com
사진 박찬웅
도움말 이홍구 원장, 유선 부원장(인성지도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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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 수원의 장안문 근처에 위치한 인성지도교육원을 방문했다. 경기도 소재 중·고등학교의 요청으로 특별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곳이다. 9시 30분 수업 시작 시간이 지났지만 아이들은 출석 전이다. 전직 교장 출신의 이홍구 원장을 비롯한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이 일일이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출석을 챙긴다. 인성지도교육원을 수료하지 못 하면 재교육을 받거나 학교의 징계를 피할 수 없기 때문. 하나 둘 나타나는 아이들. 하나같이 예쁘기만 한 이 아이들은 흡연이나 누적된 교칙 위반, 불손한 태도 때문에 인성지도교육원에 왔다고 전한다. 그중에는 학업 성적이 우수함에도 불쑥불쑥 치솟는 화를 억제하지 못 하고 분출하는 바람에 학교의 요청으로 온 아이도 있었다.
수업이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유선 부원장이 “힘들지만 인성 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며 사례를 소개한다. 여덟 명이 그룹이 되어 친구들의 돈을 뺏고 나쁜 행동을 일삼던 아이들이 인성지도교육원에 왔다. 수업 이틀째부터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교육원 수료 후 학교로 돌아간 아이들이 담임교사는 물론 학생부장, 교장, 교감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모범생이 되겠다”고 다짐을 하더라는 것. 그 후 아이들은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휴지도 줍고 청소가 안 된 다른 반은 자발적으로 청소도 했다. 학교 폭력 또한 이 아이들이 나서서 없앴다. 하루 이틀 하다가 그만두겠지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선행은 2년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이에 여덟 명 전원이 선행상을 받았다. 그중 한 아이는 명문 법대에 진학한 후 음료수를 사들고 인성지도교육원에 찾아왔다.
“낯익은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선생님 덕분에 사람이 됐다.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아이들을 붙들고 엉엉 울었지요. 그렇게 변화되는 아이들을 보는 보람 때문에 힘들지만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학교 교사나 학부모들에게서도 ‘아이들이 달라졌다’는 반가운 전화를 종종 받는다. 어느 가정에서는 달라진 아이의 모습을 보고 “동생도 보내고 싶다. 개별적으로 보낼 수 없느냐”고 요청한다고 전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나 진단하기’ 먼저
인성지도교육원을 방문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성격 진단 검사와 행동 진단 검사를 통해 자신을 진단한다. 이때 학부모 상담은 필수적이다. 많은 부모가 “왜 바쁜데 부모까지 불러들이냐”며 항의하다가도 함께 상담을 받고 나서는 한결같이 고맙다는 인사를 되뇌며 일찍 찾아오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이 원장은 학부모와 개별 상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할아버지뻘인 이 원장이 부모 앞에서 아이의 손금까지 보면서 “크게 될 아이니 아이를 잘 교육하라”거나 긍정적인 말로 희망을 주면 아이는 물론 부모도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별칭 짓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진단하고 최종적으로 이수 소감문을 작성한 뒤 부모와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쓰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많은 생각을 한다. 흡연 때문에 인성지도교육원에 온 최슬기(가명·18) 학생은 “‘내 손이 한 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잘못 한 일을 쓸 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쓸 수 있었지만 잘한 일을 쓸 때는 쓸 게 없어서 애를 먹었다”며 잘못 살아온 것 같다고 슬퍼했다. 불손한 태도 때문에 온 유현태(가명·17) 학생도 3일 동안 교육을 받고는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잘못들을 여기 와서 반성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모범생이 되겠노라 다짐했다.
‘화’ 다스리기와 사과하기
화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화가 나는 원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 이 원장은 화는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 의해 몸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감정을 지배하는 자율신경에는 스트레스에 대항하려는 흥분, 공격, 질투 등을 유발하는 교감신경과 이해, 수용, 용서 같은 스트레스를 완화하려는 부교감신경이 있다”며 화가 날 때 ‘아! 나의 교감신경이 스트레스에 대항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봄으로써 화의 수위를 한 단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성격 진단 검사를 통해 “화를 잘 내는 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충동성과 지배성이 높은 아이들로 리더 기질이 있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 부분을 이해시키고 긍정적으로 키워줄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한다.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는 없지만 화를 낸 후 상대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를 하는 것도 용기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과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다음이 사과할 때의 태도다. 이 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과정에서 행동과 말투가 중요하다”며 일단 유감을 표시하고 사과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상대에게 보상의 의지와 다짐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과는 타이밍이 중요하므로 하루가 가기 전에 해야 효과적이다.
반면 변명은 역효과가 날 뿐이므로 해명은 사과한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정찬이(가명·18) 학생은 ‘화 다스리기’ 체험을 통해 “왜 화가 나는지 알고 화내는 나를 바라보는 법을 알았으니, 화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원실 리포터 goody23@naver.com
사진 박찬웅
도움말 이홍구 원장, 유선 부원장(인성지도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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