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이 사람잡네 (1)

지역내일 2011-01-10

아파서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이 기가 부족하거나 피가 탁한 경우이다. 그런 경우에 “어혈 때문입니다.” 라고 설명하면 “어혈이 뭐에요? 혈액순환이 안 되는 거에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또 어지러우면 무조건 “빈혈”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분들은 피의 양이나 순환에 대해서는 자주 들어서 알고 있지만, 피의 상태나 질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혈”이란 우리 몸에 필요한 피가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통칭한다. 쉽게 말해 피가 깨끗하지 못하고 찌꺼기가 많고 영양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우리 몸을 돌고 있는 피는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새로 만들어지고, 수명을 다한 피는 제거된다. 필요한 만큼 충분히 피가 새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노폐한 피가 제거 되지 못하면 어혈이 몸속에 쌓이게 된다. 피가 충분히 있으면서도 탁해서 생긴 어혈도 있고, 피가 모자라면서 그나마 조금 있는 피가 탁해서 생긴 어혈도 있다. 피는 우리 몸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니게 되는데 그 피가 탁하게 되니 어찌 병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몸에 어혈이 있는 경우 먼저 통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어혈로 인한 통증은 낮에 활동할 때도 아프지만, 밤에 잘 때 더욱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자다가 아파서 깨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다친 경우, 통증과 함께 그 부위가 부으면서 퍼렇거나 검붉게 멍이 드는데 이는 어혈을 가장 뚜렷하게 알 수 있는 경우이다. 그 외에 심하게 노동을 하거나, 갑작스레 운동을 한 후에 근육이 뭉치고 아픈 경우도 해당한다. 어혈이 더욱 심해지면 오장육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소화도 잘 안되고 늘 피곤하고 힘이 없고 온몸이 무겁다. 얼굴에 기미 잡티가 많이 생기고 피부색이 어둡게 되고 입술도 거무스름해진다. 두통과 어지럼증, 만성피로, 스트레스 과민반응, 불면증, 우울증, 귀울림 등에 시달리고 나도 모르게 만사 귀찮고 짜증이 많이 난다. 이런 경우, 대형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봐도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데 나만 괴롭다. 어혈이 극도에 달하면 혈전이라고 하는 피떡이 중요한 혈관을 막아서 중풍이 되고, 급작스런 사망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약선한의원 임경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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