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잘 안 들려” 젊은이 못지않게 정정한 노인들이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순간 당황한다. 보통 ‘가는귀가 먹었다’라고 말하는 노인성 난청은 노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세로 60세 이상 약 30%, 70세 이상은 40~50%의 사람들이 겪고 있다.
노인성 난청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텔레비전이나 전화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또 사람들의 말소리를 확실하게 들을 수 없어 친구나 가족 간의 대화가 점점 어려워진다. 단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 외에도 주변사람이나 사회로부터 정서적으로 격리 되는 것 같은 느낌에 매우 우울하며 점점 인지적인 능력이 떨어진다.
노인성 난청은 자연스러운 청각의 노화로 치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청기를 사용하면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들리면 않으면 언어의 이해능력도 감소
일반적으로 40세가 지나면 노안이 시작되는 것처럼 청력도 나빠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날카로운 고주파수음부터 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화에 별 어려움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대화음의 영역까지 난청이 진행된다. 특히 언어의 이해능력이 감소되는 경우가 많아 청력이 떨어진 정도에 비해 훨씬 더 대화할 때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조용한 방이나 일대일로 얼굴을 마주보며 야기기 할 때는 어려움이 덜하지만 주위에 소음이 많은 식당이나 강연 중일 때 듣기에 이상을 느낀다면 노인성 난청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
노인성 난청은 단지 상대방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이 그치지 않고 사회나 주변으로부터 단절도 경험하게 한다. 들리지 않는 노인은 가족과 대화가 불편하기 때문에 점점 소외감을 많이 느끼며 이런 격리된 느낌은 상처로 다가와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의사소통이 힘들어질수록 스스로 대화하는 것을 기피하거나 외출을 삼가하기도 하며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서울청각센타 김성근 원장은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인지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노인들이 치매로 오인 받을 수도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노인성 난청은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노인이 텔레비전을 크게 틀고 시청하거나, 번번이 되묻기를 반복하고, 어떤 말에 엉뚱한 반응이나 행동을 한다면 난청을 의심해 봐야한다. 본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또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관심을 갖고 검사를 받도록 권유해야한다.
자연적인 노화로 인한 복합적인 증상
노인성 난청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이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과거에 소음이나 시끄러운 음악 기계음 등에 많이 노출된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스’ ‘츠’와 같은 고음을 잘 듣지 못하며 ‘발’ ‘달’처럼 비슷한 말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또, 남자보다 여자의 목소리를 더 알아듣지 못한다. 귀에 이명증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중얼거리는 것처럼 들리거나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
소리이비인후과 박홍준 원장은 “노인성 난청은 자연적인 노화의 일종이지만 환경이나 유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복합적인 증상이다. 흔히 가는귀가 먹는다는 표현처럼 말소리의 분별력이 떨어지며 시끄러운 곳에서 더 들리지 않는다”면서 “약이나 수술치료는 없고 정도에 따라 보청기 착용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노인에게 보청기 사용을 권유하면 상심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인들은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을 노화와 장애를 동시에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남에 눈이 띄는 것을 창피해하기 때문이다. 역삼동에 사는 최수정(43)씨는 “시아버님이 난청으로 답답해 하시면서도 보청기 사용은 완강히 거부하셔서 자식들이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보청기는 돋보기와 같이 노화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가족들이 노인에게 지속적으로 설득해 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돋보기처럼 노년의 필수품
노인성 난청이 의심되면 일단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찰과 검사를 받고 중이염과 같은 질환이 없는지, 보청기를 착용해도 되는 상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청기는 정확한 검진 결과에 따라 난청의 정도와 특성, 증폭의 정도를 결정하고 환자의 연령이나 직업, 사회적인 위치나 성격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보청기를 선택해야한다. 김성근 이비인후과 서울청각센타 구호림소장은 “잘 맞지 않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오히려 난청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보청기를 착용한 후에도 올바른 기능을 유지하면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한 가족들도 보청기를 사용한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는 가급적 큰 소리로 말하지 말고, 또박또박 발음하면서 잘 들릴 수 있게 도움을 줘야한다.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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