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보호지역 도로, 교량으로 대체될 듯
21일 오후 3시 인천 송도 고잔갯벌에 바닷물이 가득찼다. 앞으로 6시간 동안 바닷물은 빠져나가고 그 이후 6시간 동안은 다시 차오를 것이다.
하지만 자연의 이런 법칙도 곧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
인천 도심지의 마지막 갯벌인 고잔갯벌은 이미 송도11공구로 이름이 바뀌었고 곧 습지보호지역만 남기고 거대한 경제자유구역에 편입된다.
◆어민들 “도로공사 구역 조개 가장 많이 나는 곳” =
고잔갯벌 매립은 내년 5월부터 시작해 2016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갯벌 파괴는 이미 시작됐다.
‘인천신항 진입도로 공사구간’이라는 푯말이 붙은 공사 현장은 높은 철책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100m의 매립된 땅은 만조인데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나머지 방조제는 낮은 철책으로 둘러쳐져 있지만 이곳만큼은 3배 이상 높게 설치돼 있다.
뒤로는 남동공단, 좌측은 고속도로와 연결된 공사 현장 삼거리는 수년 안에 갯벌을 가로질러 인천신항과 연결된다. 갯벌 끝에서도 도로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양쪽에서 진행하는 공사는 2012년 갯벌 중간에서 만날 것이다.
바다 위에는 이 사실을 모르는 혹뿌리오리 황오리 넓적부리 등 수많은 겨울철새가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겨울철새만 아니라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도 도로공사는 재앙이다. 이들은 이 갯벌에서 모시조개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해 고잔어촌계장은 “도로공사가 진행되는 곳이 조개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라며 “공사를 보면서 후손에게도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상만 해오던 갯벌매립이 현실화되면서 평생 이곳에서 조개로 생계를 유지하던 40여명의 어민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도로공사, 매립도 하기 전에 갯벌 파괴할 것” =
도로공사는 지역 환경단체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갯벌을 매립하기도 전에 도로공사를 먼저 시작해 갯벌을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인천시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을 이 도로가 관통하면서 습지보호지역이 ‘생색내기용’이냐는 비난도 나왔다. 인천시는 지난해 송도11공구 매립을 결정하면서 인근 갯벌 6.11㎢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갯벌 한가운데로 올해만해도 50여 마리의 저어새 새끼를 길러낸 저어새들의 삶의 터전이자 먹이터인 곳”이라며 “특히 습지보호지역을 도로가 관통하면서 국토해양부와 인천시 등이 이 지역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고잔갯벌과 인근 남동유수지는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4대 번식지 중 하나다.
비난이 거세지자 도로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습지보호구역의 도로와 관련,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가 환경파괴의 최소화를 요구한 것이다.
인천항 건설사무소 관계자는 “인천시의 요구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24일쯤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습지보호지역 300m 구간을 교량으로 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도로공사 시기는 당초 예정돼 있던 만큼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경 실장은 “인천의 마지막 갯벌이 개발논리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송도11공구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사진 인천저어새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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