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게 되면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술에 취해 운전석에 올라 앉아 시동을 건 상태에서 단속이 되었다면 음주운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동한 거리가 없다면 운전을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시동을 건 상태에서 차가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어떻게 될까? 차가 움직인 이상 운전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에 올라 탄 후 잠을 자다가 추위를 느껴 히터를 가동시키기 위하여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자동차의 제동장치 등을 건드려서 차가 움직인 경우가 있었다. 처음 주차할 때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탓으로 자동차가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앞으로 움직여 앞 차를 충격한 사건이었는데 이 사례에서 대법원은 운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음주운전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는, 그 사람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동을 건 목적은 다른 목적이었다. 즉 히터를 켜기 위한 것이었는데 브레이크 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실수에 의하여 차량이 움직인 것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한 음주운전은 어떨까?
술에 취하여 걸어서 집으로 가던 중에 어떤 사람이 운전하던 승용차의 바퀴가 이면 도로 길가의 빗물 홈통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운전이 미숙한 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하여 음주상태에서 약 1m 정도 운전을 했다. 이 경우에 음주운전이 됨은 명백하다.
이러한 경우에 음주운전을 이유로 무조건 면허를 취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 사례는 실제 있었던 사건인데 위 음주운전자는 면허취소를 받게 되자 억울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음주운전을 하게 된 사정을 참작하여 면허취소가 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새벽 늦은 시간이라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신 운전해 주었고, 운전 장소가 이면도로로서 운전거리가 1m 정도에 불과하여 사고 위험도 적었으며, 노모를 모시고 사는 가장이라서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생계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이런 사정을 참작하면 면허취소는 부당하다고 한 것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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