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솥밥을 먹는 식구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친구들과 붙어 지내던 때가 있었다. 여고 시절, 그 시간을 함께한 친구는 때로는 가족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만남에 공백기가 있어도 잠깐의 수다만으로 공통분모를 찾아내곤 하는 여고 동창생.
그 만남의 즐거움에 푹 빠져 한파 주의보에도 끄떡 않고 매지리 둘레산 산행을 다녀왔다는 북원여고 동문들을 만나 그녀들이 전하는 동문회 사랑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동문회가 있어 행복해요
1982년 개교, 올해로 26회 졸업생을 배출한 북원여고는 올 봄 동문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그간 반창회, 동창회 등의 비정기적인 모임을 개별적으로 진행해오다 이번에 정식으로 동문회를 발족하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북원여고 총동문회 진경숙(1기) 회장은 “모두들 마음 한 켠에 동문회에 대한 필요성을 간직하고 살았어요. 그러다가 1기 최원순 동문이 모교인 북원여고에 발령을 받으면서 원주시청 내 동문모임 ‘진·선·미’회와 함께 창립 준비를 하게 됐어요”라며 창립 배경을 설명한다. 부회장을 맡고 있는 원정희(3기) 동문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동문회가 많이 의지가 돼요. 사실 동문회에 나오면서 처음 만나게 된 선·후배가 더 많지만 늘 만났던 사람들처럼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동문 모임이 최고의 낙이예요”라며 동문회에 애정을 표시한다.
모임에 목말랐던 동문들은 먼 거리도 마다 않고 달려오는 열정을 보여준다. 진경숙 회장은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친구는 정기 모임 때마다 한국에 나와요. 또 서울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동문이 평일 저녁 번개모임에 참석하고 다음날 수업을 위해 다시 올라가기도 해요”라며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참석하는 모두의 마음에 애틋함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인다.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까지 나이 차이는 있어도 모교사랑·동문사랑의 마음에는 차이가 없는 그녀들의 모임에는 젊은 활기가 묻어난다.
●동문들의 요구 담아내는 다양한 소모임
북원여고 동문회는 다양한 소모임으로 동문들의 요구를 담아내고 있다.
매월 첫째 주 화요일에는 ‘헐레벌떡 산악회’라는 등산 소모임을 한다. 동문 5명이 번개 산행으로 시작했다가 정기산행 모임으로 자리를 잡으며 백운산 휴양림, 신림면 금창리, 매지리 둘레산 등 원주 인근의 가까운 산을 등반하고 있다.
‘조조할인’이라는 영화모임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있다. 지인이 건네준 공짜표 8장으로 시작된 번개모임이 정기적인 모임이 됐다.
또 지난 금요일에는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독서 소모임을 발족했다. ‘책을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진경숙 회장의 제안으로 꾸려진 이 독서모임은 4기 동문인 박경리문학공원 고창영 소장이 추천하는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독서모임은 매월 첫째 주 금요일에 열린다.
동문회에서 홍보부장을 맡고 있는 현정임(7기) 씨는 “사람 세 명이 모이면 바로 소모임이 만들어질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흔히 여자 동문회라면 남편 자랑, 자식 자랑 하는 모임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소모임 활동을 중심으로 건전하게 꾸려나갈 생각입니다”라고 한다.
북원여고 동문모임은 자신들만의 만남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8월 24일 원주지역 고교평준화지지 모임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하며 고교평준화 지지활동을 전개하였고, 고 3수험생을 격려하는 편지와 함께 정성스럽게 포장한 합격기원떡을 돌리며 후배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더 많은 동문과 함께 하고 싶어요
북원여고 동문회는 육아와 직장생활 등 각자의 영역에서 바쁜 삶을 살아가는 동문을 위해서 동문회 카페(http://cafe.naver.com/bukwon)도 운영하고 있다. 전체 공개로 열어둔 상태라 누구나 들어와서 함께할 수 있다.
진경숙 동문회장은 “동문회를 발족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소망은 있습니다. 지역 속의 독서모임, 봉사모임 등을 통해 함께하는 북원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한다.
더 많은 동문들을 만나고 싶다는 그녀들의 올해 송년 모임은 동문회 전체 송년회가 아닌 각 기수별 자체모임으로 열린다.
배진희 리포터 jul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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