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미대의 비(非)실기 전형(미술 실기 없이 학생을 뽑는 방식)이 뜨거운 화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기능력이 중요시되는 미술대가 입학사정관제(수시)및 비실기(정시)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지 않으나, 다른 대학에서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대 부동의 1위인 홍익대 미대가 2013학년도까지 실기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선언하니, 입시생과 학부모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상황. 미대 입학사정관제 및 비실기 전형-어떤 배경으로 시작되었고 얼마나 진행 중인지 살펴보았다.
□1.홍대美大 측 “똑같은 작품을 산출하는 복사기는 원하지 않는다”
미대 입학사정관제 및 비실기의 목적은 미술의 본질로 돌아간다. 창의력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그려내는 것이 미술의 본질이라면, 그간의 미대 입시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홍익대 입학관리본부 서종욱 본부장은 “과거에 홍대 미대 지원자들의 작품을 보면, 천편일률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른바 홍대준비반에 들어가서 ‘홍대 입시용’작품만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오는 것이다. 더 이상 우리(대학)는 이런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디자인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예술인재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다”라며 취지를 알렸다. 홍대는 이미 2009학년도부터 자율전공 일부 모집에서는 학생부와 수능성적, 면접 형식으로 입학생을 선발한 바 있다. 그러나 과연 실기 전형을 거치지 않고 미술적 소양을 평가할 수 있을까. 홍대측의 입장은 의외로 의연했다. “실기 없이 입학한 자율전공 학생들을 보면, 산출물 자체가 (실기전형)이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 예술적 감각은 필수 전제로 하되, 개개인의 자질 계발과 학문적 소양도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남녀학생 성비율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간의 홍대 미대 입학생들은 남학생 비율이 15%남짓했다. 일부 전공은 남학생이 0%인 학과도 있었다. 홍대 미대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비실기전형이 가져올 수 있는 시너지는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위상을 볼 때, 홍대 입학사정관제 및 비실기전형의 성패 유무는 상당한 관심사다. 타 미술대학들도 홍대 미대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면서 시행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홍대 미대 측은 비실기전형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학생들의 평가 자료를 데이터화 정량 분석화해서 엄중한 심사를 거친다는 언급을 빠뜨리지 않았다.
□2.학부모 측 “미대 준비하면서, 학력 관리까지? 24시간도 모자란다”
당장 급한 것은 학부모다. 만약 홍대 입학사정관제를 바라본다고 보면, ‘미술활동보고서’를 준비해야하고 내신도 최소한 2등급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심층면접이 당락을 가르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평소에 미술관련 역사 및 이론 등 전반적인 영역도 빠짐없이 학습하도록 자녀를 지도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의 질문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탓에, 미술관련 시사에도 밝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중2 딸아이 진로를 예고 진학, 미술전공을 목표로 하는 김진영씨(43.팔달구 인계동)는 “많이 읽고 만들고 생각하는, 이른바 다독·다작·다상량이 미술에도 예외가 아니다. 힘들 수도 있겠지만 아이 스스로 즐겨야하지 않겠느냐”며 입시 흐름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3.학원 측 “시대에 맞춘 변화, 필수적이다”
미술학원들도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2011학년도 현황을 보면, 입학사정관제로는 홍익대가 수시 2차에서 자율전공으로 30명을 뽑았고, 건국대학교(충주캠퍼스)가 <KU디자인조형전형>으로 25명을 선발했다. 경희대(수원캠퍼스)는 <네오르네상스 창의재능 전형>으로 12명을 뽑았다. 정시에서는 홍익대 70명, 건국대(충주) 38명이 비실기 합격인원이다. 기존 미대입시가 ‘수능/내신/실기’로 진행되었다면 입학사정관제 및 비실기는 ‘수능/내신/서류(미술활동보고서)/심층면접’까지 고루 준비해야 하는 시점.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원가에서도 미술활동의 깊이와 질에 주안점을 두기 위해 고심 중이다. 수원 오늘 미술학원 오제훈 원장은 “스스로 생각하고 조사하고, 표현하는 3단계 미술교육이 필수적이다. 비실기전형을 생각한다면, 다양한 경험과 활동으로 입시에 대비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여전히 대부분의 중상위권 미술대학은 실기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홍대 중심의 비실기 전형은 파격인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문화기획자 양성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선발 방식에 있어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재주만으로 미술인을 뽑던 ‘재(才)’의 시대에서 멀티플레이어의 역량으로 판단하는 ‘능(能)’의 시대로, 미대 입시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도움말 홍익대 입학관리본부/수원 오늘 미술학원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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