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뱅크 구미인동점 정진영 점장] “경리여직원에서 점장까지, 타이어는 나의 운명”

타이어는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교체하는 게 중요…구미시장 점유율 50%가 목표

지역내일 2010-12-14



요즘 직업에 남녀 구분이 있을까? 남성가사도우미 여성소방관, 여성 자동차 수리공 등 남녀가 평등해지면서 직업의 구분은 사라지고 있다. 오직 남성들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으로 인식되어 온 자동차의 타이어를 갈아 주는 타이어 전문가에도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동점 타이어뱅크에는 여성 타이어 전문가가 있다. 그것도 직원이 아닌 점장으로. 

참고 버티는 사람만이 성공

경북 구미시 삼성전자 2공장 후문 맞은편에 위치한 타이어뱅크에 가면 “타이어 뱅크 홍일점 여성 CEO, 제가 직접 뛰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플래카드의 주인공인 정진영 점장은 직원 3명과 함께 오늘도 작업복 차림에 기름 때 묻은 장갑을 끼고 자동차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어서 오십시오”라며 손님을 반기면서 꼼꼼하게 자동차 타이어를 체크하고 있다. 


“처음부터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라고 말하는 정 점장은 타이어뱅크 북포항 지점에서 잡다한 경리업무를 보던 중 남자 직원들이 힘들다고 자꾸만 그만 두는 것을 보고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제가 직접 해보니까 정말 많이 힘들더라구요. 남자직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하지만 한 달 한 달 참고 버티니까 1년이 가고, 1년이 지나니까 3년이 가고 그 다음엔 5년이 지나더라구요.”

그렇게 벌써 8년이 지났다. 3곳의 매장을 3년 동안 순회하고, 자동차 타이어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힌 후 철저한 검정절차를 거쳐 3년 만에 점장에 올랐다. 그동안 오직 타이어만 바라 보고 살다보니 아직 ‘미혼’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정 점장의 부모님은 딸이 타이어일을 하는 것을 아직도 반대 한다. 그러나 정 점장은 “언제까지 일할 거냐”는 질문에 “기한이 없다”고 답했다. ''타이어는 내 운명''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참고 버티는 사람만이 성공하는 것 같다”라는 정 점장은 그렇게 참고 버틴 덕에 회사에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타이어뱅크 구미 인동지점을 책임지는 점장에 까지 올랐다. 이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한단다.



오히려 여자라서 좋다 

자동차를 만질 때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는 정 점장은 자동차 타이어에서부터 부품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씩 알게 되는 게 무척 재미있었다. 이제는 지나가는 자동차의 타이어만 보아도 마모상태가 어떤지, 어떤 타이어가 적절한지 한눈에 알아보는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집채만한 타이어를 번쩍 번쩍 들어 올려 높은 곳에 순식간에 쌓는 ‘처녀 장사’로 통한다.

정 점장이 지난해 12월 구미 인동점에 오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매출이다. 성장률 최하위에서 신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대구 수성점에 있을 때는 전국 매출 1위를 하기도 했고 부상으로 중형차를 받기도 했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제가 여자라서 고객과의 상담에서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 판매로 연결시킬 수 있고, 일에 있어서도 더 섬세하게 꼼꼼하게 할 수 있죠. 또 점장이라고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오면 직접 타이어를 갈아주고 체크 해주니까 다들 감동하시더라구요. 그 감동이 또 다른 손님을 소개해 주는 것으로 이어지구요.”

매일 무거운 타이어를 들어야 하니까 여자라서 더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타이어를 들고 만지는 일은 힘들긴 하지만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겨서 괜찮다며 오히려 여자라서 장점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멋진 여성 CEO가 꿈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고, 또 내가 추천하는 타이어를 고객이 선택했을 때 짜릿한 쾌감을 느껴요.”

정 점장은 비싸고 좋은 타이어 보다는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타이어를 추천한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를 많이 달리는 영업사원들에게는 튼튼하고 수명이 오래가는 타이어를 시내주행이 많은 주부들에게는 저연비의 타이어를 권한다. 

정 지점장은 타이어 관리에 대해 “타이어에 문제가 없어도 2개월에 1번씩 공기압을 체크하라”고 조언했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낮으면 타이어 가장자리가 심하게 마모되고 연비가 저하되며 반대로 공기압이 높으면 중앙마모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어 뱅크에서는 누구든지 타이어펑크 수리나 공기압체크 등을 무료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구미에서 시장 점유율 50%를 목표로 구미시민들이 타이어뱅크 인동점을 다 아는 그날까지 열심히 발로 뛸 것예요. 또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멋진 여성 CEO가 되고 싶어요.” 
054)473-8228
취재 안정분 리포터 buni@hanmail.net
정리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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