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서울 지식인의 무력한 일상을 그린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작가 박태원(1909~1987)은 한때 금기의 이름이었다.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태동기를 열었던 중요한 인물이지만, 6·25 전쟁 때 월북한 탓에 그의 이름은 80년대까지는 쉽게 불려지지 않았다. 민주화와 함께 비로소 세상에 나온 모던보이 지식인 박태원의 면면을 살펴보는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끈다.
부산근대역사관(관장 나동욱)이 지난 1일부터 시작한 ''근대 소설가, 구보 박태원'' 특별전이 바로 그것. 이번 전시는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구보 박태원의 문학세계를 대표하는 작품들과 작가의 손길이 담겨있는 유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 구보 박태원의 삶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뜻 깊은 자리이다.
구보 박태원은 청계천변의 수중박골(현 중구 다동)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로 서울말을 가장 잘 부려 쓴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청계천 주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맛깔스런 문체로 풀어낸 소설 ''천변풍경''으로 유명하다.
''천변풍경'',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등을 비롯 박태원의 작품이 연재됐던 신시대, 소학생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희귀한 자료들을 선보인다. 또한 인지도장, 원고지 보관함 등 박태원의 손길이 담겨있는 유품 20여 점이 부산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전시작품 중에는 결혼 축하 방명록이 눈길을 끈다. 모더니즘 경향의 문필가들의 축하 메시지는 경성거리를 활보하던 ''모던보이''들의 한 단면을 상상할 수 있다. 2011년 1월30일까지.(문의:253-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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