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1980년 이후 확산된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세계적 부호들은 현 경제체제의 회의와 대안으로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의 CEO 피터 브라벡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발맞춰 세계 각국은 재정 감축에 따른 공공서비스 축소를 민간의 도움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신자유주의의 한계, 그리고 재정 감축에 따른 정부의 역할 축소는 곧 민간 차원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소득제고를 통한 보완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산업화 이후 이농과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와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영세농의 증가를 피할 수 없는 농촌지역의 경우, 사회적 가치와 소득을 만들어내는 사업이 중요하다.
전북 완주군은 농촌지역의 고령화가 46%에 육박한다. 농가의 70%는 1ha 미만의 영세농이며, 평균소득 또한 1000만원을 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농촌의 소득과 일거리 확보가 선행과제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담보하는데 필수 과제다. 몇 해 전부터 완주군은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을 역점적으로 벌이고 있다. 커뮤니티비즈니스란 지역의 문제를 비즈니스를 활용해 해결하고, 그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사업이다. 즉 지역 주민들이 지역 자원을 이용해 지역의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사회적 기업이, 일본에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농촌붕괴, 공동체 활력 저하, 지역문제 해결 등 공동의 관심사에 답을 줄 수 없는 기존 정책의 대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영국의 경우 6만2000여개의 사회적 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중간지원조직이 활동하는 등 소셜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앞으로 국가 경제의 20%를 이러한 방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도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2조2000억엔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완주군은 지역자원을 활용한 지역의 비즈니스 모델로서, 커뮤니티비즈니스가 가장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판단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농촌에 무조건 지원금과 보조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자원을 발굴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중간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지역자원 조사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80여개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커뮤니티비즈니스 센터를 설립,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물적·기술적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필자는 지난달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와 여러 단체장들과 영국을 방문했을 때, 완주군의 추진 방향이 옳았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왔다. 정부에서도 완주군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중간조직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사회가치와 소득을 창출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을 육성함으로써 침체된 농촌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다. 2014년까지 지역 공동체회사 100개소 육성과 함께 지역 일자리 2000개 이상을 만들어 지방차원의 일자리 구도를 재편할 목표도 가지고 있다.
물론 커뮤니티비즈니스를 통한 완주군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는 해결해야 할 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정부 각 부처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 개념을 도입한 각종 소득과 일자리 정책을 추진 중에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일자리 정책의 무게중심은 기업과 관련된 것에 있고,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도시민에 주목되어 있다.
농촌에 맞는 모델이 제시되어야 한다. 농촌을 채우기 위한 농촌에서의 비즈니스 모델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정부의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를 충분히 갖고 있다. 이에 걸맞는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고용인력에 대한 교육 훈련이나 보조금 지원 등이 그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력확보를 위해 농촌형 비즈니스 전문가 양성과정 개설 및 공인인증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간의 이양을 촉진할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농촌에서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이 촉발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 전북 완주군수 임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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