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귀기 위해 가장 쉽게 하는 인사말이 “밥 한 번 먹자”다. 그 정도로 음식문화는 사회관계 형성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문화다. 따뜻한 국 한 그릇으로 삶의 고단함을 잊은 채 시원하게 마음을 쓸어내렸던 우리 조상들. 곰탕 한 그릇에 정성과 사랑을 담아 건강을 나눴던 조상들의 전통방식 그대로 요리하는 ‘나주곰탕’ 한계희 대표를 만나 곰탕이야기를 들어봤다.
●맑은 곰탕, 좋은 고기로 삶아
한계희 대표는 “퓨전 요리도 많고 현대식으로 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개발됐지만 전통 요리는 전통 방법 그대로 요리해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곰탕은 오래도록 끓이고 식히고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만 제 맛을 낼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나주곰탕은 20여 년 전부터 나주 5일장에서 상인과 서민을 위해 국밥 형태로 낸 요리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알려졌다. 원주 단계동에 위치한 ‘나주곰탕’은 전통방식 그대로 양지 사태 소머리 소잡뼈 등 질 좋은 고기를 넣어 10~12시간을 한계희 대표가 직접 지키고 서서 불 조절해가며 끓여낸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맛이 나주 곰탕의 자랑이다.
일반적으로 곰탕은 사골을 고아 우윳빛이 나는 것을 상상한다. 그러나 나주곰탕은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좋은 고기로 삶아낸 육수는 느끼하지 하고 개운하고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고객들이 지금은 평창에서 일부러 먹으러 올 정도로 마니아층이 늘고 있다.
맑은 국물에 계란을 곱게 지단 부쳐 고명으로 올리고 파와 고춧가루를 얹어주면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눈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입도 절로 즐거워진다.
●수육, 돌 판에 육수와 함께
나주곰탕의 수육은 특별하다. 나주곰탕의 수육은 돌 판에 양지 사태 소머리 등의 고기를 종류별로 썰어 맑은 곰탕의 육수를 부어 나온다. 한 가지 더 특징이 있다면 인삼이 납작납작 썰어 얹혀 나오는 것이다. 인삼은 소고기 특유의 잡냄새를 잡아주고 건강에도 좋다.
수육은 바로 먹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기가 말라 처음의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돌 판에 육수와 함께 내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시간을 두고 먹어도 열기로 인해 따뜻하고 육수가 있어 고기가 마르지 않기 때문에 부드러운 맛을 끝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맑은 육수는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일부러 육수를 따로 찾는 경우도 많다. 또한 직접 절인 깻잎에 싸서 먹으면 따뜻한 음식과 찬 음식의 궁합으로 건강에도 좋고 혀에 착착 붙는 맛이 일품이다.
●수구레의 다양한 변신은 무죄?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의 중간 부위를 말한다. 콜라겐이 많이 함유돼 있으며 살이 찌지 않는 웰빙 음식이다. 지방이 거의 없고 찰지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수구레 요리가 흔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바로 손질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한계희 대표는 “수구레를 손질하기 위해서 오래도록 손으로 빨아야 하고, 된장 후추 생강 등을 넣고 푸~욱 삶은 뒤 다시 꺼내 또 손으로 일일이 빨아야 합니다”라고 한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주곰탕에서는 흔하지 않은 수구레 요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수구레콩나물해장국은 시원한 육수와 어우러져 입맛을 당겨준다. 또한 수구레볶음은 갖은 야채와 함께 볶아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으로 여성들이 즐겨 찾는 요리다. 술안주로도 좋아 직장인들에게도 인기다. 수구레는 육회와 함께 차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요리다. 수구레무침은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으로 입맛을 살려준다.
나주곰탕은 단체모임이나 자모회 등 각종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좌석이 마련돼 있다. 연말연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나주곰탕’의 맑은 국물만큼이나 맑고 투명한 세상을 기대해본다.
문의 : 744-2008
신효재 리포터 hoyja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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