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격 이후 직접 피해를 입은 연평도를 비롯 소연평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등 서해5도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연평도 일부 주민은 완전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연평도는 물론 서해5도 전체가 무인도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 사이에선 29일 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미봉책만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여건만 되면 떠나고 싶다” =
연평도 사태 이후 뭍으로 탈출한 주민들 사이에선 ‘완전 이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연평도로 들어가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29일 연평도 주민 임시 거주지인 인천시 인스파월드에서 만난 홍재순(56)씨는 “평소에도 훈련 대포소리는 들으며 살았지만 이번 사태를 겪고 나니 무서워서 다시 갈 수가 없다”면서 “여건만 되면 연평도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사태 이후 뭍으로 나온 대부분 주민들은 육체적 치료는 물론 정신적 치료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연평도 실지 거주민 1361명 중 1263명이 인천으로 이동한 상태다. 연평도에 잔류한 주민은 31명에 불과하다. 잔류한 주민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연평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등 나머지 섬 주민도 불안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시 옹진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섬에서도 지난주 일부 주민이 빠져나온 것으로 안다”면서 “연평도처럼 대거 이동한 것은 아니지만 섬을 빠져나오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인천시 등 지자체와 정치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인천시는 29일 연평도 주민대책위와 간담회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임시 거주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을 이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의 대응도 본격화됐다.
한나라당은 박상은 의원, 민주당은 신학용 의원이 각각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을 29일 대표발의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전현희 의원이 대표로 ‘연평도 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다. 양당의 지원내용은 비슷하다.
서해5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큰 폭의 지원을 하자는 내용이다.
주민안전시설 현대화, 각종 개발 지원, 부담금 감면, 교육지원, 정주생활지원금 등이 포함됐다. 여야는 정기국회 안에 특별법을 놓고 병합심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
하지만 지자체와 정치권의 대책에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서해5도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반드시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서해5도에 사람이 살지 않을 경우 이 지역이 분쟁지역화될 가능성이 커져 북한의 의도에 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스파월드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는 박태원(51)씨는 “생활터전을 버리고 뭍으로 나와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선 돌아갈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다른 접경지역이 같은 요구를 해올 경우 정부의 부담은 끝이 없다”면서 “보상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주민들도 생활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여건만 되면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처방은 서해5도를 평화공존지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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