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마라톤을 뛰고 나서

지역내일 2010-12-03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지난주에 원주에서도 치악마라톤이 열렸습니다. TV로 각종 경기를 응원하던 차에 호승심이 발동하여 치악마라톤 하프 코스에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11월 21일 아침, 출발 신호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종합운동장 정문을 통해 단계동 사거리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차를 타고 다닐 때는 평지로만 여겼던 길들을 직접 발로 뛰어보니 높낮이가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조금 오르막길이다 싶으면 숨이 턱턱 막혀왔고 약간의 내리막길을 만나도 숨쉬기가 훨씬 편해져서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태장삼거리를 돌아 원주천변을 달리면서부터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혁신도시 입구에 설치된 반환점으로 가는 길은 경사도가 심해 숨이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하지만 반환점을 돌아 신나게 뛰어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니 다시 힘이 솟았습니다.
반환점을 돌아서 내려오다 보니 내 뒤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들 사이로 페이스메이커가 ‘2:00’라고 쓰인 풍선을 매달고 뛰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면 두 시간 이내에 완주한다는 것이지요. 앞으로 남은 한 시간을 인내하지 못하면 한 달 내내 후회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힘들어하기는 참가자들 모두가 다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다만, 순간적으로 포기하여 걷는 사람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요.
영서고등학교 삼거리를 돌아서 서원대로로 들어섰습니다. 남은 거리는 약 4km 남짓합니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만나면서 막 속도를 높이려고 하는데, 오른쪽 장딴지가 갑자기 뜨끔하더니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단 한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완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실망스러운 생각을 떠올리며 도로에 주저앉는 순간 배 번호에 부착된 옷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디고 작은 옷핀으로 장딴지를 찌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자기 살을 자기가 찌르는 것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승산혈, 승근혈 등을 빠르고 강하게 찌르다 보니 피가 방울방울 배어나오면서 단단하게 뭉쳤던 종아리 근육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걷는 것보다는 빠른 속도로 완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2시간 17분 42초!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록에 도전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지만, 준비된 도전만이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대회였습니다.


늘푸른한의원 김윤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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