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최초 대통령상 수상, 영서고 농악반

농악으로 전국을 제패합니다

원주의 자랑 매지농악과 취고수악대 전승해

지역내일 2010-12-03 (수정 2010-12-03 오후 3:32:36)

‘최초’, 어떤 것에 대한 처음이자 더불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이 단어에는 그것을 이루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고통도 함께 담겨있다.
‘제 19회 대통령배 전국 청소년 전통문화 경연대회’에서 강원도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영서고 농악반 학생들의 ‘최초’에도 그들의 숨은 노력이 담겨 있다.




●농악을 통해 자신감 찾아
영서고 농악반은 2000년 9월 만들어졌다. 당시 농업계 교사로 10여 년간 근무해오던 이승영(46·농업정보관리) 교사는 학업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자기 스스로 다른 일도 잘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를 해소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때 매지농악을 전수할 학생들을 찾고 있던 매지농악보존회 최혁 씨를 만나면서 함께 농악반을 발족시키게 된다.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게 느껴지던 2002년, 광주에서 열린 대회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우리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아이들도 놀라고 주변에서도 관심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2004년 전주대사습놀이 학생부 장원을 차지하고, 올해는 전국 청소년 전통문화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1학년 박태근 학생은 “처음에는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어요. 연습할 때는 힘들었지만 이렇게 상을 받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한다. 이승영 담당교사는 “농악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찾아가고 자기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한다.




●농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
농악반 아이들의 하루는 다른 아이들보다 1시간 먼저 시작된다. 아침에 일찍 등교하여 악기 연습을 하고 수업이 끝난 오후에는 상무 연습과 몸 연습을 한다. 방학 때는 1주일 간 합숙훈련을 하고, 대회가 있으면 밤이 늦도록 남아서 연습한다. 이렇게 힘든 연습을 참아내야 하니 처음에는 농악반에 들어오려는 아이들이 없었다고 한다.
농악반 2학년 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현 학생은 “중학교 때 영서고 축제를 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농악반 판굿을 보게 됐는데 너무 멋있어서 입학 후 농악반에 들어오게 됐어요”라고 한다. 1학년 박슬비 학생이 농악반에 들어오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입학 후 동아리를 홍보하는 선배들의 공연이 좋았어요. 연습은 힘들지만 졸업한 선배들이 자주 찾아와서 도움을 주고 그래서 대회에서 좋은 성과도 낸 것 같아요.”
농악반이 이렇게 영서고를 대표하는 명품동아리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1기부터 내려오는 선배들과의 유대가 큰 몫을 차지한다. 현재 농악반은 9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그중 10명이 국악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강원대 무용과 등 농악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한 학생들도 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꿈도 찾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통예술단 ‘아울’에 입단했다는 김병진(24) 씨는 “2학년 때 취미로 농악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몰랐던 내 소질을 발견하게 됐고 지금은 농악이 직업이 됐습니다”라고 말한다. 김병진 씨 외에도 대다수의 ‘아울’ 단원은 영서고 농악반 출신이라고 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영서고 농악반은 원주의 매지농악을 전국에 알려왔으며, 원주의 자랑인 취고수악대를 전승하고 있다. 또 1년에 한번 해외공연을 통해 우리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일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하지만 농악반을 운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많다. “아이들이 연습하는 과정에서 악기들을 많이 깨뜨립니다. 전문가가 아닌 아이들이 타악기를 다루다 보면 그런 일이 흔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학교 예산 외에는 예산 편성이 안 돼 있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어 이승영 교사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열악한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휴일에 연습 나온 아이들에게 자장면 한 그릇도 사줄 수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자기 고장의 문화를 전수하는 단체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배진희 리포터 jul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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