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말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잘 하여 서로간의 이해를 높여야 만사가 순조로울 수 있으리라는 뜻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처음에는 정치권에서 회자되더니 이제는 부모 자식 관계, 선생과 학생 관계,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 등등 사회의 모든 분야로 확대되어 어느 자리에서나 누구나 들먹이는 말이 되었다.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소통의 중요성을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먼저 강조해 왔다. 어느 의과대학에서고 정신의학 강좌 첫 시간은 으레 면담과 의사소통이란 주제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환자와 치료자의 관계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진다. 정신과 의사를 훈련하는 중에는 면담에 대한 검토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환자와의 면담을 녹음하거나 사후에 기록한 자료를 가지고 면담 중 오고 간 모든 내용을 함께 검토하는 시간이다. 이는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면담 기술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말만이 아니다. 말보다는 면담에서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말의 내용만이 아니라 말투나 발언의 타이밍, 표현 방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순간순간에 드러나는 행동반응들, 눈빛, 낯빛, 목소리의 크기나 높낮이, 자세, 태도, 아무런 의미 없어 보이는 사소한 몸짓 등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왜냐 하면 이런 점들이 말보다도 한 개인의 진실을 더 잘 나타내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면담의 진행 과정이 중요하다. 왜 그 순간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반응하였는가? 말한 것에만 주목하다 보면 오히려 더 중요한 정보들은 놓쳐버리기 쉽다. 그래서 면담자는 모든 정신과 에너지를 상대방은 물론 자신과 상호간의 면담 과정 자체에도 쏟아야만 한다.
특히 알코올의존의 회복에서 일방적인 소통은 효과가 없다. 알코올의존이란 질환이 아무리 결함이 많고, 환자들이 잦은 실수와 실패로 아무리 무능력하다고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단주와 행동수정을 요구하여서는 실패한다. 그가 자기 의사를 더 잘 표현하도록 돕고 이를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소통이다. 도와주려는 사람은 상대를 진실로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도움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 단주를 위한 가족들의 치료적 제안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오랜 세월 동안 그들 사이에 소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단주를 제대로 하기 위하여서도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748-5119(강원알코올상담센터)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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