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나고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가채점한 원점수 성적을 들고 입시설명회장도 다녀보고 각종 배치표도 구해보는 등 정시 지원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신을 가질 만한 것이 없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뿐. 수능이 끝났지만 아직 성적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 시점에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우리 아이가 조금이라도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수능의 ‘제5 영역’이는 ‘원서 영역’을 준비해보자.
원점수로 대학 가지 않는다!
올해 수능시험의 성적 분포도가 공개되는 내달 8일까지는 오직 가채점한 수능 원점수란 정보밖에 손에 쥔 게 없다. 이 성적을 기준으로 입시설명회나 배치표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해 가늠해볼 수는 있겠지만, 원점수는 현 수능체계에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정보다.
물론 성적이 크게 차이 나는 경우, 즉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학생과 한성대에 지원할 정도의 학생의 경우를 놓고 비교할 경우에는 원점수만으로도 충분히 표준점수와 백분위의 우열을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성적 차이가 현저한 학생들이 경쟁자로 부딪힐 확률은 거의 없다.
먼저 수능 성적표를 한 번 보자.
❚그림❚ 수능 성적표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는 아예 표기조차 되지 않는다. 대신 표준점수와 백분위만 나와 있다. 이런 까닭에 성적표를 독해하는 데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표준점수는 상위권 대학의 언․수․외 점수 계산에 주로 쓰이는데, 대학에 따라 언․수․외․탐 영역별 반영비율에 따라 산정된 최종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작게는 10%, 많게는 40% 반영되는 영역도 있으며, 언․수․외․탐 네 영역 모두 반영하는 비율도 다르다. 따라서 원점수는 동점이더라도 영역별 반영비율에 따라 계산하면 최종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둘째, 백분위 점수는 상위권 대학에서 탐구 영역 점수를 계산하는 데 그리고 여대나 중위권 이하 대학에서 언․수․외 점수를 계산하는 데 주로 쓰이는데, 엄밀히 말해 점수라기보다는 ‘석차’라는 의미가 강하다. 점수는 낮은데 등수가 높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가채점 원점수는 대략적인 지원 가능선을 파악하는 정도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심하자. 내 아이는 과거의 나와는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 학력고사가 아닌 수능을 치렀고,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와 백분위로 대학에 간다.
줄을 잘 서야 한다
정시 지원할 때 가장 중요한 지원 전략은 ‘우리 아이에게 유리한 곳에 가서 줄을 서는 것이다’. 간단한 비교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표1❚ 두 학생의 점수 비교를 통한 표준점수와 백분위의 차이
구분 | 수리(가)형 | 외국어(영어) | 단순 합계 | ||||||
원점수 | 표준점수 | 백분위 | 원점수 | 표준점수 | 백분위 | 원점수 | 표준점수 | 백분위 | |
A학생 | 100 | 154 | 100 | 92 | 128 | 93 | 192 | 282 | 193 |
B학생 | 92 | 146 | 99 | 100 | 136 | 100 | 192 | 282 | 199 |
원점수 합계는 같지만 수리를 잘 본 A학생과 외국어를 잘 본 B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표 1]). 둘의 원점수와 표준점수의 합계는 같지만, 백분위는 수리를 못 본 B학생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표2❚ 두 학생의 점수 비교
구분 | 수리 : 외국어 = 1 : 1일 때 | 수리 : 외국어 = 3 : 2일 때 | 수리 : 외국어 = 2 : 3일 때 | ||||||
원점수 | 표준점수 | 백분위 | 원점수 | 표준점수 | 백분위 | 원점수 | 표준점수 | 백분위 | |
A학생 | 192 | 282 | 193 | 193.6 | 287.2 | 194.4 | 190.4 | 276.8 | 191.6 |
B학생 | 192 | 282 | 199 | 190.4 | 284 | 198.8 | 193.6 | 280 | 199.2 |
반영비율을 달리하여 비교해보면 같은 원점수 총점을 받고도 최종 산정되는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표 2]). 수리영역 반영비율이 높을 경우,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할 때는 A학생의 점수가 높지만 백분위에서는 B학생이 앞선다. 외국어영역의 비중이 높을 경우에는 표준점수와 백분위 모두 B학생의 성적이 위에 있다. 게다가 반영비율과 반영기준(표준점수냐 백분위냐)에 따라 심할 경우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마지막 칸의 수치를 보면 무려 7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끔찍할 점수 차이다.
수리를 잘 본 학생(A)의 점수가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영 비율과 방식을 따져보고 우리 아이에게 유리한 대학과 학과에 가서 줄을 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으리라 믿는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성적이 아직 나오지 않은 지금이지만, 아이가 잘 본 과목과 잘못 본 과목에 따라 정보를 수집해두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 번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정시는 가․나․다, 세 군마다 대학과 학과를 하나씩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다. 이 또한 학력고사 세대와 다른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에 맞는 지원전략을 세워야 한다. 기본적으로 1개 이상의 군에는 안정 지원을 한 후, 적정 및 소신 지원을 배합해야 한다. 첫째, 1개 군에는 이변이 없는 한 합격할 대학과 학과에 지원하고, 둘째, 1개 군에는 성적에 딱 맞는 억울하지 않을 지원을 하고, 셋째, 나머지 1개 군은 선물로 여겨 약간 높지만 올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곳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안정 지원에는 관심이 없고 ‘최대한 어디까지 올려(!)’ 지원할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많이 보았다. 그것도 가․나․다 세 개 군 모두를 그런 식으로 지원하려 한다. 분명히 잘못된 지원 자세다. 모험을 하려면 반드시 안정된 대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에 무작정 지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최소한 1개 군 이상에는 반드시 ‘안정’ 지원을 하라. 그래야 객관적 관점을 확보하는 가운데 또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욕심으로 ‘객관적인 눈’을 가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아야 대학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
[김찬휘, 대학입시의 진실을 말하다-시즌2: 수능 마무리 학습법과 정시 지원 전략
강남지역의 수만여 학부모들과 전국의 숱한 명문고생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입시설명회를 개최해왔고, 국내 유일의 입시전략 인터넷방송 ‘입시포커스’를 운영하는 (주)티치미의 김찬휘 대표가 강남서초내일신문과 함께 수시 지원전략 특별기획(‘수시로 대학 가자’, 8월 14일자~9월 11일자)에 이어, 4회에 걸쳐 수능 시험일을 눈앞에 둔 수험생들에게 수리영역과 외국어영역의 마무리 학습법 그리고 2011학년도 정시 지원 전략 노하우를 연재합니다. <티치미 학습법>의 저자이기도 한 김찬휘 대표의 입시전략 인터넷방송은 (주)티치미의 홈페이지(www.teachme.co.kr)에서 볼 수 있으며, 자녀의 입시상담(569-4149 정재희 실장)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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