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요즘 전인적 치료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의료가 획기적으로 발달하면서 어쩔 수 없이 문제점도 많이 나타났다. 의료의 비인간화이다. 의료 기술이 첨단화하면서 전문화·자동화·세분화되는 동안 한 인간 전체로서의 고려는 점점 더 희박해져 간다는 뜻이다. 가능한 한 최소 단위로 쪼개고 나누어 분석해야 그 본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과학의 발달이다. 전문화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바로 이것이다. 의학도 예외가 아니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서양 의료가 처음 들어왔을 때, 의사는 내과와 외과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진료 영역을 혼자 처리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의과대생 대부분이 여러 임상과의 전문의가 된다. 병원에 따라서는 전문 분야를 더 세분하여 소위 분과 전문의가 있어, 한 가지 특정 질환이나 특정 신체 부위의 병만 진료하는 것이 추세이다. 일반내과가 내분비·순환기·소화기 등등으로 나뉘고 정형외과가 수부·족부·척추 등으로, 정신과도 소아·노인·중독 등으로 나뉜다.
전문화하면 이에 따른 이득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약점도 있다. 세밀하게 집중하느라 큰 그림을 놓치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 한 인간 전체의 고통과 고뇌를 잘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단적으로 신체 증상을 오로지 몸의 이상으로만 해석하다 보면 마음의 요인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내과 외래 환자의 약 60%에서는 심리적·정서적 문제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경험 많은 내과 의사는 환자의 몸만 아니라 마음의 문제까지 헤아린다. 병난 부위만 보고 원인을 찾고 이것만을 없애려 하지 말고, 한 인간 개체를 한 체계로 이해하여 병소만이 아니라 그 사람을 치료하려는 전인적인 개념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해는 특히 알코올의존과 같은 인생의 병을 회복시키는 데에 더욱 필요하다. 임신 당시부터 시작하여 아무런 기억도 없는 영유아기와 소아기·청년기·성인기의 성장과 발달을 살피고 학업 종교 직업은 물론 의식과 무의식, 성격, 나아가 그의 가족 환경을 거의 3대에 걸쳐 알아보는 등등은 그 사람을 전인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자세는 치료진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요구된다. 손을 다치면 그 부위만 소독하고 더럽히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알코올의존을 회복하기 위하여서는 상처 부위만 아니라, 인생살이의 모든 부분에서 스스로 삼가고 조심하느라 경우에 따라 손해 보는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바로 그것이 회복을 위한 전인적 노력이고 투자이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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