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의 힘 기르기

지역내일 2010-10-22

알코올의존인 사람의 가족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의 하나는 자신의 힘부터 기르는 일이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따르는 감정적 경험을 처리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알코올 의존이란 늪에 빠진,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 대처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가 취한 상태에서 막무가내라면 상대를 안정시키려고 섣부르게 위로하지 말고, 먼저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인다. 취하였을 때에는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 그 자리를 떠나든, 명상을 하든, 기도를 하든, 행동을 무시하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마음으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침착하게 생각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소리 지르지 않게 된다. 소리칠 필요조차 없다. 흥분하면 상대의 허튼 의도에 자신이 조종 되는 셈이 되고 결국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취한 상태는 선전포고를 할 때가 아니다. 차분하게 진정하면 상대에게 요구할 필요 없이, 자신이 자신의 행동 계획을 세워 간단하게 실행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화나고 억울하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분통을 터뜨리고 나면 무의식적으로라도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이 불쌍한 사람을 너무 공박하고 학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지게 되고, 보호자가 이렇게 나오면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게 된다. 소동을 벌였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 없는 관습적 반응이 반복될 뿐이다.
일단 과민반응하지 않는 데에 성공하면, 무의식적인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그래야 정말로 자유로워져,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나아가 상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것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화나고 당황하고 우울한 감정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온전한 정신 상태를 위해 자신의 행동 반응부터 바꾸어야 한다. 병원에 들락날락 데리고 가지 않기 위해서, 이 미친 상황과 휘말려 살면서 생기는 자신의 소화 장애, 근육관절통, 두통 등등의 신경성 증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더 온화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분란과 혼돈의 한 가운데서 정신을 제대로 추스르기는 소란스러운 술집에서 명상하기만큼 어렵다. 상대가 아니라 스스로가 성공하는 쪽으로 동기를 갖자. 그러기 위해 자신이 자신을 먼저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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