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들이 목요일 밤마다 공차는 사연
환하게 불이 켜진 야외 구장. 성사동 훼릭스 클럽 안에 있는 풋살 경기장이다. 목요일 저녁 9시에서 11시까지 모여 공을 차는 이들은 목요 풋살 동호인들. 오로지 ‘공차는 것이 좋아’ 모인 이들이라 만나면 시작도 공, 끝도 공이다. 술은 안 마셔도 공은 차야한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목요일 밤마다 풋살 하러 모여요
풋살은 축구와 비슷한 운동으로 미니축구라고 할 수 있다. 경기장 크기가 축구경기장의 1/4에 불과하며 5명이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한다. 적은 인원으로 동호회를 꾸리기 적당하기 때문인지 우리 지역 내에도 풋살 동호회가 여럿 운영되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중산동 채공석 씨는 지난해 10월에 「목요 풋살 동호회」를 꾸렸다. 그가 다니던 교회, 아이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의 아빠들 10명으로 시작해 멤버 교체를 반복했다. 지금은 15명이 등록되어 있고 연습에 참여하는 이들은 12명쯤이다. 채 씨에게 멤버 교체가 잦은 이유를 물으니 엉뚱하게도 주 5일제 때문이란다.
“회식이 목요일 밤에 많아요. 이 시간에 공을 차려면 그 유혹을 참고 나오는 거죠. 술 좋아하는 아빠들은 다 탈퇴했어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인가. 그러나 목요 풋살 동호인들은 하나를 잃고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자랑했다.
“풋살은 구장이 작아서 공격과 수비를 따로 정하지 않아요. 쉴 새 없이 움직이니 운동량이 많죠. 또 좁은 공간이라 정교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돼요.”
회원 김경환 씨의 말이다. 그는 “넓은 구장에서 축구를 할 때는 각자 맡은 곳만 하면 되지만 풋살을 할 때는 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풋살은 태클이나 몸싸움 자체가 기본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배구장만한 공간만 있으면 되는 까닭에 속도감이 매우 뛰어나다. 빠른 순발력과 판단력,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훈련을 거듭하다 보면 공을 다루는 실력이 저절로 늘어난다. 실내에서 하기도 하지만 이들처럼 실외 경기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초겨울 날씨에도 반바지를 입고 뛰는 회원들을 보고 놀랐지만 연습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에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체력과 축구 실력 키워주는 풋살 모임
“저희 연습 시간이 11시에 끝나면 1시까지 하는 팀이 또 와요. 땀을 많이 흘리니까 춥지 않아요. 직장에서는 하루 종일 거의 움직임이 없는데 운동 하고 나면 시원해요.”
초창기부터 꾸준히 풋살을 해 온 박정균 씨는 목요일이 되면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진다고 말했다. 공을 차면서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날려 버린다고 좋아했다. 그는 “전에는 어쩌다 한번 씩 축구를 하면 며칠 동안 아프고 힘들었다. 지금은 시합을 해도 별로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나오니 운동하는 맛이 나고 체력도 좋아졌다는 말이다.
김현철 회원은 멀리 안양에 산다. 직장이 고양시라 동료를 따라 모임에 나오게 된 경우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면 1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공차는 것이 좋아서 빠지지 않고 나온단다. 그는 「목요 풋살 동호회」가 “편안한 모임이라 좋다”고 말했다.
“어떤 곳에 가면 위계질서가 강해서 불편하거든요. 편하게 공 찰 수 있고 실력이랑 체력도 늘어나니 좋아요.”
김 씨 외에도 강남에 사는 회원도 있을 만큼 가입에는 특별한 제약이 없다. 회비는 3개월에 5만원이다. 공차는 것을 좋아하고 목요일 저녁 밤 시간에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단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숙고해 보기를 권한다.
식구들 눈치 보이지만 공이 좋은걸
채공석 씨가 말하는 「목요 풋살 동호회」의 자랑거리 하나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공을 찬다는 것이다. 열 명이 오면 다섯 명 씩, 심지어는 네 명이 와도 두 명 씩 모둠 지어 뛴다. 구장이 넓지 않아 적은 인원이 모여도 부담스럽지는 않단다.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30~40대의 젊은 아빠들이 주축을 이루다 보니 한창 아이들을 씻기고 재워야할 시간에 운동 한다고 집을 나서려면 뒤통수가 살짝 당긴다는데. 그래서 아이들이 어리거나 많은 아빠들은 오래 하지 못하고 그만두기도 한다. 술 좋아하는 사람 빠지고, 애들 어린 아빠들 빠지고, 남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축구에 미친 사람들’. 채 씨는 해외로 출장을 다녀와 새벽에 귀국해서도 연습에 나온다. 그에게 목요일 풋살 모임은 ‘절대 뺄 수 없는 일정’ 이다. 그는 앞으로 이 모임이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풋살 모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회원이 제자들이랑 함께 공 차러 나오기도 했거든요. 보기 좋죠. 애들도 5학년 이상 되면 함께 찰 수 있어요. 아빠들이 아이들 데리고 같이 하는 모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늦은 시간에 만나는 만큼 연습이 끝나면 술자리 없이 헤어지며 그 다음 주를 기약한다. 축구 실력을 키우고 체력을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에 항상 즐겁다는 이들. 오직 축구만을 사랑하는 모임인 「목요 풋살 동호회」의 건강한 기운이 가족과 지역으로 활기차게 번져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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