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머리에 불을 댕겨라

끊임없는 대화가 정답

지역내일 2010-11-02
책 제목과 표지 그림이 다소 직설적이어서 일면 가볍게 읽을거리쯤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지은이의 약력이 제법 단단해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미국 LA 빈민가 초등학교에서 3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쳐온 사람으로, 교사 직업으로는 유일하게 국가예술훈장을 받았고 월트디즈니 선정 올해의 교사상,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 등을 수상했다는 빵빵한 프로필이다.
가르친 학생들이 90퍼센트 이상 극빈층이자 영어를 제2언어로 배우는 이민 가정 출신.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 표준화시험 상위 1퍼센트 안에 들었거나 극단(호바트 셰익스피어단)을 만들어 LA와 런던 등지 극장에서 연극을 공연하는 등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줬다. 이쯤 되면 호기심을 제치고 뭔가 전수할 노하우가 없는지 꼼꼼히 훑어보는 단계로 넘어간다. 그렇고 그런 교육 서적들 속에 단순히 신간 한 권이 추가된 것은 분명 아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지은이는 정확히 핵심을 건드린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강조하는 바는 ‘자신에 대해 중심이 선 아이’로 키우는 것. 이를 위해 9가지 가치를 강조한다. 시간개념, 집중력, 탐구심, 의사 결정력, 책임감, 이타심, 겸손, 분별력, 비전. 아이의 인생에 꼭 필요하지만 평소 각잡고 진지하게 가르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는 내용들이다. 관건은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는 일. 예를 들면 아이와 함께 야구장에 갔을 때 1회부터 9회까지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흘려보내지 말라는 얘기다. 물론 매 순간 적합한 지점에서 이 가치들을 화두로 꺼내는 주도면밀함, 세심함이 필요하다. 영화나 책, 게임을 즐길 때도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듣다 보니 부모의 상식이 아주 풍부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겁부터 먹지는 말자. 비록 지식과 상식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진심을 담아 아이와 대화하는 습관이 있다면 절반은 성공이다. 학교 성적보다 값진 아이의 마음가짐 변화가 기다릴 것이다. 그 변화에 더 기뻐할 줄 아는 교육 마인드만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지은이 레이프 에스퀴스
옮긴이 박인균
펴낸곳 추수밭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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