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유기농? 뭐 좋은 건 다 알지만, 더러는 못 믿어서, 더러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 귀찮아서, ‘얼마나 더 살겠느냐’며 지금까지의 식탁을 고수한다. 하지만, 알고 있는가. 앞으로 우리 자녀들이 살아나가야 할 이 곳, 이 땅을 행복하게 가꾸는 일이 건강한 먹을거리와 무관치 않다는 것을...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며 친환경으로 가는 길은 뭘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닭을 인격적으로 대할 때, 달걀은 ‘건강한 행복’이 된다~
‘닭도 사람을 볼 줄 안다’, ‘화가 나는 사람은 계사에 들어가지 않는다’, ‘움직임이 크면 닭들이 놀라니 주의해 달라~’ 유기농계란 생산지인 산안마을(야마기시즘 실현지)의 김성보씨가 누누이 당부한다. 그리곤 닭과 대화를 한다. “달걀 꺼내러 왔습니다~.”
똑똑 두드리고는 잠시 머뭇하는가 싶더니 산란상자의 뚜껑을 연다. 막 알을 낳은 암탉 한 마리가 보였다. 나름 규율도 있다. 닭들은 먼저 들어간 암탉이 알을 낳고 나올 때까지 자기 순서를 기다릴 줄 안다. 햇살이 따사로이 비치는 계사 안에는 갈색 빛의 통통한 암탉들과 흰색의 수탉 몇 마리가 자유롭게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산안마을의 닭들은 유기축산물인증면적보다 2.5배나 크고 넉넉한 계사와 2~3만평이나 되는 넓은 초지도 가졌다. 푸른 들판에서 풀을 뜯는 닭의 모습,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먹어본 닭이 먹을 줄 안다고, 섬유질이 많은 풀을 소화하려다 보니 이 곳 닭들은 일반 닭 대비 창자길이가 1.5배나 길고, 장 운동도 활발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닭에게는 악환경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막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의 먹이로 딱딱한 현미를 주고, 물을 계사와 아주 먼 곳에 놓거든요. 운동량이 늘 수밖에요.” 첫 먹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성보씨는 병아리의 첫 먹이가 어떠냐에 따라 소화기와 내장이 그에 적합하게 발달한다고 했다. 계분이나 달걀에서 비린내가 안 나는 이유도 완전한 소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강한 생명력과 면역력으로 질병도 걸리지 않고, 스트레스 없는 환경 속에서 여유롭게 생활하니 닭이 행복하다. 닭이 행복하니 여기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하다. 이곳은 분명 사람이 우선이 아닌 닭들을 위한 세상이다. 항생제 없는 유기농 사료를 먹고 건강하게 자란 닭이 낳은 ‘행복의 사자’ 유정란의 맛은... 담백하고 쫄깃쫄깃했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한 식탁 제안-먹을거리발자국 체크, 가까운 먹을거리로 신선하게~
▷유기농산물, 제대로 알고 먹자_ 유기농으로 생산된 유정란이 밥상에 올랐다. 기존 농산물에만 적용되던 친환경인증제도가 축산물에도 도입, 포장박스의 ‘무항생제축산물인증’ 마크가 선명하다. 항생제가 첨가되지 않은 사료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육조건, 번식방법 등 세부기준을 통과해야 받을 수 있는 인증제도다. 농산물도 마찬가지. 하지만 유기농산물로 인증되기까지는 유기합성농약, 화학비료의 사용량에 따라 저농약→무농약→전환기유기농의 순서를 거친다. 화학비료의 남용으로 산성화된 토양을 되돌리는 덴 시간이 필요하다. 단계별로 1~3년의 기간을 거치며 자연생태계에 순응하는 토양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그래서 예서 나온 농산물을 크게 친환경농산물이라고 부른다. 자연 면역력으로 튼튼해진 토양에서 건강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이렇게 자연과 사람은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다.
▷우리 것으로 이동거리는 짧게, 그리고 신선하게~_ 밥상에 오른 야채며 고기,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이곳까지 왔는지 헤아려 본적 있는가. 먹을거리발자국(푸드마일리지)은 식품 수송량(t)×소비자 간 거리(Km)로 계산한다.(자가테스트-한살림 홈페이지 참조)마일리지는 쌓일수록 좋지만, 먹을거리발자국만은 예외다. 식재료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이동한 거리가 길수록 먹을거리발자국은 커지게 되고, 결국 불필요한 유통비용과 그에 따른 환경오염, 식품 신선도의 문제가 따라온다.
“먹을거리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까운 먹을거리(로컬푸드)를 이용해야 한다. 가까운 먹을거리는 장거리운송(50km이내)을 거치지 않은 지역산 농산물로,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의미”라는 화성의제21 바른밥상지기 정명주씨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이동거리도 줄이고 도농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것만 선택해도 충분히 가까운 먹을거리다. 미래에는 1차 산업으로 돌아가야 나라가 살 수 있다고 한다. 그 옛날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던 때로의 회귀가 행복한 밥상의 조건이다.
▷실생활에서 펼치는 작은 실천, 친환경으로 한걸음씩_ 수입산 오렌지 대신 제주도 한라봉이나 청견오렌지로 대체해볼 수 있지 않을까. 바나나같이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안 되는 식품이라면 되도록 유기농이나 공정무역한 것을 구입한다. 생협연대의 ‘자연드림’이나 ‘한살림’같은 유기농 매장을 이용하는 것도 안전한 식품구입 방법이다. 일단 유기농은 벌레 먹고 못 생겼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금방 시든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자생력이 생긴 유기농산물은 병충해에 강해 상품성도 뛰어나고, 오래 보관해도 쉬이 시들지 않는다. 조금 부지런하다면 작은 스티로폼 상자에 텃밭을 가꾸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키우기 쉬운 농산물 한두가지 수확해 밥상에 올리는 맛, 굳이 주말농장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친환경의 일상화 조건,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필요해
쌀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식품자급률은 5%, 그 중 친환경농산물시장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값싼 수입농산물이 계속해서 유입,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농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도 있다. 더구나 친환경인증을 받기 위한 까다로운 인증조건들이 영세한 농가에 부담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정명주씨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일도 모두의 바람이다. “직거래가 많아졌음 좋겠다”고 산안마을에 동행한 주부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처음엔 유기농 인증을 받아도 그 이후에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농장주의 마인드를 믿어 보고플 뿐이다. “품질, 믿음으로 다가간다면 소비자에게 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직접 농장을 찾아 체험하고 경험해본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택을 절대 바꾸지 않고, 주변에 권하기도 합니다.” 직접 손발로 뛰어 품질을 인정받는 게 제일 좋다며 경험담을 들려주는 산안마을 김성보씨는 유기농의 첫째 기준을 ‘정신’에 둬야 한다고 했다. 돈 욕심이 생기면 절대 지킬 수 없는 게 유기농생산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보고 별나다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 시선 때문에 친환경에 대한 좋은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는 주부 공희자씨는 소비자가 적극적일수록 밥상이 건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건강한 먹을거리 교육을 재차 들어가며 환경을 지키는 일을 실생활로 옮겨보려는 주부들의 작은 행보가 지구를 살리고 다음세대를 행복하게 만든다.
도움말 화성의제21 바른밥상지기, 산안마을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Tip. 가까운 먹을거리, 친환경생산지
은성농원(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011.895.9292 _ 포도·배 생산, 체험가능
화수관광(화성시 우정읍 화수리) 019.603.2741 _ 포도 생산
문구농산(화성시 남양동) 031.356.7975 _ 애호박·느타리 생산
화성유기영농법인(화성시 동탄동) 031.375.6212 _ 토마토·대파·양상추·상추·고추 등 생산,
토마토농장 체험가능
물꽃마을(화성시 수화동) 031.366.9158 _ 오리농법 유기농 쌀, 감자·고구마·옥수수 생산,
모내기, 벼베기, 농산물수확 등 사계절 체험가능
산안마을(화성시 향남읍 구문천리) 031.353.3920 _ 유정란 생산, 계사 및 부화체험가능
또나따목장(화성시 마도면 백곡리) 031.356.1602 _ 우유 생산, 로봇착유시스템 견학 및
우유짜기 체험가능
※기타 농촌·영농체험마을은 화성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http://nongup.hscity.net)
화성시농촌체험관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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