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의도적 부풀리기’

정부, ‘주택부문’을 ‘복지’에 포함 …

지역내일 2010-10-05
국제통계기준과 달라
정부가 발표하는 복지예산규모가 국제통계기준과 달라 통계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2011년도 예산안에서 주택예산 18조원을 포함시켜 복지예산 규모가 86조원이고, 이는 총지출 대비 27.9%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통계기준을 잘못 적용한 착시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박인화 심의관은 “정부가 사회복지분야로 분류한 주택부문 지출은 IMF의 정부재정통계 중 복지지출로 간주되는 사회적 보호에 포괄되는 범위와 무관하다”며 “IMF 재정통계는 주택과 관련해 ‘주택 및 지역사회개발’이라는 별도 분야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정부재정통계를 발표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유엔(UN)의 예산분류체계에 따라 복지재정지출 규모를 산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 복지예산을 산정한다.
실례로 IMF는 2007년 우리나라 중앙정부재정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21.7%라고 밝혔지만, 정부는 이를 27.7%라고 발표해 무려 6%p 차이가 난다.
정부는 2005년부터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분류되는 주택부문 지출을 사회복지분야로 변경시키기 시작했다. 2006년 예산안에 처음으로 주택예산 12조원을 포함시켜 복지예산으로 발표한 이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심의관은 “2005년 38조원 규모의 복지지출이 2006년에는 56조원으로 일시에 47.8%나 증가하게 된 것은 종전에 SOC분야로 분류됐던 주택부문 지출을 정부가 2006년부터 사회복지 분야로 변경시킨 데 기인한다”며 “주택문제와 관련된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해 이를 복지지출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면 주택예산 중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 주거비용지원만 선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감사원은 ‘2007년회계년도 결산검사 결과’에서 “IMF 기준 등 국제기준과 분류체계가 달라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재원배분 개선효과 파악이 곤란한 실정”이라며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으로 경제사업과 사회복지 등 분야별 재원배분을 객관적으로 국가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IMF 기준 등 국제기준에 따라 지출규모를 산정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를 이를 무시하고 해마다 같은 방식의 복지예산 규모를 발표하고 있다.
한편 예산정책처 박 심의관은 “유엔 분류기준에 따른 복지지출 추정에는 예산 외로 운용되고 있는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재정지출이 빠져 있다”며 “이것까지를 포함시켜 복지지출 규모를 전반적으로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획재정부 예산실 한 관계자는 “국회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2005년부터 통계를 내오던 것이라 내부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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