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와 서초구에는 각 동마다 주민자치센터가 40여개에 이른다. 2~3년 전부터 주민센터의 유휴 공간을 이용한 문화센터가 하나 둘 문을 연이래 최근에는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와 동별 문화센터에서 어린이, 주부, 노인 등 다양한 층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설돼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 문화센터들은 체육, 건강, 어학, 취미 등 주민들의 건강과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더불어 교육적인 부분까지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하며 점점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워 이용이 편리하고 사설 학원이나 사설 스포츠센터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과 수업의 질 또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등 많은 장점들이 알려지면서 몇몇 인기 강좌에는 수많은 대기자가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이런 추세에 힘입어 우리 동네 주민센터 자치프로그램이나 동별 문화센터의 인기 프로그램과 이색 프로그램 등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본다.
2중 언어 능통한 강사와 아이들의 즐거운 소통
서초2동 어린이영어교실
2007년부터 시작된 서초2동 주민센터 2층에 자리한 어린이영어교실은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중 대표 인기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시작된 이 영어교실에는 4개 반에 60여 명이 수강중이지만 대기자는 200여명에 이른다. 왕초급반,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등 총 4개 반으로 주 5일간 한 시간씩 체계적인 영어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초2동 주민센터 문화교실 담당자 김은정씨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요인으로 저렴한 교육비와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가 반영된 커리큘럼, 우수한 영어강사 등을 이유로 꼽았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지면서 수강생이 몰려들었고, 지금도 영어교실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꾸준하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왕초보반에서부터 미국 교과서 4학년 과정을 소화하는 고급반까지 한 명의 영어선생님이 4개 반을 책임지도 하고 있다.
서초2동 주민센터 영어강사인 조은혜씨는 미국 교포이다.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을 졸업하고 청담어학원을 거쳐 이곳에서 강사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경우 영어는 무조건 원어민에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깊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2중 언어를 원활하게 구사하는 경우 훨씬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10살 때 부모 따라 이민 간 조은혜씨는 영어와 한국어 둘 다 능통한 케이스다. 수업시간에 철저한 룰을 정해 그 안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조씨는 수업시간에는 100%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왕초급반 학생들은 수업 중에 아무리 영어로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요.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럴 때 한국말로 단어의 뜻 정도만 말해줘도 아이들이 활짝 웃어요” 조씨는 강사가 이중 언어를 원활하게 구사하는 것이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나 가르치는 강사 입장에서도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서초2동 주민센터 영어교실 수강생들은 지난 8월 ‘모의G20정상회의’를 개최해 많은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한 달 수강료는 10만원이다. (수강문의 02-2155-7435)
원어민과 한국인 교사의 환상의 하모니
청담2동 유아영어교실
강남구 청담2 문화센터의 유아영어교실 또한 인기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6~7세 대상의 이 프로그램은 수강료도 저렴하지만 원어민과 한국인 보조교사 2인 체제로 수업을 진행해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저희 문화센터에는 일반학원에 다니다 온 아이들이 많아요. 수업 중에 아이들이 못 알아들으니까 숙제가 뭔지도 모르고 답답하죠.”
그래서 부모들이 상담이나 숙제 등 한국인 보조교사의 자세한 설명이 있는 이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청담2 문화센터 조현미 담당자는 말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호주 출신으로 음악을 전공한 원어민 강사가 영국식 발음과 미국식 발음의 차이를 설명해 줘 어릴 때부터 다양한 발음에 노출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한 반에 12명 정원으로 4개 반이 개설돼 있고 1년 과정으로 커리큘럼이 진행되다 보니 좀처럼 중간에 자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발 빠른 부모들은 아이가 5세 때 미리 6세반에 대기자로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고 담당자는 전한다. 한달 수강료는 4만원이다. (수강문의 02-2176-0650)
관찰하고 실험하고 토론하는 즐거운 과학놀이터
개포1동 ‘생활과학교실’
개포1동 주민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초등학생 대상의 ‘생활과학교실’은 흥미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한 실험위주의 수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은 미래사회의 핵심 동력이다. 오늘날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직시하고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 주변의 여러 현상이 과학과 연관돼 있고 실험을 통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가르쳐주는 수업으로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세부 수업 내용을 살펴보면 ‘손소독제로 바이러스를 이겨요’, ‘우리 몸 속 작은 방 이야기’, ‘여기는 기상국입니다’ ‘바다의 기름을 제거해요’ ‘쭈글쭈글 삼투압’ 등 제목만 들어도 흥미로운 주제들로 이루어졌다. 개포1동 과학교실 노주원 강사는 “요즘 아이들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과학을 받아들이는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아이들이 직접 실험과 관찰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고, 토론하는 시간은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시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개포1동 과학교실에 접목된 프로그램은 이 분야에서 검증된 한양대학교 청소년 과학기술진흥센터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며 강사 또한 이곳에서 파견된다. 3개월 동안 10여 개의 테마로 실험이 이루어지며 수강료는 재료비 포함 3개월에 5만원이다.
노주원 강사는 “교육비도 저렴하고 그래서 그런지 한 반에 20명 정원인데 대기자가 몰려 한 반을 더 신설해 지금 40명이 수강 중”이라며 “실험 내용이 중, 고등학교 과학과 물리의 일부 내용까지 설명을 해줘서 선행이 되는 점도 이 프로그램이 장점”임을 설명한다.
(수강문의 02-3461-6081)
두들겨라!! 더 더 신나게 두들겨라
반포1동 ‘난타교실’
강남구와 서초구 주민센터 프로그램에는 눈에 띄는 이색 프로그램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이 난타프로그램이다.
지난 월요일 오후 3시 반포1동 주민센터 3층 난타교실에선 휘모리 장단에 맞춰 우람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21명의 난타 참여자들은 음악에 맞게 안무를 하면서 신명나게 북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 마치 진짜 난타 공연을 재현하는 것 같았다.
반포난타교실 반장인 노정애(59세)씨는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에 매료돼 배우게 됐다”며 “스트레스 해소에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난타를 소개한다.
창을 전공한 한지영씨가 난타지도를 하고 있는 반포난타 프로그램은 지난 3월에 개설된 이래 총 21명의 수강생이 참여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2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한결같이 난타 연습을 한다. 프로그램 담당자는 나름 이색적이다 보니 난타에 대한 관심과 배우려는 사람은 많은데 한정된 북과 자칫 소음이 될 수 있는 북소리 때문에 강좌를 늘이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다고 전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자들은 40대에서 70세까지 주로 주부들이다. 이곳 난타 수강생들은 서울시 행사는 물론 서초구의 각종 행사에 초대되어 신명나는 오프닝을 장식하는 등 난타교실에서 배운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아마추어 난타공연의 새로운 장을 선보이고 있다. (수강문의 02- 2155-7593)
“난타의 매력에 빠져 전공까지 바꿨어요”
난타강사 한지영씨
반포1동 난타교실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지영(29세)씨는 서울 예술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우연히 판소리와 접목한 난타공연에 참여했다가 10년 넘게 한 판소리는 접고 난타 강의만 하는 난타전문강사이다.
“난타는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니 팀플레이 완성에도 좋아요.”
난타를 배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지 물었더니 “전혀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지 않다”며 “난타를 배우고 싶은 분들은 그냥 즐길 준비, 스트레스 풀 준비, 수강생들과 호흡을 맞출 준비를 하고, 편안한 마음가짐만 준비하면 된다”고 재치 있게 대답한다. 난타수업은 배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난타 공연을 할 수 있고 일부 팀에서는 아마추어 주부 공연단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며 다양한 무대경험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권장한다. JY 난타원 원장이기도 한 한씨는 현재 반포난타교실 외에도 노원문화예술회관, 약사협회, 신협, 송파노인복지관 등 15군데에서 난타 강의를 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요가, 댄스, 탁구가 대세
강남‧서초구에 개설된 문화센터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것이 운동 프로그램이다. 요가, 탁구, 게이트볼, 단전호흡, 골프, 헬스, 스포츠댄스 등 수많은 운동 프로그램이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운동 프로그램은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수강료가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여러 가지 운동 중에서도 가장 많이 선호하는 운동은 요가와 탁구, 댄스 등이다. 이 중에서도 주부들에게 특히 가장 인기 있는 운동은 요가다. 대부분의 강남‧서초구내 문화센터에는 수요가 많은 만큼 요가교실이 대부분 개설돼 있다. 대치4 문화센터(02-2176-0710)에는 요즘 유행하는 다양한 요가 프로그램이 마련돼 취향에 맞는 요가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필라테스에서 파워요가, 바이오요가, 웰빙요가, 건강요가, 다이어트요가, 반야사요가 등 개설된 요가의 종류만도 8가지다. 특히 개포1동 요가교실(02-3461-6081)과 양재1동 요가교실(02-2155-7861)은 쾌적한 시설과 우수한 강사, 저렴한 비용 등으로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순발력과 지구력, 민첩성 향상에 좋은 탁구 또한 주부들에게 인기이다. 강남구 개포2동 문화센터(02-2176-0750)에는 4개의 탁구반이 개설, 80여명이 이용 중이다. 서초구 방배2동 탁구교실(02-2155-7771) 또한 동호회가 결성될 정도로 주부 탁구반이 활성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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