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엄마’라서 자랑스러운 독서교육의 전도사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

지역내일 2010-09-29


“선생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여성으로 태어나서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선생님,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68세)이 자녀교육에서 ‘엄마’의 역할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남 원장은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어린이문학으로 석사학위, 청소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교육정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국어교과서, 교육방법, 교육정책을 연구하던 중 독서능력과 학습능력이 비례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국내 최초로 독서능력 진단 및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독서교육학자이다.
7년 전 교육개발원을 정년퇴임한 후 지금까지 한국독서교육개발원의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바른 가치관과 따뜻한 품성을 지닌 독서지도 전문교사 양성과 부모들의 효과적인 자녀독서지도를 위해 활발한 강의와 저술활동에 여념이 없는 남미영 원장을 어렵사리 만나봤다. 


인생에 세 번 찾아온 터닝 포인트
남 원장은 6.25전쟁 때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직접 쓴 ‘아버지의 보석’이라는 수필에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는 툭하면 “그렇게 못생겨서 시집이나 가겠냐?”고 말씀하셨다. 할머니의 그 말씀으로 반항적인 모습만 보이던 열 살의 소녀에게 첫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되어준 것은 ‘미운오리새끼’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그 시절 갈등과 방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다고 말한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간 점집에서의 체험이다. 가난했던 그녀는 당연히 중학교도 못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쟁이는 “공부를 끝까지 하겠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남 원장의 어머니는 ‘입에 풀칠할 것도 없는 데 무슨 중학교’라고 생각하시며 흘려 넘기셨지만 남 원장에게 이 말은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결국 열심히 공부해서 거의 무상으로 교육하는 사범병설 중·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고교 졸업 후 교사로 2년간 재직했으나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학비마련을 위해 악착같이 공부해 4년간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다녔다. 남 원장은 비록 점쟁이의 한마디였지만 그것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큰 에너지가 되었다고 한다.
세 번째 터닝 포인트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였다. 대학 졸업 후 남 원장은 결혼하여 아들 셋을 키우는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 대기석에 놓인 잡지에서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다. 시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과연 누가 나의 이름은 불러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고 그날따라 가슴에 와 닿은 시 ‘꽃’은 그녀에게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다. 35세의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를 마친 후 교육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고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남 원장은 “자신을 스스로 레일 위에 올려놓으면 에너지가 동력이 되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바람처럼 밀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학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은 남 원장은 문학가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제1회 해송동화상과 제34회 소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
남미영 원장은 68세라는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연 120여회에 달하는 강연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독서지도서를 저술하고 있다. 강연을 요청하는 곳도 각 학교에서부터 지자체까지 다양하다. 작년과 올해는 중학교 국어 검정교과서 편찬 작업까지 하고 있다. 
남 원장은 16년 전 대구강연에서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300명이 입장 가능한 장소에 겨우 일곱 명만 모였는데 강당밖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왜 안 들어오시냐고 했더니 다음 시간의 엄앵란씨 강의를 듣기위해 미리 왔다는 거예요. 사람들의 독서에 대한 무관심을 절감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대구시 체육관에서 있었던 독서지도 강연에서는 1,300여 명이 모여, 독서교육의 성장과 관심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7명이 1,300명이 되는데 16년이나 걸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남 원장이 저술한 독서지도서는 유아들을 위한 ‘엄마의 독서학교’, 초등학생을 위한 ‘공부가 즐거워지는 습관 아침독서 10분’, 중·고생을 위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독서기술’, 독서지도 전체를 아우르는 ‘엄마가 어떻게 독서지도를 할까?’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독후활동 방법론으로 엄마의 질문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질문방법 관련 도서를 준비 중이다.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독서의 힘
남 원장은 세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못했어요.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는 점점 성적이 올라갔고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대학에 가서는 더 열심히 공부해 아이들 셋 모두 장학생이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하고 말했다.
미국 버클리 대학 심리학연구소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600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성공하는 사람들의 다섯 가지 특징을 강한 집중력, 살아있는 감성, 창의적 생각, 정직한 성품, 풍부한 독서력으로 꼽았다. 남 원장은 이 모든 조건이 독서를 하는 중에 자연스레 길러지는 능력이란 점을 생각하면 책읽기가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고 한다. 책읽기란 단순히 책 속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세상 읽기이며, 사람 읽기이며, 마음 읽기이며, 세상에 적응하는 연습이라는 것이다.
독서지도에 대한 열정으로 어떤 젊은이보다 더 역동적인 삶을 살고 계신 젊은 시니어 남미영 원장께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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