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친구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죠.”
세계는 ''지구촌''이라 할 정도로 지리적인 국경의 의미를 넘어 한 울타리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말일 뿐. 직접 피부로 느껴보기엔 한계가 많다. 하지만 세계와의 작은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고양시에서 주최하는 홈스테이다. 해마다 세계 각국의 게스트들을 초청해 이뤄지는 고양 홈스테이는 날로 호스트 가정 신청자가 늘고 있어 고양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9월10일 금요일 오후 2시. 일산동구청 다목적교육장. 이날은 일본 청소년 방문객과 이들을 맞이할 호스트 가정들의 첫 대면식이 열리고 있었다.
“곤니찌와(안녕하세요),”“하지메 마시떼(처음뵙겠습니다)~”
호스트 가정 대표들은 방문객들이 낯설어하지 않도록 친근하게 대화를 술술 풀어나갔다. 사실 호스트를 신청하는 가정들의 절반 정도는 이미 몇 년 째 호스트로 활동해온 경우가 많다. 이번 고양 홈스테이는 한.일 국가간 청소년 교류 활동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 청소년 30여명이 고양시 주민들 가정에 각각 2박 3일간 머무는 일정이었다.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일반 가정에서의 생활을 통해 한국 가정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게 홈스테이의 진정한 의미일 터.
이를 위해 각 가정별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계획도 세워야 한다. 고양시 관광을 시작해 서울 나들이는 물론, 함께 저녁 밥상도 지어보고 가족 모임에 함께 동석하는 등 소박한 삶 그대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화투치기, 민속악기연주 등을 해보겠다는 가정도 있고 한국 대학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연.고전(고.연전)’ 관람도 계획하는 가정도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외국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교류하는 그 재미에 호스트 활동을 계속하게 된다”고 호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그리고 방문객의 나라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으로 미리 해야 한다고 조언도 해준다. 짧은 일정이지만, 3일 동안 딸처럼 아들처럼 같이 생활하다 보면 헤어질 때 너무 아쉽다고도 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너무 짧은 3일이란 시간이지만, 이들이 나라,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지구촌 친구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고양 홈스테이 호스트로 활동하려면 일단 자격 요건에 적합해야 하며, 자세한 사항은 일산 동구청이나 고양시 홈스테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Mini Interview] 6년째 호스트 활동 해온 주엽동 김용순씨.
“세계 곳곳에 수십 명의 친구들이 있어요”
이날 행사에서 호스트 가정 대표로 인사를 한 김용순(56, 주엽동)씨. 지난 2005년부터 홈스테이행사의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딸 아이의 국제적인 마인드를 심어주자는 교육적 차원에서 호스트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조금씩 알릴 수 있다는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처음엔 의사소통도 어렵고,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호스트 활동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외국 친구들이 방문할 때마다 장고나 해금같은 전통 악기와 한복을 소개하고, 호수공원, 밤가시초가 등 고양시 관광도 함께한다. 방문객이 올 때마다 그 나라 국기를 홈스테이 룸에 걸어두는 등 작은 환영식도 갖는다고 한다.
“홈스테이의 매력은 무엇보다 동서양, 세대차를 극복하고 지구촌 곳곳에 친구가 생기는 것이죠. 처음보는 사이지만 며칠 동안 같이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다보면 자연히 친구가 됩니다” 이제까지 김용순씨가 맞이했던 방문 국가 수만 무려 20여개국. 방문객은 수십여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바다건너에 있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낸다고. 남아공월드컵 당시 상대편 국가로 만났지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아줬던 아르헨티나 친구,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자주 연락이 온다는 러시아 친구들은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아직도 마음이 통하는 벗들이라고 소개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나온 딸은 이제 어느덧 중학생. 해마다 “이제 홈스테이를 시작할 때인데~ 이번에는 어느 나라 사람들이 와요?”하며 이 행사를 기다린다고.
앞으로도 계속 여건이 되는 한 호스트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김용순씨. 거창한 행사나 마케팅을 통하지 않고서라도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있는 그가 진정한 대한민국 홍보대사가 아닐까 한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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