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작용 급증, 관리시급

관리기구 설립법안 국회서 ‘낮잠’ … 의약품 재평가 외국자료에 의존

지역내일 2010-09-13
의약품 부작용 관리를 전담할 조직을 설립하는 법안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2010년 2월 상정된 이후 ‘낮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정숙(민주노동당) 손숙미(한나라당) 의원은 각각 지난해 ‘한국의약품부작용 관리센터’ ‘한국의약품 안전정보관리원’ 설립법안을 제출했다.
두 법안은 모두 의약품안전정보의 수집·관리 등을 전담할 조직을 법인 형태로 신설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곽 의원안은 이외에도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제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 부작용 보고 7년간  312배 급증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종두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의약품부작용을 전담할 관리기구의 필요성을 세가지 꼽았다.
첫째, 부작용 보고건수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부작용 사례관리를 담당할 조직과 인력이 매우 열악하고 둘째, 신약 등의 재심사 및 의약품 재평가에 따른 의약품 안전성 정보량도 급증하고 있으며 셋째, 허가정보를 가공한 사용정보의 개발·제공 및 관리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의약품 부작용 보고사례가 급증한 것은 △2004년 4월 관련법을 개정해 의약품 부작용 보고절차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했고 △2004년 7월 PPA(페닐프로판올아민) 감기약 사건을 겪으면서 제약업소 등에서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2006년부터 식약청이 지역약물감시센터를 통한 의약품의 부작용 모니터링을 활성화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김종두 수석전문위원은 “의약품 부작용 보고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부작용 사례관리와 이를 통한 의약품 적정사용 정보제공업무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잠재위험성  파악해 추가연구해야 = 법안 검토보고서는 부작용 보고사례로부터 유의미한 정보를 도출하려면, 먼저 주관적으로 작성된 부작용 증상 및 불분명하게 기재된 성분명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잠재적 위험성이 실존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시판중단, 허가변경 등 위험도 수준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과정은 미국 FDA 등 선진국에서 이미 일반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전담조직이나 관리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내세우면서 급증하는 부작용 보고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현재까지 부작용 사례를 활용한 허가변경은 2건에 불과하다. 특정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는 신약 등의 재심사·재평가에 의한 정보량도 증가하고 있다.

◆“효과적 의약품 안전관리 어려워” = 신약 등의 재심사는 제한적인 임상시험 등을 토대로 허가된 신약 등에 대하여 불특정 다수인(환자)을 대상으로 장기간(4~6년)에 걸쳐 관찰한 부작용 정보 등을 평가해 허가에 반영하는 제도이다. 신약 등의 재심사 실시대상으로 지정된 품목의 경우 재심사 기간동안 최소 600명부터 최대 3000명을 대상으로 부작용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뒤 식약청에 조사결과를 보고하면 이를 평가해 허가사항 변경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표1참조>
그동안 의약품 재평가는 1975년 이후 2008년까지 348개 약효군, 3만3183품목에 대해 실시했고, 특히 2007년부터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자료를 통해 의약품 동등성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표2참조>
김 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에는 의약품의 사용양상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평가를 통한 데이터베이스가 거의 구축되지 않아 현행 재평가 제도는 외국 의약품집 등 문헌평가에 의존하고 있다”며 “재심사나 재평가 실시로 인해 의약품 안전정보량이 날로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에서 이를 뒷받침할만한 행정체계를 구축하지 못해 효과적인 의약품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병용 금기 의약품 정보 미리 제공 = 의료현장에서 의약품이 안전하게 처방·조제될 수 있도록 의약품 적정사용 정보는 선제적으로 제공될 필요성이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병용·연령 등 금기 의약품의 처방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약품 처방·조제 시스템’을 개발해 환자군별, 약물별 안전·적정사용 정보 등을 작성해 의료 현장에 제공하고 있다.
식약청은 적정사용 정보(DUR, Drug Utilization Review) 중 환자의 안전한 의약품사용을 위해 의사나 약사가 처방이나 조제할 때 확인해야 할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공하고 있는데, 2009년까지 병용금기 356성분, 연령금기 102성분, 임부금기 314성분으로 총 772개 성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표3참조>
미국의 경우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공식적인 DUR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1990년에 관련 법이 제정됨으로써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총 7개 항목(약물 상호작용, 약물-질환 금기사항, 부적절한 투여용량, 약물-알레르기, 부적절한 투약기간, 임상적 남용과 오용, 치료적 중복 약물)에 대하여 약 2만여종의 의약품 평가결과를 토대로 정보를 개발해 약물 상호작용 8500성분, 노인·소아 등 연령금기 1만4700성분, 약물-질병 상호작용 1만2000성분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총 772성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치고 있어서 의약품 적정사용 정보를 미국 수준으로 신속히 개발·관리하려면 한국의약품안전정보관리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병원도 부작용사례 보고의무화 추진 = 의약품안전정보관리기구의 설립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새로운 기구를 신설하기 보다는 의약품에 대한 허가, 규제 등 전반에 대한 것을 담당하고 있는 식약청 내에 기존 부서를 확충 내지 신설하여 정책의 일원화를 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식약청내 조직을 신설해 인력을 증원하기보다 정부출연금 등으로 운영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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