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돌보는 아빠들

지역내일 2010-09-13
바다 속을 둥둥 떠다니던 Mr. Seahorse와 Mrs. Seahorse 부부. Mrs. Seahorse가 이리저리 몸을 비튼다. 알을 낳으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Mrs. Seahorse, 조용하고 안락한 둥지가 아니라 남편의 배에 있는 주머니에 알을 낳는다. 주머니에 알을 품은 아빠 해마는 알을 잘 돌보겠노라는 다짐도 잊지 않는다. 부럽다, 해마 여사!
조금 부풀어 오른 배를 안고 물속을 이리저리 다니던 아빠 해마 Mr. Seahorse는 둥지를 지키는 옆집 Mr. Stickleback(가시고기)을 만난다. “아내가 알을 낳았는데 내가 잘 돌봐야 해요”라고 하고는 혼자서 알을 지킨다. 다시 물속을 떠다니던 Mr. Seahorse는 Mr. Tilapia(도미)를 만난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입 안 가득 알을 품고 있어서 Mr. Seahorse의 인사에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 모양을 보고 “알겠어요. 부인이 알을 낳았지요. 그래서 알이 부화할 때까지 잘 돌봐야 한다는 말이지요” 하면서 Mr. Tilapia를 대신해 답한다. Mr. Tilapia는 고개만 끄덕인다.
이후에도 Mr. Seahorse는 알을 돌보는 같은 처지의 아빠들을 만난다. 자신의 머리에 알을 딱 붙이고 돌보는 Mr. Kurtus(커투스), 배에 알을 붙이고 다니는 Mr. Pipe(실고기), 막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을 돌보는 Mr. Bullhead(불헤드)도 만난다.
이렇게 같은 처지의 옆집 아저씨들을 만나 마실 다니다 보니 드디어 새끼들이 알에서 나올 때가 되었다. 그렇게 고생했으니 인사치레라도 바랄 법하건만, 이제 너희 갈 길을 가거라 하면서 쿨하게 새끼들을 세상으로 보낸다. 아빠 해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쩌다가 아빠가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엄마가 육아를 책임지는 모양이 되었을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엄마보다 묵묵히 들어주는 일이 익숙한 아빠가, 성격이 급해서 항상 아이보다 한 발 앞서는 엄마보다 아이와 같은 템포로 느린 아빠가, 편식이 심하고 요리도 못 하는 엄마보다 이것저것 잘 먹고 요리도 잘하는 아빠가 돌보는 것이 딸아이에게 좋지 않을까? 어쩌면 아빠들이 더 멋진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젖만 떼고 나면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면 좋겠다. 아빠들이여, 육아를 하시라! 

김선호 자유기고가
Mister Seahorse
지은이·그린이 Eric Carle
펴낸곳 Philomel Books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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