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봉화농장 김말봉 대표

배 농사 외길 44년 후회 없는 삶

지역내일 2010-09-10

울주군 온양읍 대안리 무룡 마을에는 외길 배농사만 44년간 해온 베테랑이 있다. 봉화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말봉(65)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 추석을 앞두고 올배가 수확되고 있는 이 시기에 그를 만나기 위해 봉화농장을 방문했다.


실과선생님이 좋아 농부 된 지 44년


온양읍 아파트단지 뒤편으로 등산로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무룡골이란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봉화농장’이란 큰 간판 덕분에 농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21살 때부터 과수원을 40여년 운영해온 김 대표가 이곳으로 이주해 와서 정착한 것은 불과 4년 전. 정착하기 전에 거주했던 곳에서는 이장을 비롯해 새마을지도자, 마을금고 이사장 등등 웬만한 감투는 다 써보았다는 김 대표인지라 이곳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굵직한 직함을 두 개나 갖고 있다. 온양배작목회 회장과 친환경작목반 반장을 맡고 있어서 농민으로서는 중추적인 역할이다. 때문에 나날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성실이 몸에 배여 있고 원만한 성격으로 주민들에게도 신임을 얻고 있단다.


봉화농장은 3천2백여 평의 규모로 지금껏 부인과 단둘이 이 넓은 과수원을 지켜왔다고 한다. 농장 규모가 커서 끝이 보이지도 않는다. 한창 바쁠 때면 도와주시는 지인과 함께할 뿐이지 평소 고용농부는 전혀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중학교 시절에 실과선생님이 얼마나 좋던지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원예고로 진학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했지요.”


그 이후 원예공부는 포기해야 했지만 고등학교에서 그는 육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전국체전에 출전해서 1등을 해서 쉽게 대학진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11남매나 되는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대학진학은 그의 양심이 포기를 하게 만들었다고.


올해 수확한 첫배 효소거름으로 당도 아주 높아


김 대표는 올해 첫 수확이라며 원황이란 품종을 내놓았다. 실제 봉화농장 배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물이 또 그득해서 시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 묘법이 있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알고 보니 입구 들어서면서 보았던 ‘농협이 선정한 새농민이’란 문구가 떠올랐다.


그는 “친환경농사를 짓는 의미로 거름을 효소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효소차를 맛보였다. 원액을 먹을 정도로 농도를 맞추어 희석하면 된다고 하는데, 사람이 마시는 물을 배나무에게도 그대로 준다는 것이다.


학교 졸업하고 일찍 배 농사를 짓다보니 경험부족으로 살충제와 살균제를 혼돈하여 그해 농사를 망친 적도 있었다며 그때마다 연구와 공부 말고는 다른 무엇을 할 수 없었다는 거다.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반복을 거듭하면서 많은 경험들이 김 대표에게는 참된 공부가 되었다고 회상했다. 특히나 이곳 무룡골은 지리적으로도 흙이 좋다고 했다. “황토성을 띤데다 물을 머금고 있어서 배 맛은 더욱 한맛 한다”고.


문제는 역시 판로였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짓는다하더라도 판로방법에 따라 그해 수입이 완전 달라진다는 거다. 김 대표는 딱히 믿을 만한 판로를 뚫은 데도 없이 그저 농협이 유일한 판로이며 농장으로 직접 주문받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소비자가 산지에서 직접 구입하면 가격은 얼마나 다운되는지 모른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겉도 속도 멋있는 농부의 삶


때론 울분해도 농사짓는데 만큼은 게으름이란 있을 수 없다보니 웬만한 상은 다 받은 사람이었다. 대통령 표창까지 마다 않았다고 하니....이렇게 진정한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이지만 차려입고 나서면 또 그렇게 멋쟁이란다. “한때 이미지 메이킹을 배웠던 게 패션 감각을 익히게 했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수줍어했다.


그는 비단 겉멋만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사 오기 전부터 경락을 배워 어르신들 대상으로 마사지도 해드리는 등 많은 봉사활동을 해왔으니 어떤 종류의 상도 다 수상할 자격이 있어 보였다. 모습만 멋쟁이가 아니라 마음까지 멋진, 진정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의 보고에는 효소 항아리들이 가득했다. 이 항아리 내용물이 천천히 발효될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듯 그의 외길 삶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준비하는 자세였기에 지금의 모습이 바로 김말봉 대표가 아닌가 싶다.


농장 한 켠에 황토방이 눈에 띄었다. “배 농장에 직접 배 사러 오시면 황토찜질도 할 수 있지요”하며 빙그레 웃는 그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문의 : 봉화농장(010-3853-3758)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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