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가정’이란 수레바퀴를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 집안일과 자녀 교육에 육체적·정신적
노력을 쏟아 부은 나날의 연속. 문득 무기력하고 무능력해진 자신을 마주할 때 서둘러 떠올리는 단어가
‘자기 계발’이다. 3040 여성들이 후회 없는 자기 계발에 대해 주고받은 이야기들.
Talk 1 내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쇼핑하듯 골라 담은 문화 강좌, 자기 계발 되던가요? 아이 어린이집 등록을 앞둔 엄마들은 그간 육아에 얽매인 시간에 설욕이라도 하듯 문화센터부터 찾는다. ‘엄마표’의 실효가 서서히 줄어들며 훌쩍 늘어난 혼자만의 시간에 ‘자기 계발이라도 해야지’ 나서는 것도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러나 여기저기 두드려만 보다 뚜렷이 얻은 것 없이 시간만 버린 날도 없지 않을 것이다.
‘신상품’을 쇼핑하듯 문화센터 ‘신설 강좌’만 골라 들었다는 임옥희(가명, 44·서울 강남구 일원동)씨도 “집 안에 갖가지 교재들만 쌓인 게 변화의 전부”라며 허탈해했다. 알고 싶다는 호기심도, 배워서 뭔가 해봐야겠다는 도전 의식도 없이 집안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밖에서 풀려고 한 것. 바깥공기를 쐬는 시간은 많아도 이를 내면을 위한 투자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모성 본능, 빠듯한 생활비에 자기 계발은 포기 꾸준히 정책 기자단과 기업체 모니터로 활동하던 조윤아(가명, 37·경기 안양시 평촌동)씨는 올해 들어 하던 일을 모두 중단했다. 첫아이 엄마표 학습에 돌입하면서 턱없이 부족해진 시간이 자기 시간을 접게 한 가장 큰 요인. 그러나 ‘좋은 엄마’ 노릇을 위해 자기 계발을 포기한 것이 외려 자신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엄마들이 선뜻 자기 계발에 엄두를 못 내는 이유 중에는 이렇게 빠듯한 생활비 걱정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인터넷 검색창에 ‘무료 강좌’ ‘무료 견학’ 키워드를 넣어보자. 하고자 한다면 할 일은 많다. 남편의 박봉이 자기 계발의 기회를 앗아간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묶어놓은 것은 아닌지 판단해보자.
Talk 2 자기 계발은 오직 재취업의 디딤돌?
‘자기 계발 = 오직 배움’이라는 건 편견일 뿐 초등 3학년 외동아이를 둔 전미선(39·경기 안양시 부림동)씨가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이제 애 손 안가니 자기 계발 좀 하라’는 권유다. 심지어 남편조차 ‘할 일 없이 아줌마들이랑 수다만 떨지 말고 취미 하나라도 똑바로 키워보라’ 종용한다. 그러나 전씨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뭔가 배우고 쌓아가는 것만이 자기 계발은 아닐 거예요. 성향에 따라 소비적인 활동을 통한 자기만족이 더 클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수다 모임을 하거나 아웃렛을 돌아다니는 게 결코 허송세월만은 아니죠.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을 채울 수 있다면 그것이 자기 계발을 이끌 수 있을 테니까요.”
6년 터울 둘째를 키우느라 육아 스트레스가 컸던 소은혜(43·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문화센터의 웬만한 생활 강좌는 죄다 수강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제야 드는 생각은 ‘아이들 잘 키우는 게 제일 남는 일’이라는 아쉬움. “이것저것 배운 건 많지만 ‘나도 해봤다’는 위안이 전부인 것 같아요. 부모 자녀 사이에는 어린 시절의 공감이 평생 재산이 된다는 걸 이제야 느끼니까요.” 꼭 가정을 떠나 취미를 키우고 공부를 하는 것만이 자기 계발 방법만은 아닐 것이다.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점수를 매기는 것도, 높이는 것도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
힘들게 딴 자격증이 몇 년째 장롱 안에… 전업주부 정유경(40·경기 안양시 평촌동)씨는 자격증이 2개다. 40대가 되기 전에 하는 게 꿈이었던 만큼 오후에 두 아이 학원을 추가시키면서까지 자격증 취득에 전념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딴 자격증을 몇 년째 꺼내보지도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막상 취업을 하려고 알아보니 현업 조건이 너무 열악하더라는 것. 시간도 불규칙하고, 육체적으로 힘든 데 비해 수입이 적다는 등을 이유로 이력서조차 내본 적이 없다. 적성과 현실적인 근무 조건은 알아보지 않은 채 그저 ‘유망 자격증’이라는 광고 문구만 보고 선택한 것이 시간 낭비, 돈 낭비만 가져왔다.
첫아이 출산 후 재취업을 염두에 둔 자기 계발에 피치를 올리다 결실을 맺기도 전에 둘째 아이가 생겨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 ‘3년만 기다렸다 다시 공부해야지’ 마음먹지만 경력이 단절되면 의욕도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을 부업이나 재취업의 디딤돌로 다지고 싶다면 단순히 전망이나 취업률만 따질 것이 아니다. 실제 자신이 그 일을 프로답게 해낼 수 있을지까지 내다보고 결정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Talk 3
자기 계발에 목표는 필수일까, 선택일까
즐기는 게 목표라면 그 이상 욕심은 스트레스 될 수도 김선희(38·서울 성동구 성수동)씨가 헤어 액세서리를 만들기 시작한 건 집안일에 강박증이 생겨 쉬는 것조차 불안했기 때문이다. “책을 봐도 잡념이 많이 생겨 공부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아이 머리핀이나 만들어줘야겠다 싶어 시작했죠.” 재료를 사다 집에서 혼자 만지작거리다가 마침 아파트에서 홈스쿨링하는 데가 있어 참여했고, 몇 달 만에 머리핀부터 머리띠까지 척척 만들었다. 지인들에게 선물하면 다들 ‘내다 팔아도 되겠다’고 하지만 절대 고사. 자신이 즐거우면 됐지 이를 부업으로 연결하면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며 선을 확실히 그었다.
목표 세우고 시작하면 성과 가시화 수월 뚜렷한 목표로 시작하는 자기 계발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목표가 없으면 지루한 수업에 지나지 않지만, 자기만의 목표가 있다면 그 시간이 삶 전반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과도하게 높은 목표로 자신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행복열기심리연구소 김은영 소장은 “다른 사람이 인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괜찮은 아줌마로 탈바꿈시키는 게 시작”이라 말한다. “자신을 아는 것,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자기 계발의 첫걸음이다. 냉정하게 자신을 점검하고 체크하는 그 순간 자기 계발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이다.”
아이 때문에 못 한다고 핑계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이 때문에 해야 한다. 바쁜 사람이 시간 관리도 잘하는 법이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만의 욕구 충족을 위해 정진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최유정 리포터meet1208@paran.com
도움말 김은영 소장(행복열기심리연구소)
참고 도서 <여자 38, 두 번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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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을 쏟아 부은 나날의 연속. 문득 무기력하고 무능력해진 자신을 마주할 때 서둘러 떠올리는 단어가
‘자기 계발’이다. 3040 여성들이 후회 없는 자기 계발에 대해 주고받은 이야기들.
Talk 1 내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쇼핑하듯 골라 담은 문화 강좌, 자기 계발 되던가요? 아이 어린이집 등록을 앞둔 엄마들은 그간 육아에 얽매인 시간에 설욕이라도 하듯 문화센터부터 찾는다. ‘엄마표’의 실효가 서서히 줄어들며 훌쩍 늘어난 혼자만의 시간에 ‘자기 계발이라도 해야지’ 나서는 것도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러나 여기저기 두드려만 보다 뚜렷이 얻은 것 없이 시간만 버린 날도 없지 않을 것이다.
‘신상품’을 쇼핑하듯 문화센터 ‘신설 강좌’만 골라 들었다는 임옥희(가명, 44·서울 강남구 일원동)씨도 “집 안에 갖가지 교재들만 쌓인 게 변화의 전부”라며 허탈해했다. 알고 싶다는 호기심도, 배워서 뭔가 해봐야겠다는 도전 의식도 없이 집안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밖에서 풀려고 한 것. 바깥공기를 쐬는 시간은 많아도 이를 내면을 위한 투자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모성 본능, 빠듯한 생활비에 자기 계발은 포기 꾸준히 정책 기자단과 기업체 모니터로 활동하던 조윤아(가명, 37·경기 안양시 평촌동)씨는 올해 들어 하던 일을 모두 중단했다. 첫아이 엄마표 학습에 돌입하면서 턱없이 부족해진 시간이 자기 시간을 접게 한 가장 큰 요인. 그러나 ‘좋은 엄마’ 노릇을 위해 자기 계발을 포기한 것이 외려 자신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엄마들이 선뜻 자기 계발에 엄두를 못 내는 이유 중에는 이렇게 빠듯한 생활비 걱정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인터넷 검색창에 ‘무료 강좌’ ‘무료 견학’ 키워드를 넣어보자. 하고자 한다면 할 일은 많다. 남편의 박봉이 자기 계발의 기회를 앗아간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묶어놓은 것은 아닌지 판단해보자.
Talk 2 자기 계발은 오직 재취업의 디딤돌?
‘자기 계발 = 오직 배움’이라는 건 편견일 뿐 초등 3학년 외동아이를 둔 전미선(39·경기 안양시 부림동)씨가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이제 애 손 안가니 자기 계발 좀 하라’는 권유다. 심지어 남편조차 ‘할 일 없이 아줌마들이랑 수다만 떨지 말고 취미 하나라도 똑바로 키워보라’ 종용한다. 그러나 전씨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뭔가 배우고 쌓아가는 것만이 자기 계발은 아닐 거예요. 성향에 따라 소비적인 활동을 통한 자기만족이 더 클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수다 모임을 하거나 아웃렛을 돌아다니는 게 결코 허송세월만은 아니죠.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을 채울 수 있다면 그것이 자기 계발을 이끌 수 있을 테니까요.”
6년 터울 둘째를 키우느라 육아 스트레스가 컸던 소은혜(43·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문화센터의 웬만한 생활 강좌는 죄다 수강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제야 드는 생각은 ‘아이들 잘 키우는 게 제일 남는 일’이라는 아쉬움. “이것저것 배운 건 많지만 ‘나도 해봤다’는 위안이 전부인 것 같아요. 부모 자녀 사이에는 어린 시절의 공감이 평생 재산이 된다는 걸 이제야 느끼니까요.” 꼭 가정을 떠나 취미를 키우고 공부를 하는 것만이 자기 계발 방법만은 아닐 것이다.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점수를 매기는 것도, 높이는 것도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
힘들게 딴 자격증이 몇 년째 장롱 안에… 전업주부 정유경(40·경기 안양시 평촌동)씨는 자격증이 2개다. 40대가 되기 전에 하는 게 꿈이었던 만큼 오후에 두 아이 학원을 추가시키면서까지 자격증 취득에 전념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딴 자격증을 몇 년째 꺼내보지도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막상 취업을 하려고 알아보니 현업 조건이 너무 열악하더라는 것. 시간도 불규칙하고, 육체적으로 힘든 데 비해 수입이 적다는 등을 이유로 이력서조차 내본 적이 없다. 적성과 현실적인 근무 조건은 알아보지 않은 채 그저 ‘유망 자격증’이라는 광고 문구만 보고 선택한 것이 시간 낭비, 돈 낭비만 가져왔다.
첫아이 출산 후 재취업을 염두에 둔 자기 계발에 피치를 올리다 결실을 맺기도 전에 둘째 아이가 생겨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 ‘3년만 기다렸다 다시 공부해야지’ 마음먹지만 경력이 단절되면 의욕도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을 부업이나 재취업의 디딤돌로 다지고 싶다면 단순히 전망이나 취업률만 따질 것이 아니다. 실제 자신이 그 일을 프로답게 해낼 수 있을지까지 내다보고 결정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Talk 3
자기 계발에 목표는 필수일까, 선택일까
즐기는 게 목표라면 그 이상 욕심은 스트레스 될 수도 김선희(38·서울 성동구 성수동)씨가 헤어 액세서리를 만들기 시작한 건 집안일에 강박증이 생겨 쉬는 것조차 불안했기 때문이다. “책을 봐도 잡념이 많이 생겨 공부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아이 머리핀이나 만들어줘야겠다 싶어 시작했죠.” 재료를 사다 집에서 혼자 만지작거리다가 마침 아파트에서 홈스쿨링하는 데가 있어 참여했고, 몇 달 만에 머리핀부터 머리띠까지 척척 만들었다. 지인들에게 선물하면 다들 ‘내다 팔아도 되겠다’고 하지만 절대 고사. 자신이 즐거우면 됐지 이를 부업으로 연결하면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며 선을 확실히 그었다.
목표 세우고 시작하면 성과 가시화 수월 뚜렷한 목표로 시작하는 자기 계발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목표가 없으면 지루한 수업에 지나지 않지만, 자기만의 목표가 있다면 그 시간이 삶 전반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과도하게 높은 목표로 자신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행복열기심리연구소 김은영 소장은 “다른 사람이 인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괜찮은 아줌마로 탈바꿈시키는 게 시작”이라 말한다. “자신을 아는 것,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자기 계발의 첫걸음이다. 냉정하게 자신을 점검하고 체크하는 그 순간 자기 계발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이다.”
아이 때문에 못 한다고 핑계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이 때문에 해야 한다. 바쁜 사람이 시간 관리도 잘하는 법이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만의 욕구 충족을 위해 정진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최유정 리포터meet1208@paran.com
도움말 김은영 소장(행복열기심리연구소)
참고 도서 <여자 38, 두 번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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