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화창한 주말, 딸아이와 함께 안동 가는 고속버스에 올랐다. 약 3시간 후 안동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15분 정도 걸어가니 축제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 눈앞에 들어온다. 그 곳에는 좌우 각각 3개의 애드벌룬이 하늘 높이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배너를 늘어뜨린 채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거대한 하회탈의 입을 출입문으로 만들어 놓은 탈춤공원 입장과 함께 축제의 열기 속으로 풍덩~우리는 이렇게 안동의 가을과 흥겹게 만났다.
탈춤공원 축제장과 웅부공원 등 시내일원에서 열려
초입에는 안내소와 장외상가가 늘어서 있고,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탈춤공연 등 각종 프로그램들이 가득했다. 안내책자를 받아 든 우리 모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정을 잡아야할까 망설이다가 소나무와 함께 서 있는 장승들을 발견했다. 장승 앞에는 소원을 적어 걸어두는 성황당 같은 곳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고 있었다. 우리도 잠시 짬을 내 군에 갓 입대한 아들의 건강과 안부를 기원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남녀노소, 동서양이 한 자리에 모이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場)이었다. 안동은 시대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다양한 문화들이 온전히 전승되어 온 지역이다. 때문에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동양의 미학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유형적 자산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도 많아 남성대동놀이인 차전놀이, 여성대동놀이인 놋다리밟기, 화전싸움, 저전논매기 소리, 내방가사, 행상소리 등 다양한 볼거리가 풍성하다. 또한 안동문화는 동양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운데 안동만의 수준 높은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렸던 제 39회 안동민속축제는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축제 한마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행사 역시 안동탈춤공원 축제장과 웅부공원 등 시내일원에서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무형문화재인 차전놀이, 저전동농요, 놋다리밟기, 한두실행상소리, 내방가사경창 등의 공연과 전통 민속인 성황제, 굿한마당, 전통탈곡, 전통혼례, 천연염색의상발표회, 씨름대회, 짚풀공예경연대회, 궁도대회가 펼쳐졌고, 서제, 전국경전암송대회, 향음주례, 향사례, 휘호대회 등의 유교문화행사도 볼 만했다.
축제 마지막 날에 펼쳐진 ‘안동차전놀이’
또 24개 읍·면·동 주민이 함께 탈을 쓰고 풍물을 치며 신명을 풀어내는 시민화합퍼레이드, 연등전시 및 법구시연, 헌다례, 초청공연인 거창상여소리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퍼레이드에는 지역별 특산물이나 특징을 표출한 탈과 복장을 제작해 매일 1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총상금 5천 3백만 원이 걸린 세계 탈놀이 경연대회 등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들도 다채로웠다. 탈춤공원의 경연무대 앞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4호이며 민속축제 초기부터 매회 공연해 온 안동차전놀이와 경북무형문화재 제2호인 저전동농요가 펼쳐졌다. 특히 축제 마지막 날이자 안동의 날인 10월 3일 오후 1시 30분부터 진행된 ‘안동차전놀이’는 청·장년과 안동공업고등학교 재학생 등 800여명의 장정들이 역동적인 힘과 기량을 과시했다. 또 선조들이 농경생활을 하면서 농사일의 고달픔을 잊기 위해 부르던 농요는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 주민들이 두레농사를 지으면서 불러온 특유의 논매기소리라고 한다. ‘안동놋다리밟기’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공주와 함께 안동에 다다랐을 때 지역 부녀자들이 허리를 굽혀 왕후인 노국공주를 태워 강을 건너게 했다는데서 유래되었다. 주로 정월 대보름에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면서 놀았던 여성들의 춤놀이로 공연순서는 실감기, 실풀기, 옹굴놋다리, 줄놋다리 순으로 진행되었다. 동부공주와 서부공주는 노국공주 선발대회에서 선발된 공주가 출연했다.
손수 만든 탈을 쓰고 덩실덩실 춤추는 외국인들
유교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국경전암송 및 독송대회도 열렸다. 경전송독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한 과정인 강경(講經)의 하나로 유학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훌륭한 선비를 육성하던 전통문화였다. 조선중기 시문과 서화에 능하고 자녀교육에 귀감을 보인 안동장씨를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 주최하는 ‘정부인 안동장씨추모여성휘호대회’는 전국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매년 예선을 거친 200여 명이 본선에 참가했으며, 금년에 23회를 맞았다. 또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2010''이 ‘신명의 탈춤, 천년의 꿈''을 슬로건으로 안동시 낙동강변 탈춤공원과 하회마을에서 성대히 펼쳐졌다. 이번에는 국제적인 행사에 걸맞게 말레이시아 전통탈춤 공연단, 멕시코 민속춤 공연단, 몽골 국립학술가무단, 인도네시아 전통탈춤 공연단, 중국 귀주성 민족 가무단, 태국 전통 탈춤 공연단 등 7개국 전통 탈춤 공연단이 참가했다. 또 가산오광대, 강릉관노가면극, 경산자인팔광대, 고성오광대, 동래야류, 수영야류, 예천청단놀음, 통영오광대 등 흔하게 볼 수 없는 지역 탈춤공연도 소개되었다. 이번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대략 5만 여명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다. 그들은 한국의 문화를 즐기고 감상하며 함께 어울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가장 인기를 끈 곳 중의 하나는 탈 만들기 체험장으로 5천원을 내고 체험을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그렇게 손수 만든 탈을 쓰고 덩실덩실 춤사위를 따라하면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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