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면 죽는가?

지역내일 2010-10-07

알코올 의존인 사람들은 왜 인생을 힘들게 살아갈까?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으나, 그 바닥에 깔린 요인은 그들의 중독적 사고와 그 사고방식들이다. 바로 이 때문에 굳이 힘들게 살아갈 이유가 없는데도, 어쩔 수 없이 삶이 더 팍팍해진다. 여기에는 양극적이고 극단적인 관념과 맹목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독단적인 사고방식이 있다. 거기에다 생각이 경직되고 완강함이 두드러진다.
이런 식의 관념 중에 ‘약하면 죽는다’는 생각이 있다. 그들이 대부분 신념처럼 믿고 살아가는 원칙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세상은 모두 강한 이들만이 살아남는가? 그러나 잘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해 보여도 살아남는 수는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잘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오랜만에 동창 모임에 나가보면, 학교 시절에 가장 작고 약했던 친구가 훨씬 단단하고 의젓해져서 누구보다도 더 잘 살아가는 것을 보고 조금은 놀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약하다고만 생각하던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수명도 더 길고, 홀로 되어서도 씩씩하게 더 잘 살아간다.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센 공룡은 모두 사멸하였는데, 그들이 먹어치운 고사리나 다른 식물들은 현재까지도 생존을 이어간다.
정말 동물은 식물보다 강한가, 그리고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더 강한 것인가?  그래서 지구상에서 더 오래 버티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식물이나 하루살이 같은 곤충이 더 오래 생존할까? 생물계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역사적 진실은 약한 것이 더 오래 버티어낸다는 것이다. 왕후장상의 후손들보다는 민초들의 자손이 더 질기게 생명을 유지한다.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생명체는 바로 생존을 위해 모든 지혜를 동원하기 때문이다.
‘약하면 죽는다’는 관념을 진리라고 믿고, 어떻게든 강해 보이려고 애를 쓰다 보면 자꾸 삶이 고달파진다. 그래서 병이 난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데도 약해 보일까 봐 도움을 거부하면서 오히려 큰소리치고 힘과 권위를 내세우려 한다. 그래서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자나 가족들조차 방치하거나 문제를 더 키우는데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약하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대책을 세우면 된다. 예전에 습득한 고정관념에 둘러싸여 옛 방식 그대로 살려고 하므로 오늘을 살기에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강해 보이려 하는 것이 생존에는 오히려 가장 큰 위협인 것 같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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