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장 능력

지역내일 2010-09-30 (수정 2010-09-30 오후 12:05:20)

알코올 의존의 회복 프로그램에는 예외 없이 주장 훈련이란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왜 자기를 주장하는 능력이 필요한가?
우리 문화에서는 예로부터 자녀를 기를 때, 상대방 특히 윗사람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을 바람직한 행동으로 강조해 왔다. 이는 달리 말해 복종에 다름 아니다. 복종이 살아가는데 필요할 때는 막강한 적 앞에서 생존하려 할 때이다. 아니라면 윗사람이 지극히 인자하여 아랫사람을 자기처럼 여기고 따뜻하게 위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임에 틀림없다.
사회가 이상적이라면 딱히 자기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집단 안에서 안정감도 얻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그러한 이상적인 환경이 언제 어디에서나 가능한가?
알코올 의존으로부터 회복하자면 분노를 잘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다. 분노의 원인은 욕구의 좌절과 관계가 있다. 생물적인 욕구가 좌절될 때 화가 나는 것은 배곯은 동물의 공격성과 배고픈 아이들의 투정과 짜증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인간이 생물적 욕구만 충족하면 만족하여 분노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욕구는 생명적 욕구를 넘어 감정적 요소나 사회적 차원으로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적 욕구가 있고, 그러한 관계 중에서 생겨나는 감정적 욕구가 있을 수 있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이 자기중심적으로 일을 처리할 경우 자기 중요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무시 받는 느낌을 갖게 된다. 당연히 서운하고 원망스럽다. 때로는 상대방이 무언가를 강요하며 강제로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폭력이다. 자율성이 훼손될 때 인간은 가장 분노한다.
자기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상대에 의해 막무가내로 대우받지 않는 시작이다. 자기주장은 타인의 권한을 침범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놓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신념을 밝혀 자신의 권한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상대를 공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여 자신을 더 이해받자는 것이다.
자기를 주장한다는 것이 상대의 권한을 침해하고 공격하는 것이 절대 아닌데도, 큰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수가 너무 많다. 주장하지 않으면 상대는 당신의 뜻을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얼마든지 당신의 의사를 거스를 수 있다. 이는 자신의 권한을 상대가 침해하도록 허용하는 셈이 된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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