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간 마음속 깊이 고마운 마음을 간직해오다 이제야 조심스럽게 그 마음을 털어놓은 정춘옥(54·서곡리) 씨를 만났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가난에 쫓기듯 결혼을 했지만, 고아 아닌 고아처럼 성장기를 보낸 남편과의 결혼 생활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생활이 안될 만큼 힘들었던 1985년, 영농 자금을 얻으려고 농협에 신청을 했지만 자격 요건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하고 힘겹게 뒤돌아섰다.
“뒤에서 누군가 35만 원을 빌려주겠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고마웠지만 차마 얼굴도 모르는 분의 돈을 빌릴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사채를 써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는 정춘옥 씨. 열심히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에는 가난에서 벗어날 다른 도리가 없었던 그녀는 이제는 복숭아 농원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올봄 이상 기온으로 복숭아 나무의 반 이상이 얼어 걱정하고 있을 때 판부농협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나와 나무 긁는 일을 도와주었고 덕분에 올 가을 예상 밖의 수확을 하게 됐다. “수확을 하면서 고마운 분들이 생각나서 울컥했어요. 모르는 나를 믿고 선뜻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던 그분의 믿음 어린 말씀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예요.”
“지금은 판부농협의 조합장으로 있는 황보진 씨에게 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쑥스러워하는 정춘옥 씨를 보며, ‘고마움을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사람마다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생각해 본다.
배진희 리포터 jul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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