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스 제도 확대시행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 희망가격이 사라졌다

소비자 → 현명한 소비패턴 유도하는 계기

지역내일 2010-09-17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시행초기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 제도는 턱없이 높게 책정된 제조업체의 권장소비자가격을 낮추고, 할인경쟁 등 유통업체들의 상술을 근절하기 위해 도입된 것. 


오픈 프라이스, 누굴 위한 제도인가?


지난 7월 1일부터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 제도가 확대시행 됐다. 오픈 프라이스는 제조업체가 제품 겉포장에 권장(희망) 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상품을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소매업자가 판매가격을 확정해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권장 가격을 실제 판매가격보다 부풀려 표시한 뒤 할인해서 팔거나, 대리점 등에 설정한 가격 이하로 재판매하는 것을 막아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폐단을 근절하기 위해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1999년에 이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점차 확대되어오다 이번에 라면·빙과류·과자·의류 등 247개 품목이 추가돼 모두 270여개 품목으로 크게 늘었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확대시행 된지 석 달 가까이 되지만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많은 소규모 상인은 권장 소비자가격 표시가 사라졌다는 사실만 알 뿐, 자신이 가격을 책정하는 것 자체를 낯설어 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제조업체나 영업사원이 정해주는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상인이 적지 않다. 또 물량을 대규모로 들여놓는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오픈 프라이스 제도 때문에 동네 슈퍼끼리 10원이나 20원을 놓고 가격 경쟁을 벌이게 생겼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제품 가격의 가이드라인이 없어져 오픈 프라이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어느 정도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교육원 오장균 박사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소비자에게는 현명한 소비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제조업체에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자극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유통업체에는 저렴한 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9년 화장품과 일부 가전제품 등을 대상으로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한 결과를 보면 부작용보다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업체의 가격 경쟁으로 가격이 싸졌고, 가격에 초점을 두는 업체와 가격 이외의 서비스에 집중하는 회사가 구별돼 선택의 기회도 넓어졌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의 문제점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오픈 프라이스의 확대시행을 앞두고 식품업체가 과자·아이스크림·빙과류 등 가공식품 가격을 최고 70% 넘게 올리면서 동네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새 제도 시행으로 가격 결정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가면 납품단가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빙과·제과업체가 서둘러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들은 콜라·사이다 등 음료와 조미료·간장·고추장 등 오픈 프라이스와 관계없는 제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했다.
이처럼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동네상권의 가공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대형마트 대신 동네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주로 물건을 사는 1~2인 가구의 생활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비자만 피해보는 게 아닐까?


울산지역 주부들 대부분은 아직도 낯선 오픈 프라이스제도에 부정적인 면이 높다는 분위기다. 주부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것은 가격 표시가 없다보니 싸게 사는지, 비싸게 사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김미진(42 명촌동) 주부 - "대형마트나 집 근처 마트에서 권장소비자 가격 대신 실제가격을 표시하고 있는데 종전보다 저렴해진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며 "소비자를 위한 제도인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연(38 옥동) 주부 - 대형마트에 가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우유나 라면 등은 최소 단위로 표시해 둬서 비교하긴 좋긴 하다. 하지만 정작 제품에 가격이 표기되어 있지 않아 손해보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지현리(반구동 47) 주부 - 아이들이 즐겨먹는 아이스크림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꼬집었다. 편의점에서는 제값을 다 받는 것 같고 동네소규모슈퍼나 대형할인점에서는 30%~50% 할인율을 보이고 있다“며 아이스크림가격은 도대체 어떻게 책정되는지 궁금해 했다.




각 유통업체별 가격조사 (2010년 9월 9일 기준)


구분                         삼양라면(5개입)      서울우유(1000ml)     월드콘


롯데마트 진장점             2780원                 2130원                  900원


롯데백화점                    2980원                 2200원                   750원


현대백화점 울산점         2950원                 2200원                  1050원


농협울산유통센터(진장동)    2780원           2150원                  1050원


홈플러스 울산점             2780원                1990원                   1000원


*농협울산유통센터(진장동)에서 판매하는 월드콘은 묶음판매상품(5개입, 5250원)으로 개당 가격으로 나눈 가격임


*농협울산유통센터(진장동) 삼양라면(5개입) 구입 시 라면 1개 추가 증정




오픈 프라이스제도 시행에 맞춰 삼양라면, 서울우유, 월드콘 등 3개 품목을 선정해 유통업체 몇 군데를 조사해본 결과표다.


위의 5개 업체 중 삼양라면이 가장 싼 곳은 2780원(라면 1개 추가)인 농협울산유통센터로 나타났고 롯데백화점이 2980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우유(1000ml)가격은 현대백화점 울산점과 롯데백화점이 각각 2200원으로 가장 높고 홈플러스 울산점이 1990원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월드콘은 롯데백화점이 가장 저렴한 750원으로, 현대백화점 울산점과 농협울산유통센터에서는 1050원으로 가장 높게 판매되고 있었다.


3가지 품목을 조사해본 결과 라면과 우유는 큰 가격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유독 아이스크림종류는 30%~50%까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통업체관계자는 “일주일에 서너 번의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질좋고 우수한 제품을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스제도가 확대시행되면서 경쟁업체간의 우위를 점치고 소비자들에게 최저가격으로 최고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대처 방법은?


그렇다면 오픈 프라이스에 대처하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들은 우선 TV나 인터넷 등 각 미디어를 통해 어느 곳이 가전제품을 가장 싸게 파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주변의 아는 사람들과 꾸준히 가격정보를 교환한다. 인맥을 동원한 소규모의 자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품의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여러 곳을 두루 다녀 가격을 비교해 보고 제품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지역신문이나 각종 회보에서 발행하는 가격정보를 스크랩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물건을 싸게 사는 비결이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경쟁을 유도해 가장 적정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유리한 제도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잘못된 구매행동을 한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서경숙 리포터 skiss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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