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서 폐기처리소각로를 설치하기 위하여 입찰을 실시하였는데 모 대기업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평가위원회가 개최되었고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사람이 평가위원이 되기 전에 회사로부터 잘 부탁한다는 청탁을 받았다. 평가위원이 된 다음 그 회사에 유리하게 평가를 해 주었고 그 결과 그 회사가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그 후 회사에서 직원이 찾아와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면서 돈을 전달하였다.
돈이 전달된 경위를 포착한 수사기관에서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사람들 중 돈을 받은 사람들을 구속하고 배임수재죄로 기소하였다. 1심, 2심에서는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그 사람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변호인이 주장한 무죄의 사유는 다음과 같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위 평가위원이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에는 평가위원으로 선정되기 전이었다. 평가위원이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부탁을 받더라도 그냥 ‘네. 알았습니다’라고 건성으로 답변할 수 있는 것이다.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후에 부정한 청탁을 받아야 죄가 되는데 정작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후에는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
대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변호인의 주장대로 배임수재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즉, 평가위원으로 선정되기 전에는 아무리 청탁을 받더라도 죄가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평가위원으로 선정되기 전에 사전 부탁을 하는 것은 나중에 평가위원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부탁을 받는 사람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그냥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모면한 후 속으로는 ''평가위원으로 선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기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탁한 회사에 유리하게 평가하기로 약속한 후 평가위원이 된 경우에는 어떨까? 평가위원이 되기 전에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평가위원이 된 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청탁이 별도로 없었다면 역시 배임수재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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