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잘 안 들려.”

나이 많은 어르신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만 여기던 ‘난청’

지역내일 2010-09-03
. 하지만 최근엔 10~20대에서도
난청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소음성난청’은 10~30대 환자가 60대 이상 노인보다 4배 이상 많을 정도로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 한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려운 특성상 어린 시절부터 청력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MP3, 휴대폰 등 각종 소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소음성난청 예방법.

10~30대 환자, 60대보다 4배 이상 많아
소음성난청은 소음에 내이나 청각 신경이 손상을 입어 생기는 질환. 처음에는 자각증상이 없다가 대화 영역으로 청력 손실이 확대되면서 불편을 호소한다. 집중력이 저하되어 학업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어지럼증, 수면장애,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명(귀울림) 증상이 일정 기간 지속되기도 한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는 “과거에는 작업 환경 소음에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노출되어 발생하는 소음성난청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이어폰 과다 사용에 따른 소음성난청이 늘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30대 소음성난청 발병률이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음성난청환자는 2003년 2천858명에서 2007년 4천741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10~30대가 45.8퍼센트(2007년)로, 60대 이상 노인(11.2퍼센트)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또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팀에 따르면 소음성난청 환자 중 10~40대가 66.2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3년간 난청, 이명 등으로 내원한 환자 4천2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남자가 더 취약, 이어폰 과다 사용이 문제
문제는 청력의 경우 시력처럼 한번 나빠지면 원 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소음성난청 예방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교수는 “환경적인 요인을 배제하면 남자가 여자보다 소음성난청에 취약하다. 소음성난청 환자 중 남자는 77.7퍼센트, 여자는 22.3퍼센트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여성호르몬이 청력 저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난청 환자의 경우 남자가 50.2퍼센트, 여자 49.8퍼센트로 비슷했지만, 소음성난청은 남자 환자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문의들은 소음성난청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이어폰 과다 사용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외부 소리가 외이도(귓구멍)를 통해 들어와서 고막을 진동시키면, 중이강 내의 이소골(귓속의 작은 뼈)을 통해 달팽이관에 전달된다. 달팽이관은 진동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데, 이때 고막을 통해 들어온 에너지 중 일부는 반사되어 다시 외부로 방출된다. 하지만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 이 반사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증폭, 더 큰 소리가 달팽이관에 전달돼 청력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하철, 버스 등 주로 야외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는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주변 소음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높이기 때문. 소음성난청은 90데시벨(dB) 이상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105데시벨 이상에서는 하루 1시간 이상 노출되면 발병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내부나 승강장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경우 105데시벨의 소음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에서 매일 1시간 이상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경우 소음성난청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MP3 등 음향 기기를 하루 1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은 60.8퍼센트에 달했다. 3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도 14.1퍼센트나 됐다. 오랜 기간 음향 기기를 사용할수록 청력이 나빴으며, 특히 5년 이상 사용한 경우 청력이 현격히 감소했다. 이는 10대 청소년 4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기 발견이 관건, 귀걸이형 이어폰 택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소음성난청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예방이 최선이라는 뜻. 되도록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지 않는 게 좋다. 100데시벨 이상 출력이 가능한 MP3가 많으므로 볼륨의 50~60퍼센트로 듣는 게 적당하다. 더불어 시끄러운 곳에 장기간 노출되는 걸 피한다. 어쩔 수 없이 소음이 심한 곳에 있어야 한다면 15분에 한 번 정도는 조용한 곳에서 귀를 쉬도록 하는 게 좋다. 소형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도 방법. 귀마개를 하면 소리를 30~40데시벨 차단할 수 있다.
문인석 교수는 “이어폰보다 스피커를 통해 음악 등을 듣도록 한다. 부득이하게 이어폰을 착용해야 한다면 커널형(귀에 꽂는 이어폰)보다는 귀걸이형을 택하는 게 그나마 청력에 부담이 덜하다”고 충고했다.
귀가 멍멍하거나 사람들의 말소리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린다면 신속히 전문의를 찾을 필요가 있다. 소음성난청 진단을 받았다면 정기적으로 청력검사를 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 E 등 항산화제를 꾸준히 먹는 것도 소음성난청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시금치, 아몬드, 새우, 바나나 등 마그네슘 함량이 풍부한 음식도 소음성난청 예방에 좋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도움말 문인석 교수(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대한이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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