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방송사의 부부 토크쇼에 출연한 탤런트 이승신씨는 남편 김종진씨와 부부 싸움 뒤 갈 곳 없어, 밀폐된 집 창고에 숨어 있다 호흡곤란으로 마지못해 탈출했다는 해프닝을 밝혔다. 한데 방송을 본 상당수 주부들은 웃을 일이 아니라며 공감을 표현했다. 남편과 싸운 뒤 미움과 화가 뒤섞인 공간이 얼마나 숨 막혔으면, 오죽 갈 데가 없었으면 그랬겠느냐는 것. 부부 싸움 뒤 ‘적과 동침’만은 피하기 위해 베란다에서 잠을 청하고, 아파트 단지 주변을 밤새 걸으며, 노래방에서 목청 터져라 노래부르는 서글픈 아내들… 부부 싸움 뒤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나?
나가긴 왜 나가? 집을 지켜라!
TV와 거실 장악으로 남편 왕따 시켜 부부 싸움 하면 거실과 TV를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권혜영(42·서울 성동구 옥수동)씨. “저도 처음에는 남편 꼴도 보기 싫고 함께 있으면 싸움이 더 크게 번질 것 같아 장바구니 들고 무작정 집을 나선 적이 많아요.”
더운 여름 2~3시간 거리를 방황하다 기진맥진 집에 돌아왔는데, 남편과 아이들 모두 평화로운 모습에 기가 막혔다고.
“통닭 배달시켜 TV 보며 키득거리고 있더군요. 몇 번 나갔다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니 남편도 아이들도 저러다 알아서 들어오겠지 생각한 거지요.”
권씨는 그 후 아무리 격한 부부 싸움을 해도 절대 문밖을 나서지 않는단다. 최소 2시간 동안은 거실의 TV를 장악하며 일부러 오락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추고 과장해 웃는다. 그런 때면 남편은 어김없이 안방행.
“집 나가면 저만 손해라고요. 시장 돌아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나는 고생하는데 집에서 편하게 있는 남편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요.”
아이가 어려 나가는 건 꿈도 못 꿔 차영주(37·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남편과 싸우고 나면 혼자 침실에서 책을 읽는 버릇이 생겼다. 차씨도 처음에는 TV 리모컨을 선점해봤지만, 천연덕스럽게 예능 프로그램 보며 웃을 내공은 아직 없다고.
“TV를 봐도 내용이 들어오지 않고, 아직 일곱 살인 아들 교육에도 안 좋을 것 같고… 홧김에 나가면 아들이 울 게 분명하거든요.” 차씨는 고민 끝에 아들과 안방에서 책을 읽는 것으로 부부 싸움의 분노를 삭였다고. 물론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한 적도 많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단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면 아들이 ‘엄마, 아빠랑 싸웠지?’그래요. 아무튼 집을 나가는 건 아이가 큰 다음에 고려해봐야 할 듯해요. 내공 좀더 쌓아서 말이에요.”
남편 향한 분노의 러닝머신 워킹 남편과 크게 다투면 집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는 박세영(43·서울 노원구 중계동)씨. 하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늦은 밤 집을 나선다는 게 걱정되어 주저하는 일이 많다고. 더욱이 보충수업 끝나고 집에 와 배고프다며 보채는 고3 딸 때문에 집을 지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부 싸움 뒤 남편과 단둘이 집에 있다 보면 10분이 한 시간 같고, 적막에 숨이 막힐 지경이란다.
“남편이 나가주면 좀 좋아요? 집 안 곳곳 다니는 모습이라니. 저는 궁여지책으로 베란다에서 러닝머신을 뛰어요. 창밖 바라보며 남편 향한 분노의 워킹을 하죠. 눈치 없는 남편,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 매일 부부 싸움 하면 S라인 되겠다’며 농을 던지네요.”
투명인간 취급, 2년간 평화롭더라 최유지(39·경기 안양시 평촌동)씨는 남편과 다퉈도 절대 아쉬울 것이 없다. 남편을 투명인간 취급하면 그만이란다. 아이들 때문에 큰소리 내고 계속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 싸웠냐는 듯 무덤덤하게 대할 수 없기에 택한 방식.
“비난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관심도 주지 않으니 남편도 딱히 뭐라고는 못 하죠. 나중에 화해한 뒤 남편이 그때 너무 괴로웠다고 하더라고요.” 최씨는 그 뒤 2년 동안 다투지 않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무조건 나간다! 뒷일은 몰라~
남편 나갈까 내가 먼저 나간다 김은지(34·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씨는 남편과 다투고 나면 도저히 집에 머무를 수가 없다고. 이유인즉 남편이 집을 나갈까 걱정이 되기 때문.
“2년 전에 시댁 일로 크게 싸운 적이 있어요. 격하게 잘잘못을 따지는데 갑자기 남편이 자동차 키를 들고 나가는 거예요. 그러고 나가서는 다음 날 아침에 들어오더군요.” 그때 너무 놀란 경험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고 나면 남편의 무단가출을 막기 위해 김씨가 집을 나선다. “어딜 가냐고요? 아파트 단지 주변을 무작정 걸어요. 휴대폰을 들고 나올 때면 눈에 띄지 않는 벤치에 앉아 친한 친구에게 남편 흉을 봐요. 네 살짜리 딸 두고 나오는 게 불안하긴 한데, 설마 친자식 어쩌겠나 싶어요.”
24시간 할인마트서 윈도쇼핑 손정신(38·경기 용인시 동천동)씨는 부부 싸움 뒤 무조건 집을 나서는 케이스. 남편은 부부 싸움 뒤 아들에게 세상에 없는 친절한 아빠가 되는 치사한 전략을 쓴다고.
“평소 잘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저랑 다투고 나면 아들과 닌텐도 게임을 하고 책을 읽어주는 등 아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요. 이제 여덟 살인 아들이 뭘 알겠어요. 아빠의 선행이 즐거울 따름이죠.”
손씨는 남편의 거듭된 유치한 행동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부부 싸움 뒤 24시간 운영되는 할인 마트에 간다. 화가 나서 물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늦은 밤 ‘가출’이 쉽지 않던 차 마트가 가장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자동차 안에서 실컷 울기 장은주(41·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남편과 다투고 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자동차 키를 들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고. 늦은 밤에 차를 몰고 나가기도 겁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
“꼭 부부 싸움 아니라도 울고 싶을 때 있잖아요. 집에서 소리 내 울자니 아이들이나 이웃집 신경 쓰이고… 자동차 안에서 실컷 울고 나면 묵은 감정이 어느 정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남편들이여, 부부 싸움 뒤 최소한의 관심을…
김미옥(43·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부부 싸움보다 더 서글픈 것이 부부 싸움 뒤 남편의 반응이란다.
“한 이불 쓰기 싫어 엄동설한에 베란다에 이불 깔고 자는데 내다보지도 않더군요. 감기 걸려 병원 다니는 저더러 ‘그러기에 뭣 하러 미련한 짓 하냐’고 하네요.”
한설희(39·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씨도 마찬가지. 부부 싸움 뒤 친구 집에 가 하룻밤 새워도, 늦은 밤거리를 연락 없이 해매고 다녀도 전화 한 통 없는 남편이 너무 야속하단다. “부부 싸움 뒤 집을 나가거나 베란다에서 이불 깔고 투쟁을 하는 건, 나를 알아달라는 또 다른 절규라는 걸 남편들은 몰라요.”
홍지은(42·서울 송파구 가락동)씨는 화를 삭이러 집을 나간 아내에게 전화 한 통 하기 쑥스럽다면 아파트 정문 앞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남편을 기대한다고. 미안하다는 낯간지러운 사과보다 아내를 걱정하고 묵묵히 보듬어주는 남편의 모습 말이다.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나가긴 왜 나가? 집을 지켜라!
TV와 거실 장악으로 남편 왕따 시켜 부부 싸움 하면 거실과 TV를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권혜영(42·서울 성동구 옥수동)씨. “저도 처음에는 남편 꼴도 보기 싫고 함께 있으면 싸움이 더 크게 번질 것 같아 장바구니 들고 무작정 집을 나선 적이 많아요.”
더운 여름 2~3시간 거리를 방황하다 기진맥진 집에 돌아왔는데, 남편과 아이들 모두 평화로운 모습에 기가 막혔다고.
“통닭 배달시켜 TV 보며 키득거리고 있더군요. 몇 번 나갔다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니 남편도 아이들도 저러다 알아서 들어오겠지 생각한 거지요.”
권씨는 그 후 아무리 격한 부부 싸움을 해도 절대 문밖을 나서지 않는단다. 최소 2시간 동안은 거실의 TV를 장악하며 일부러 오락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추고 과장해 웃는다. 그런 때면 남편은 어김없이 안방행.
“집 나가면 저만 손해라고요. 시장 돌아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나는 고생하는데 집에서 편하게 있는 남편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요.”
아이가 어려 나가는 건 꿈도 못 꿔 차영주(37·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남편과 싸우고 나면 혼자 침실에서 책을 읽는 버릇이 생겼다. 차씨도 처음에는 TV 리모컨을 선점해봤지만, 천연덕스럽게 예능 프로그램 보며 웃을 내공은 아직 없다고.
“TV를 봐도 내용이 들어오지 않고, 아직 일곱 살인 아들 교육에도 안 좋을 것 같고… 홧김에 나가면 아들이 울 게 분명하거든요.” 차씨는 고민 끝에 아들과 안방에서 책을 읽는 것으로 부부 싸움의 분노를 삭였다고. 물론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한 적도 많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단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면 아들이 ‘엄마, 아빠랑 싸웠지?’그래요. 아무튼 집을 나가는 건 아이가 큰 다음에 고려해봐야 할 듯해요. 내공 좀더 쌓아서 말이에요.”
남편 향한 분노의 러닝머신 워킹 남편과 크게 다투면 집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는 박세영(43·서울 노원구 중계동)씨. 하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늦은 밤 집을 나선다는 게 걱정되어 주저하는 일이 많다고. 더욱이 보충수업 끝나고 집에 와 배고프다며 보채는 고3 딸 때문에 집을 지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부 싸움 뒤 남편과 단둘이 집에 있다 보면 10분이 한 시간 같고, 적막에 숨이 막힐 지경이란다.
“남편이 나가주면 좀 좋아요? 집 안 곳곳 다니는 모습이라니. 저는 궁여지책으로 베란다에서 러닝머신을 뛰어요. 창밖 바라보며 남편 향한 분노의 워킹을 하죠. 눈치 없는 남편,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 매일 부부 싸움 하면 S라인 되겠다’며 농을 던지네요.”
투명인간 취급, 2년간 평화롭더라 최유지(39·경기 안양시 평촌동)씨는 남편과 다퉈도 절대 아쉬울 것이 없다. 남편을 투명인간 취급하면 그만이란다. 아이들 때문에 큰소리 내고 계속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 싸웠냐는 듯 무덤덤하게 대할 수 없기에 택한 방식.
“비난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관심도 주지 않으니 남편도 딱히 뭐라고는 못 하죠. 나중에 화해한 뒤 남편이 그때 너무 괴로웠다고 하더라고요.” 최씨는 그 뒤 2년 동안 다투지 않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무조건 나간다! 뒷일은 몰라~
남편 나갈까 내가 먼저 나간다 김은지(34·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씨는 남편과 다투고 나면 도저히 집에 머무를 수가 없다고. 이유인즉 남편이 집을 나갈까 걱정이 되기 때문.
“2년 전에 시댁 일로 크게 싸운 적이 있어요. 격하게 잘잘못을 따지는데 갑자기 남편이 자동차 키를 들고 나가는 거예요. 그러고 나가서는 다음 날 아침에 들어오더군요.” 그때 너무 놀란 경험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고 나면 남편의 무단가출을 막기 위해 김씨가 집을 나선다. “어딜 가냐고요? 아파트 단지 주변을 무작정 걸어요. 휴대폰을 들고 나올 때면 눈에 띄지 않는 벤치에 앉아 친한 친구에게 남편 흉을 봐요. 네 살짜리 딸 두고 나오는 게 불안하긴 한데, 설마 친자식 어쩌겠나 싶어요.”
24시간 할인마트서 윈도쇼핑 손정신(38·경기 용인시 동천동)씨는 부부 싸움 뒤 무조건 집을 나서는 케이스. 남편은 부부 싸움 뒤 아들에게 세상에 없는 친절한 아빠가 되는 치사한 전략을 쓴다고.
“평소 잘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저랑 다투고 나면 아들과 닌텐도 게임을 하고 책을 읽어주는 등 아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요. 이제 여덟 살인 아들이 뭘 알겠어요. 아빠의 선행이 즐거울 따름이죠.”
손씨는 남편의 거듭된 유치한 행동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부부 싸움 뒤 24시간 운영되는 할인 마트에 간다. 화가 나서 물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늦은 밤 ‘가출’이 쉽지 않던 차 마트가 가장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자동차 안에서 실컷 울기 장은주(41·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남편과 다투고 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자동차 키를 들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고. 늦은 밤에 차를 몰고 나가기도 겁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
“꼭 부부 싸움 아니라도 울고 싶을 때 있잖아요. 집에서 소리 내 울자니 아이들이나 이웃집 신경 쓰이고… 자동차 안에서 실컷 울고 나면 묵은 감정이 어느 정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남편들이여, 부부 싸움 뒤 최소한의 관심을…
김미옥(43·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부부 싸움보다 더 서글픈 것이 부부 싸움 뒤 남편의 반응이란다.
“한 이불 쓰기 싫어 엄동설한에 베란다에 이불 깔고 자는데 내다보지도 않더군요. 감기 걸려 병원 다니는 저더러 ‘그러기에 뭣 하러 미련한 짓 하냐’고 하네요.”
한설희(39·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씨도 마찬가지. 부부 싸움 뒤 친구 집에 가 하룻밤 새워도, 늦은 밤거리를 연락 없이 해매고 다녀도 전화 한 통 없는 남편이 너무 야속하단다. “부부 싸움 뒤 집을 나가거나 베란다에서 이불 깔고 투쟁을 하는 건, 나를 알아달라는 또 다른 절규라는 걸 남편들은 몰라요.”
홍지은(42·서울 송파구 가락동)씨는 화를 삭이러 집을 나간 아내에게 전화 한 통 하기 쑥스럽다면 아파트 정문 앞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남편을 기대한다고. 미안하다는 낯간지러운 사과보다 아내를 걱정하고 묵묵히 보듬어주는 남편의 모습 말이다.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