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쓰라면 ‘뻔한 생활인데 쓰면 뭐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콩나물 값 하나도 알뜰하게 메모하며 규모 있는 생활을 해 온 원정숙(69·우산동)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원정숙 씨는 “1970년에 남편이 교직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월급을 받아왔죠. 넉넉한 살림이 아니어서 한 푼이 아쉽기만 했을 때입니다. 그래도 남편과 매일 가계부를 쓰며 인생 계획도 세우고 서로 딴 주머니 한 번 차지 않고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한푼 두푼 늘어나는 것이 행복이었죠”라며 “생활비 아껴가며 딸 다섯, 아들 하나까지 6남매를 남편 혼자벌이로 모두 대학공부까지 마쳤습니다”라고 한다.
4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계부를 써온 원정숙씨는 아직도 40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가계부를 간직하고 있다. 10년 전 두부 값이며 20년 전 집값이며 그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는 가계부에는 늘 햇살만 비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덟 식구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던 아내의 마음이 아이들에게는 가족의 사랑을 깨우쳐 주었을 것이다.
원정숙 씨는 “자식에게 물려줄 것은 절약 정신뿐입니다. 부모가 살아온 인생을 보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지혜를 얻기 바랬습니다”라며 짓는 미소에는 칠십 평생의 행복이 보였다.
신효재 리포터 hoyja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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