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입니다

지역내일 2010-09-02

요즘 들어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사연도 각양각색이지요. 열대야로 인해 수면 리듬을 잃어버리면서 불면증이 자리 잡은 사람도 있고, 해외로 휴가를 다녀온 뒤 시차를 회복하지 못해 잠 못 이루는 사람도 있고, 일상적인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지요.
이외에도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잦은 불안감과 우울증 등으로 잠을 못 이루는 사람, 사업장이 생각대로 운영되지 않아서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 번뇌하는 사람, 입시 또는 고시 공부에 대한 중압감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 몸이 허약해지면서 불면증이 찾아오는 사람,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잠을 자기 힘든 사람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불면증 때문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불면증 치료를 위해 내원했던 어느 중년 여인의 경우는 C.T.나 M.R.I. 등 방사선 검사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과 불면증으로 수년간 고생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본인의 표현을 옮겨보자면 ‘머릿속을 쪼개 보고 싶다’고 합니다.
진단 결과 그 분은 집안의 경제 상황을 혼자 꾸려나가면서 생긴 부담감과 자녀들의 학업 성적과 진로에 관한 불안감 등 가정의 온갖 문제를 혼자 짊어지고 사서 고생을 하면서 생긴 불면증이었습니다. 한의학적인 진단으로는 사려과다(思慮過多)와 심기울결(心氣鬱結)로 인한 불면과 ‘기혈양허(氣血兩虛)’로 인한 허로성 불면이 함께 온 경우였습니다.
이 분은 침과 뜸과 한약 처방으로 꾸준한 치료를 통해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본인의 표현으로는 불안감과 분노와 짜증과 무기력증을 수반한 불면증에서 벗어나면서 이제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행복이고 축복인지 알지 못합니다. 특별한 경우로 인해서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 일인지를 경험하게 되지요. 불면증 환자의 애로사항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불면증을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시간이 해결해준다’거나 ‘운동을 열심히 해보라’는 등의 기초적인 처방을 해주거나, 때로는 성질이 못돼서 그렇다거나 꾀병을 앓고 있다는 식으로 불면증 환자의 호소를 무시하기 십상입니다. 불면증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 함께 축나게 하는 질병이므로 주위의 관심과 배려가 많이 필요하지요.
하루의 피로를 잊고 깊이 단잠을 잘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보약입니다. 잠이 보약입니다.

늘푸른 한의원 김윤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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