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인 줄 알았는데 맹장염?

헷갈리기 쉬운 자녀 복통 4

지역내일 2010-08-31
저녁 8시 D병원 수술실 앞. 리포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열한살 아들이 급성 충수염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복막염으로 번질 수도 있었단다.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는 아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탓이다. “배 아파.” 단 두 마디로 표현되는 아이의 복통. 표현은 하나지만 원인은 여러 가지. 조금만 눈여겨보면 증상도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단순 배탈로 여겨 지나치기 쉬운 아이들의 복통에 대해 알아본다. 
탈수증에 빠질 위험 있는 ‘장염’
어린이에게 흔한 장염은 주로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급성장염이다. 이 질환은 형제나 이웃에 사는 아이들에게 쉽게 전염되며, 잠복기는 1~3일로 매우 짧다. 처음에는 1~3일 열이 많이 나고 토하다가 1~2일 지나면 물 설사를 시작하는데, 적으면 하루에 서너 번 많으면 열 번 이상 하기 때문에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탈수증에 빠질 수도 있다. 처음부터 설사하는 경우보다는 고열과 구토가 먼저 나타나므로 뇌막염을 의심하기도 한다.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특효약은 없다.
서&김소아과의 서희정 원장은 “아이들의 장염은 90퍼센트 이상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지만 간혹 세균성 장염도 있으며, 어떤 경우건 탈수가 생기면 어릴수록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예방 백신이 아직 없으므로 환자와 접촉을 피하고, 유행기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등 일반적인 주의 사항을 잘 지키면 된다”고 덧붙인다.
상한 음식이나 급한 식사로  급체나 급성 장염이 발생한 경우 호소하는 복통을 한방에서는 ‘실복통’이라 하는데, 성기호한의원의 성기호 원장은  “음식 섭취를 금하고 이온 음료 등을 마시며, 침 이나 약물 치료를 신속히 받을 것”을 권한다.

증상만으로 진단하기 힘든 ‘충수염’
충수(맹장)는 상행결장의 기시 부위에 달린 상행결장의 일부분이다. 이 충수의 관 속에 박테리아나 그 외 병원체가 침입하여 생긴 염증을 충수염 혹은 맹장염이라고 한다.
충수염은 신생아를 비롯하여 어느 연령층 아이들이나 생길 수 있지만 사춘기 아이들, 젊은이에게 더 잘 생긴다. 일반적인 증상은 초기에는 체한 것처럼, 윗배나 배꼽 주위가 조금씩 아프다가 그 후 배가 점점 더 심하게 아프다가 안 아프다 한다. 이런 식의 복통이 몇 시간 동안 계속되다가 충수염이 점점 더 진행되면 오른쪽 아랫배가 주로 아프다. 오른쪽 넓적다리를 오므렸다 펼 때 오른쪽 아랫배가 땅기고 아플 수 있다. 이때 손으로 오른쪽 아랫배를 누르면 심하게 아프다. 충수가 완전히 곪아서 충수염이 터지기 직전이나 터진 후에는 배가 더 아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충수염이 막 시작할 때나, 그 후 얼마 동안, 혹은 영·유아들의 경우 충수염을 금방 확실히 진단하가 쉽지 않다. 미열이 나고 잘 먹지 않으며, 배가 아픈 듯이 다리를 구부리고 우는 것이 유일한 증상인 경우가 많다.
감기나 장염 등 다른 증상이 없는데 아이들이 복통을 호소하면 충수염을 의심하고  찾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 충수염을 앓는지 금방 확실히 진단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서 병의 진행 상태를 관찰하고 임상검사, 복부 X선 사진, 초음파 사진 등으로 진단할 때도 있다. 충수염을 확진한 뒤 충수를 수술로 제거, 치료한다. 합병증이 없는 충수염은 수술 후  3~4일 이면 퇴원할 수 있다.

목감기 앓는 어린이가 걸릴 수 있는
‘장간막 임파선염’
장영애(38·서울 은평구 신사동)씨는 목감기를 앓던 아이가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병명은 장간막 임파선염. 편도선염이나 목감기를 앓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주로 발병한다고 했다.
주로 소장 끝 부위의 장을 싸고 있는 복막(장간막) 속에 있는 임파선에 염증이 발생한 것인데, 세균성·바이러스성 감기가 원인이다. 일반적인 증상은 열이 높고 때로는 목이 아프며, 복통이 심하다. 또 입맛이 없고, 헛구역질이나 구토를 자주 하며 기운 없이 늘어진다. 복통은 배꼽 주위와 오른쪽 아랫배에 나타나지만 때로는 아픈 자리가 변하며, 간간이 아팠다 안 아팠다가 반복된다.
충수염과 증상이 유사하지만,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으면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질환
‘장중첩증’
이봄이(35·서울 강동구 천호동)씨는 잘 먹고 잘 자던 16개월 된 아들이 갑자기 자지러지듯 울며 토하자 아이가 배탈이 난 줄알았다. 잠시 괜찮다가 또 자지러져 겁이 난 이씨는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원인은 장중첩증. 일반적으로 상부 장이 하부 창자 속으로 망원경같이 말려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서 원장은 “일반적으로 2세 미만 영·유아에게서 많이 발병하고, 여아보다는 남자아이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장중첩증의 특징은 복통, 구토, 혈변인데 건강하던 아기가 갑자기 심한 복통으로 자지러지듯 울고, 다리를 배 위로 끌어당기며 울다가 구토하면  장중첩증을 의심하고 바로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장중첩증 자체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질환이지만, 증상 발현 후 24시간 내에 공기나 바륨을 이용한 정복술을 시행하면 완전 회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24~48시간 이상 경과되었거나 장천공, 장벽 내에 공기 음영, 복막 자극 증상이 있거나 탈진, 쇼크 등 중독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수술 후 경과는 장이 얼마나 손상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장 손상 이 거의 안 된 상태로 수술한 경우 큰 문제없이 회복이 가능하다.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ver.com
도움말 서희정 원장(서&김소아과)
성기호 원장(성기호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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