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가족들을 보노라면 그들의 사고방식도 어느덧 과음 문제가 있는 사람과 똑같음을 느낄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과음하는 사람들은 배우자를 비롯하여 관계의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수가 많다. 그런데 그들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환자를 통제하여 단주하게 하려 한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빨리 단주하게 하려는 의지가 강할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단주를 위하여 보호자들은 얼마나 애를 쓰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그 사연들을 듣노라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주를 돕겠다고 해온 행동들이 대부분 효과적이지 못한 것은 불행한 사실이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때로는 오히려 부아를 돋워 충동적으로 더 폭음하게 하는 수도 있다.
단주를 돕는다는 것을 오로지 음주를 통제하는 것으로 착가하는 수가 많다. 보호자가 부모라든가 남편인 경우처럼 힘이 더 세고 권위가 있는 경우 위협이나 협박으로 통제함으로써 단주하게 하려는 경우가 흔하다. 처음에는 단지 직접적 음주 행동만을 통제하지만 이것이 실패하면 차차 알코올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통제한다. 술을 사는데 필요한 금전이나 음주 시간을 통제하는 식으로 그 범위를 점점 확대한다. 술을 구하러 밖으로 나갈까 봐 출입과 이동까지 통제하여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한다. 이렇게 꼼짝달싹도 못하게 철두철미하게 통제해도 재발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보호자가 과음하는 사람보다 힘이 약한 입장인 경우에는 대놓고 통제하기보다는 은근히 조종하는 식으로 음주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솔직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혀 상대의 자발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자의적으로 먼저 미루어 단정해 놓고 자기가 바라는 쪽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식이라서, 나중에 알게 되면 짜증과 화가 나기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는 단주하였다 해도 스스로 기꺼이 단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므로 다시 음주로 미끄러지기 쉽다.
왜 통제하려 하는가? 지나치게 통제하여 어느 틀로부터 일탈하지 않게 하려는 행동거지들이 강박증이다. 상대를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매사를 완벽하게 통제해야만 견디기 어려운 불안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불안의 원인을 모두 상대방의 과음 때문이라고 착각한다. 자신의 불안 해소를 위해 상대방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면 상대가 호응하기 어렵다. 보호자들도 가족치료를 통해 자신에 대해 더 잘 이해해서 생각과 처신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신 정 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http://alj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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