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은 단순하게 ‘가족의 질병 내력’이 아닌 ‘생활 내력’이 더해진 것이다. 즉, 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조기 진단해서 예방 혹은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뜻. 가족력 질환은 어떻게 예방하며, 같은 환경을 공유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가족력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Family
History1. 가족력(家族歷)·(명사) 환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같이 사는 사람들의 의학적 내력. 건강 상태와 앓은 병, 유전병, 사망 원인 따위를 밝혀 환자의 치료에 이용한다.
2. 가족력(家族力)·(명사) 사랑과 격려를 바탕으로 가족 구성원이 서로 북돋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능력. 일본에서 유래한 말.
Round 1
가족력 vs. 가족력 질환
가족력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 직업이나 사고방식, 생활 습관, 같은 식사, 주거 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후전적 유전자’로 볼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의 김철민 교수는 “실제로 중년 이상의 부부 중에는 남편이 비만하거나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부인도 비만하고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가 있다. 이는 부부가 오랜 기간 같이 지내면서 식습관이 비슷해지고, 운동을 멀리하는 등 좋지 않은 생활 습관까지 공유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생 후 어른이 되기까지 오랜 기간을 부모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는 자녀들의 경우 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생활 습관병의 가족력이 의미가 있는 것은 부모에게서 전해지는 유전적인 소인도 문제가 되지만, 그보다 가족이 공유하는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사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확한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으면서 바른 습관을 생활화하면 벗어날 수 있다.
가족력 질환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
김철민 교수는 “예전에는 성인병으로 부르다가 잘못된 생활 습관이 주범이라고 해서 요즘은 ‘생활 습관병’으로 불리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비만, 고지혈증 등을 비롯해 골다골증, 천식, 관절염, 신장 질환, 불임 등이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가족력 질환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심장병 집안에 심장병 환자가 있고 본인이 다른 질환을 하나 이상 앓는다면 발병 위험은 매우 높아진다. 주요 발병 원인은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등으로 이런 요인들과 가족력의 질병이 합쳐지면 발병 위험은 더욱 커진다.
? 예방법 심장 질환에 의한 돌연사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한다. 스트레스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거나 과로하지 않는다. 또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정상 혈압과 정상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당뇨병 당뇨병은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1형 당뇨병과 흔히 말하는 성인 당뇨병인 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가족력으로 보면 1형 당뇨병은 환자들의 직계가족 중 1형 당뇨 환자가 없는 경우 많지만, 2형 당뇨병은 1형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의 김광원 교수는 “부모 중 한 명이 2형 당뇨병일 경우 자녀에게서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은 10~30퍼센트며, 환자의 형제자매에게서 나타날 확률은 10~40퍼센트로 알려졌다. 부모 모두 증상이 있을 경우 자녀에게서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은 40퍼센트다”라고 설명했다.
? 예방법 엄격한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률을 줄일 수 있으며, 혈당 조절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당뇨병이 처음 생겨 혈당이 200 안팎일 때는 식욕이 증가하며 체중이 늘어나지만, 혈당이 300 이상으로 높아지면 체중이 감소하고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므로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도록 주의한다. 더불어 1년에 1회 이상 정기적인 식전·식후 혈당 측정도 예방과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고혈압 가장 흔한 가족력 질환 중 하나. 부모 모두 혈압이 정상일 경우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퍼센트, 양쪽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의 고혈압 확률은 50퍼센트까지 올라간다. 고혈압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 부족, 비만 등으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합병증으로 쓰러질 위험이 크다.
? 예방법 뇌출혈의 약 70퍼센트는 고혈압 때문에 발병하며, 고혈압성 뇌출혈은 고혈압뿐만 아니라 터지기 쉬운 혈관에도 나타난다. 따라서 뇌혈관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예방 차원에서 뇌혈관의 기형 여부를 확인해 미리 수술하는 것이 좋다. 뇌혈관이 정상이라도 가족력이 있다면 뇌혈관 벽이 얇은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식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므로 저염식을 하고, 과식이나 과음을 삼간다.
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폐암, 갑상선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유전성 암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유방암과 대장암이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종원 교수는 “유방암 환자의 5~10퍼센트가 유전적인 원인으로 알려졌다. 환자 중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발생했거나, 가족 중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병력이 두 명 이상인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대장암은 유전적인 원인이 5~15퍼센트를 차지하며, 가계에 두 명 이상 발병하고 50세 이전에 대장암으로 진단을 받은 가족이 있는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예방법 생활 습관 개선은 물론, 직계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로는 1년에 한 번 씩 대장 내시경, 유방 촬영술, 위내시경 검사 등을 받아본다. 40~55세 이전에 암이 발생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보다 이른 나이에 정기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 밖의 질환들
골다공증 엄마가 골다공증인 경우 딸에게 발병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2~4배 증가한다. 골밀도를 높이려면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햇볕을 쬐고 운동을 하며, 평소에 칼슘이 함유된 식품을 적절히 섭취하고 필요에 따라 칼슘제를 복용한다.
우울증 정신과 질환 중 우울증, 학습 장애, 정신분열증 등은 가족력 질환으로 분류된다. 특히 자살자 중 70퍼센트 이상이 우울증으로 인한 경우로, 과거의 자살력과 함께 가족의 자살력과도 관계가 깊다. 우울증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낮에 햇볕을 많이 쬐고, 20분 정도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만 가족력이 강한 질병으로, 특히 엄마가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가족력이 있으면 어릴 때부터 체중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을 병행한다.
Round 2
가족력 vs.환경에 따른 새로운 가족력
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늘 부딪히는 가족. 같은 생활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가족력 질환이 없더라도 공동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가족력이 생길 수 있다. 식습관, 생활 패턴, 가족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식습관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질병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식습관이 중요하다.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 인스턴트와 육류를 즐겨 먹는 가족의 경우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고혈압, 당뇨, 비만, 심장병, 고지혈증, 골다공증, 암 등 앞에서 언급한 가족력 질환 역시 식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가족력이 강한 비만은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소아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김철민 교수는 “열량이 높은 고지방식을 삼가고 생선이나 살코기, 콩과 같은 식물성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매일 40분씩 빠르게 걷는 것이 가족력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조리법도 중요한데, 튀기고 볶는 음식이나 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생활 패턴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공동생활을 하는 가족은 당연히 상대의 생활 패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먹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수면 환경을 살펴보자.
코모키수면센터의 신홍범 원장은 “부부가 친밀감을 위해서는 한 침대를 쓰는 것이 좋지만, 수면의 질을 생각하면 침대를 따로 쓰는 것이 낫다. 이는 자녀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자녀가 부모와 따로 자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코슬리핑(부모와 아이가 같이 자는 것)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독립적인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한 침대를 쓰거나 방을 같이 쓰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잠의 질이 낮아지기 때문. 또 신홍범 원장은 “가족끼리 잠자는 방식도 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골이나 이갈이 등의 습관은 유전적인 요인과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코골이는 구강 구조와 관련이 깊기 때문에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타인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수면등이나 음악을 켜놓고 자는 습관도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30분 정도 타이머를 맞춰놓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부모가 집 안 위생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 먼지나 세균으로 인해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을 일으킬 수 있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HD가족클리닉 최성애 박사는 “극도로 우울한 사람들은 씻지도 않고, 집 안 청소도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자녀들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집을 친구들이 볼까 봐 수치심을 느끼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며 자아 존중감도 낮아진다”라고 말했다.
결국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가족력 만들기는 건강한 생활 환경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가족 관계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가족 관계는 단순히 부모와 자식의 관계뿐 아니라 조부모나 형제자매까지 모두 포함된다. 특히 가족 관계는 정서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녀가 성장해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만들었을 때 또 다른 가족력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가족 관계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경우를 살펴보자. 부모가 물건을 던지면서 큰 소리로 부부 싸움을 자주 하는 가정의 자녀들은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며 두뇌의 공포와 불안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예민해진다. 최성애 박사는 “이런 경우 집뿐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그런 분위기에 더 쉽게 혼란과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쉽게 흥분되고 감정 조절이나 자기 진정을 잘 못한다. 그래서 또래 관계나 집단생활에서 작은 자극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아이들은 화가 나면 당연히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학습되기도 해 학교에서 자주 벌을 서고, 문제 행동으로 지적 받는다고 덧붙였다.
습관적으로 부부가 서로 혹은 자녀에게 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좋지 않은 가족력이 생길 수 있다. 최성애 박사는 “예를 들어 ‘바보 같다’‘더럽고 나쁜 인간’‘나가 죽어라’와 같은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 아이들은 부모가 정말 죽을까 봐 걱정하거나, 부모가 나쁜 사람이라고 여길 뿐 아니라 깊은 수치심을 느끼고, 자아 존중감도 아주 낮아진다. 자기 자신도 바보, 더럽고 나쁜 애, 죽어 마땅한 인간으로 여긴다는 것이다”고전했다.
나혜진 리포터 happom@naver.com
도움말 김철민 교수(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유태우 원장(신건강인센터)·최성애 박사(HD가족클리닉)·신홍범 원장(코모키수면센터)·김광원 교수(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김종원 교수(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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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1. 가족력(家族歷)·(명사) 환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같이 사는 사람들의 의학적 내력. 건강 상태와 앓은 병, 유전병, 사망 원인 따위를 밝혀 환자의 치료에 이용한다.
2. 가족력(家族力)·(명사) 사랑과 격려를 바탕으로 가족 구성원이 서로 북돋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능력. 일본에서 유래한 말.
Round 1
가족력 vs. 가족력 질환
가족력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 직업이나 사고방식, 생활 습관, 같은 식사, 주거 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후전적 유전자’로 볼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의 김철민 교수는 “실제로 중년 이상의 부부 중에는 남편이 비만하거나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부인도 비만하고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가 있다. 이는 부부가 오랜 기간 같이 지내면서 식습관이 비슷해지고, 운동을 멀리하는 등 좋지 않은 생활 습관까지 공유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생 후 어른이 되기까지 오랜 기간을 부모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는 자녀들의 경우 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생활 습관병의 가족력이 의미가 있는 것은 부모에게서 전해지는 유전적인 소인도 문제가 되지만, 그보다 가족이 공유하는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사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확한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으면서 바른 습관을 생활화하면 벗어날 수 있다.
가족력 질환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
김철민 교수는 “예전에는 성인병으로 부르다가 잘못된 생활 습관이 주범이라고 해서 요즘은 ‘생활 습관병’으로 불리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비만, 고지혈증 등을 비롯해 골다골증, 천식, 관절염, 신장 질환, 불임 등이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가족력 질환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심장병 집안에 심장병 환자가 있고 본인이 다른 질환을 하나 이상 앓는다면 발병 위험은 매우 높아진다. 주요 발병 원인은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등으로 이런 요인들과 가족력의 질병이 합쳐지면 발병 위험은 더욱 커진다.
? 예방법 심장 질환에 의한 돌연사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한다. 스트레스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거나 과로하지 않는다. 또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정상 혈압과 정상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당뇨병 당뇨병은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1형 당뇨병과 흔히 말하는 성인 당뇨병인 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가족력으로 보면 1형 당뇨병은 환자들의 직계가족 중 1형 당뇨 환자가 없는 경우 많지만, 2형 당뇨병은 1형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의 김광원 교수는 “부모 중 한 명이 2형 당뇨병일 경우 자녀에게서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은 10~30퍼센트며, 환자의 형제자매에게서 나타날 확률은 10~40퍼센트로 알려졌다. 부모 모두 증상이 있을 경우 자녀에게서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은 40퍼센트다”라고 설명했다.
? 예방법 엄격한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률을 줄일 수 있으며, 혈당 조절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당뇨병이 처음 생겨 혈당이 200 안팎일 때는 식욕이 증가하며 체중이 늘어나지만, 혈당이 300 이상으로 높아지면 체중이 감소하고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므로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도록 주의한다. 더불어 1년에 1회 이상 정기적인 식전·식후 혈당 측정도 예방과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고혈압 가장 흔한 가족력 질환 중 하나. 부모 모두 혈압이 정상일 경우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퍼센트, 양쪽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의 고혈압 확률은 50퍼센트까지 올라간다. 고혈압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 부족, 비만 등으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합병증으로 쓰러질 위험이 크다.
? 예방법 뇌출혈의 약 70퍼센트는 고혈압 때문에 발병하며, 고혈압성 뇌출혈은 고혈압뿐만 아니라 터지기 쉬운 혈관에도 나타난다. 따라서 뇌혈관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예방 차원에서 뇌혈관의 기형 여부를 확인해 미리 수술하는 것이 좋다. 뇌혈관이 정상이라도 가족력이 있다면 뇌혈관 벽이 얇은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식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므로 저염식을 하고, 과식이나 과음을 삼간다.
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폐암, 갑상선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유전성 암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유방암과 대장암이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종원 교수는 “유방암 환자의 5~10퍼센트가 유전적인 원인으로 알려졌다. 환자 중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발생했거나, 가족 중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병력이 두 명 이상인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대장암은 유전적인 원인이 5~15퍼센트를 차지하며, 가계에 두 명 이상 발병하고 50세 이전에 대장암으로 진단을 받은 가족이 있는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예방법 생활 습관 개선은 물론, 직계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로는 1년에 한 번 씩 대장 내시경, 유방 촬영술, 위내시경 검사 등을 받아본다. 40~55세 이전에 암이 발생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보다 이른 나이에 정기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 밖의 질환들
골다공증 엄마가 골다공증인 경우 딸에게 발병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2~4배 증가한다. 골밀도를 높이려면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햇볕을 쬐고 운동을 하며, 평소에 칼슘이 함유된 식품을 적절히 섭취하고 필요에 따라 칼슘제를 복용한다.
우울증 정신과 질환 중 우울증, 학습 장애, 정신분열증 등은 가족력 질환으로 분류된다. 특히 자살자 중 70퍼센트 이상이 우울증으로 인한 경우로, 과거의 자살력과 함께 가족의 자살력과도 관계가 깊다. 우울증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낮에 햇볕을 많이 쬐고, 20분 정도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만 가족력이 강한 질병으로, 특히 엄마가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가족력이 있으면 어릴 때부터 체중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을 병행한다.
Round 2
가족력 vs.환경에 따른 새로운 가족력
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늘 부딪히는 가족. 같은 생활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가족력 질환이 없더라도 공동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가족력이 생길 수 있다. 식습관, 생활 패턴, 가족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식습관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질병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식습관이 중요하다.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 인스턴트와 육류를 즐겨 먹는 가족의 경우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고혈압, 당뇨, 비만, 심장병, 고지혈증, 골다공증, 암 등 앞에서 언급한 가족력 질환 역시 식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가족력이 강한 비만은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소아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김철민 교수는 “열량이 높은 고지방식을 삼가고 생선이나 살코기, 콩과 같은 식물성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매일 40분씩 빠르게 걷는 것이 가족력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조리법도 중요한데, 튀기고 볶는 음식이나 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생활 패턴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공동생활을 하는 가족은 당연히 상대의 생활 패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먹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수면 환경을 살펴보자.
코모키수면센터의 신홍범 원장은 “부부가 친밀감을 위해서는 한 침대를 쓰는 것이 좋지만, 수면의 질을 생각하면 침대를 따로 쓰는 것이 낫다. 이는 자녀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자녀가 부모와 따로 자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코슬리핑(부모와 아이가 같이 자는 것)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독립적인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한 침대를 쓰거나 방을 같이 쓰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잠의 질이 낮아지기 때문. 또 신홍범 원장은 “가족끼리 잠자는 방식도 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골이나 이갈이 등의 습관은 유전적인 요인과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코골이는 구강 구조와 관련이 깊기 때문에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타인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수면등이나 음악을 켜놓고 자는 습관도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30분 정도 타이머를 맞춰놓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부모가 집 안 위생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 먼지나 세균으로 인해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을 일으킬 수 있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HD가족클리닉 최성애 박사는 “극도로 우울한 사람들은 씻지도 않고, 집 안 청소도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자녀들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집을 친구들이 볼까 봐 수치심을 느끼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며 자아 존중감도 낮아진다”라고 말했다.
결국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가족력 만들기는 건강한 생활 환경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가족 관계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가족 관계는 단순히 부모와 자식의 관계뿐 아니라 조부모나 형제자매까지 모두 포함된다. 특히 가족 관계는 정서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녀가 성장해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만들었을 때 또 다른 가족력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가족 관계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경우를 살펴보자. 부모가 물건을 던지면서 큰 소리로 부부 싸움을 자주 하는 가정의 자녀들은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며 두뇌의 공포와 불안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예민해진다. 최성애 박사는 “이런 경우 집뿐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그런 분위기에 더 쉽게 혼란과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쉽게 흥분되고 감정 조절이나 자기 진정을 잘 못한다. 그래서 또래 관계나 집단생활에서 작은 자극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아이들은 화가 나면 당연히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학습되기도 해 학교에서 자주 벌을 서고, 문제 행동으로 지적 받는다고 덧붙였다.
습관적으로 부부가 서로 혹은 자녀에게 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좋지 않은 가족력이 생길 수 있다. 최성애 박사는 “예를 들어 ‘바보 같다’‘더럽고 나쁜 인간’‘나가 죽어라’와 같은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 아이들은 부모가 정말 죽을까 봐 걱정하거나, 부모가 나쁜 사람이라고 여길 뿐 아니라 깊은 수치심을 느끼고, 자아 존중감도 아주 낮아진다. 자기 자신도 바보, 더럽고 나쁜 애, 죽어 마땅한 인간으로 여긴다는 것이다”고전했다.
나혜진 리포터 happom@naver.com
도움말 김철민 교수(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유태우 원장(신건강인센터)·최성애 박사(HD가족클리닉)·신홍범 원장(코모키수면센터)·김광원 교수(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김종원 교수(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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